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운명을 믿고 있어요
얼마 전 나의 연애는 완전히 끝이 났다. 여느 커플들과 다르지 않게 서로 맞지 않는 것을 확인했고 결혼이라는 목표를 향해 연애를 시작했으나 목적지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전혀 달랐기 때문에 서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며 각자의 길을 걷는 게 좋겠다는 부드러운 합의에 이르렀다. 마냥 평화롭다고 믿었던 우리의 연애는 종종 서로의 시선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던 지점들이 있었기에 이 연애의 완결이 그리 급작스럽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렇게 서로를 응원하며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지만 이별의 아픔은 거의 느끼지 못했다. 이 관계를 위해 최선을 다해왔고 더 이상은 서로가 좁혀갈 수 없는 부분도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했기에 오히려 후련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다만 아직 나라는 사람이 결혼까지는 많은 시간과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이 연애의 완결을 통해 얻은 교훈은 그 정도였다. 나의 준비가 어떤 방향을 향해야 했는지
유치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난 사주나 타로, 점 같은 것도 재미로 보고도 잘 믿는 편이다. 또 그만큼 잘 맞다고 느낀 적이 많았고, 그래서 이번 연애의 기간에도 자연스럽게 사주도 찾아보고 연애 초 여자친구가 유명하다며 다녀온 점집에 다녀온 이야기도 오죽하면 MBTI나 혈액형에서 조차 '둘이 잘 맞는다'라는 답을 참 많이 찾았던 것 같다. 또 그로 인한 안심과 편안함.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는 확신을 들게 했었다.
최근 내가 즐겨보는 한 연애 프로그램에서 알고 보니 원래도 서로 소개팅으로 만난 적이 있던 사람들이 다시 그 프로그램에서 만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한쪽은 '이게 운명일지도 몰라'라고 생각한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저는 운명 이런 걸로 엮는 게 싫어요'라고 인터뷰하는 장면을 보며 참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사실 이건 운명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면서 모든 상황들을 억지로 퍼즐처럼 맞춰가면서 나 스스로에게 '우린 이어져야만 해' 하는 잘못된 믿음을 가졌던 것은 아닐까
이제는 남부럽지 않을 만큼 먹은 나이에 '늦었다'라는 말을 듣는 나이가 되었다. 어쩌면 아직도 '운명'과 '인연'을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아마 또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날 또다시 난 나의 운명의 사람인지 정말 인연이 맞는지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물론 '이 사람이 나와 운명인지 아닌지를 믿지 않으려' 노력해야겠지만 말이다.
'이선희 - 인연' 중
약속해요 이 순간이 다 지나고 다시 보게 되는 그날
모든 걸 버리고 그대 곁에 서서 남은 길을 가리란 걸
인연이라고 하죠 거부할 수가 없죠
내 생애 이 처럼 아름다운 날
또 다시 올 수 있을까요
잠시 샛길 들렀다가 갑니다.
늘 읽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