버리지 못하는 사람
1. 나의 게으름에게 걸리는 시간
오늘은 잠시 짝사랑 이야기가 아닌 쉬어가는 이야기. 최근 일이 많이 바쁘기도 했지만 개인적인 일(이별)로 잠시 글을 쓸 정신이 남아있지 않았다. 일주일 정도 지나고 이런저런 정리들을 하다 보니 외면해 오던 집안일을 심각하게 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앞에 사진이나 스티커 핸드폰 안에 저장된 사진들을 정리하는 건 하루 이틀 만에 해냈지만 서로의 집에 남아있는 물건들을 찾아내고 정리하는 일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남은 짐을 정리하는 일과 함께 계절이 바뀌어 옷을 정리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기에 집안에 있는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계절이 바뀌어 입기 더워진 옷들을 빨래하고 건조대에서 내려놓은 뒤 어떤 서랍에 넣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방바닥에 내려놓았다. 어차피 내가 다음에 치울 테니라고 생각하면서 내려놓은 옷은 결국 몇 주가 지나도 그대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모든 것을 차곡차곡 정리하고 계획해야 하는 사람이었던 그 친구에게 나의 방의 상황을 보여줬다면 이별이 더 빠르게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이별은 필연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에 이 생각과 감정을 글자로 남겨놓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게 밤늦게 시작된 방정리에서 난 나의 심각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2. 다음에 써야지 라는 생각은 다음에 버리게 될 뿐
재미로 보고 있는 웹툰에서 이번 회차에 알코올중독을 끊기 위해 무언가를 대신하려고 집에 쓸만한 물건들을 차곡차곡 가져와서 쌓다 보니 저장강박증에 걸렸다는 내용의 내용이 나왔다. 웃어넘기려 했는데 나의 심각한 방 상태가 겹쳐 보이는 듯했다. 다시 쓰려고 모아놨던 종이백, 선물상자들, 비닐봉지등이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며 놀랐다. 다시 쓸 거라 생각하며 모아둔 것은 잘못이었다. 이 물건들은 않고 계속 이 자리에 있을 뿐이다.
그렇게 버리기 위한 정리는 결국 내가 잠에 들 때까지 끝을 보지 못했다. 어쩌면 아직 내가 정리하고 버릴 수 있는 수준에서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 그나마 다행처럼 느껴졌다. 나의 문제가 아직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 있다는 안도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건 해결하지 못한 나의 문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이제는 더 미루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삶의 안도감을 느끼고 어떠한 평화로움을 느끼고 있었던 것은 나의 게으름이 가장 편안한 위치에서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실감하며 방에서 정리해서 꺼내놓은 비닐과 박스들을 차곡차곡 쌓아갔다. 그렇게 함께 정리된 것들에 나의 마음도 정리되어 버려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3. 물류관리 그리고 재고 정리
어울리지 않게 난 회사에서 물류관리를 하고 있다. 입출고 관리를 하며 물건을 직접 받고 보내는 일을 하면서 포장을 하고 또 포장이 되어 들어온 물건들은 뜯는 일을 하다 보니 분리수거가 필요한 일이 많다. 이렇게 나오게 되는 남은 분리수거들이 쌓여가기 시작하면 미루었다가 버리러 가는 버릇이 생겼다. 분리수거장이 멀어서였기도 했지만 편안함과 익숙함에 길들여지면서 나 스스로가 더 게으름을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앞으로 직장 생활이 어떻게 될지 혹은 내 삶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전혀 예상되지 않는다. 최근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10인이 안 되는 규모의 회사지만 최근 세 달 동안 4명의 직원이 그만두었다. 회사는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재고정리를 하는 중이라 도와줄 사람 없이 홀로 매일 포장과 배송에 매달려 있다 보니 분리수거까지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았던 게 나를 위한 마지막 변명이 될 것 같다.
어쩌면 나도 내 삶의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 온 것 같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어떤 방향을 향해가야 하는지 여러 의미의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그 시작점이 나의 방정리가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적는다.
김광석 - 사랑했지만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어
자욱하게 내려앉은 먼지 사이로
귓가에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그대 음성 빗속으로 사라져 버려
때론 눈물도 흐르겠지
그리움으로
때론 가슴도 저리겠지
외로움으로
사랑했지만
그대를 사랑했지만
그저 이렇게 멀리서 바라볼 뿐
다가설 수 없어
지친 그대 곁에 머물고 싶지만
떠날 수밖에
그대를 사랑했지만
짝사랑 이야기가 아닌
지금의 제 얘기로 잠시 돌아왔습니다.
정리.. 제 인생에는 참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는데
노력해 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