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을 시작한 계기

뮤지컬, 내 인생의 한 획

by 설탕우유

1. 뮤지컬 클래스


뮤지컬을 알게 되었던 것은 당시 나와 만나던 친구 덕분이었다. 대학시절 대학생만 신청할 수 있는 뮤지컬 클래스에 신청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궁금해져 함께 오디션을 지원했다. 당시에는 뮤지컬의 넘버(노래)를 전혀 알지 못했기에 가요 몇 곡을 오디션에서 불렀고 내 생각보다 당시 선생님의 반응이 좋았던 것이 기억난다.


'공연을 해본 적이 있었나요? 노래를 배운 적이 있었어요?' 정도의 가벼운 질문과 '아니요'라는 내 답변에 흥미로워하던 선생님의 표정을 잊지 못한다. 선생님의 표정을 보고 이미 예상할 수 있었지만 오디션에 합격하여 인생 첫 뮤지컬을 관극이 아닌 클래스를 통해 접하게 되었다.


본래 클래스 이름은 '뮤지컬 갈라쇼' 즉 개개인이 뮤지컬 넘버에 대해서 배우고 불러보고 안무도 직접 배워보며 각자의 한 곡을 소화하는 게 본래 클래스의 취지였으나 거기에 스토리를 붙여 각자의 연기라는 살을 붙일 수 있는 식으로 약간의 변화를 주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대본과 대사라는 것을 받아 들었던 나는 고장 난 사람처럼 한마디를 떼기가 어려웠다.



2. 뮤지컬이란


배우로서 무대 위에서 연기와 노래를 하는 예술. 하지만 오페라와는 다른 상업예술 뮤지컬. 하지만 당시 나는 뮤지컬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던 상태였다. 정확히는 오페라와의 차이점도 모르는 상태였고, 클래스를 통해 어렴풋하게 알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처음에는 노래가 중점이면 오페라고 연기가 중점이면 뮤지컬인가 정도를 추측했을 뿐이었다.


첫 주 수업에 뮤지컬을 위한 준비 스트레칭으로 가볍게 몸을 풀고 체력 운동을 진행했다. 유연성 훈련과 플랭크, 가벼운 인터벌트레이닝과 몇 가지 복근운동을 마친 뒤 호흡과 발성 연습을 시작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모든 것이 새로운 경험이었기에 체력 운동의 어려움보다 이 새로운 운동들을 즐겁게 받아들였다.


당시 우리는 지방에 있었고 선생님은 서울에서 KTX를 타고 다니며 출퇴근을 하고 있었기에 수업이 몇 차례 진행된 후에는 클래스 안에서 반장과 운동부장을 정해서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모여 몸을 풀고 있어 달라고 요청하셨고 이 약속은 몇 차례 가지 않아 '너무 힘들다'는 원성과 함께 선생님 몰래 운동을 게을리하게 되었다. 그리고 조금 알게 되었다. '뮤지컬 배우의 몸 관리는 상상 이상으로 힘든 일이구나'라는 것을



stage-233086_1280.jpg 처음 접한 무대란 공간은 또 다른 미지의 공간


3. 공연에 오르기까지


클래스의 기간은 대학생들의 방학기간이었다. 클래스가 끝나고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들어가는 일도 많았지만 또 클래스가 없는 날 연습실에 자연스럽게 모이는 일이 많았다. 약 세 달의 연습 기간 동안 정말 많은 술을 마시고 또 학교 생활을 하듯 매일 같이 연습실에서 만나 놀고 연습하며 지냈다.


기억에 남는 친구 중 하나는 공연이 2~3주 정도 남았을 당시 "뭐야 우리 진짜 공연하는 거예요?"라고 물어서 모두를 어이없게 만들기도 했었지만 순조롭게 공연은 준비되어 갔고 공연이 다가올 때의 긴장감을 연습으로 줄여나가고 있었다. 대부분의 인원이 처음으로 공연을 올리는 상황이었기에 단지 연습만이 우리의 공연의 긴장감을 해소시킬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 당연히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대본을 쓰고 있던 친구는 극의 내용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선생님과의 의견충돌이 몇 차례 있었고, 한 친구는 취업준비로 연습을 자주 나올 수 없을 것 같다고 했지만 클래스에서 마음에 드는 친구가 생기자 매일 출석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추후에 다른 사람들과 다른 작품들을 하며 알게 된 것은 이때 만난 친구들만큼 순수하고 선한 사람들은 보기 드물었다는 점이었다.



4. 공연이 끝난 뒤


우리의 공연은 잘 끝마쳤다.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다면 내가 첫 등장하는 장면이 코믹스럽게 등장 한 뒤 안타까운 비밀이 밝혀지는 내용이었는데 공연을 보러 온 지인이 내가 나올 때 '우와 나왔다~'라는 말을 무대까지 들리게 해서 무대 위에 배우들이 강제 웃음 참기를 들어갔던 장면과 노래를 소화할 때 감정이 복받쳐서 울컥한 상태로 불렀는데 그게 관객들에게는 엄청 감정연기를 잘하는 사람처럼 보였다는 것.


공연이 끝난 뒤 다들 공연을 끝냈다는 만족감과 행복함으로 그날 어느 때보다 즐겁게 놀고 마시며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던 것 같다. 직접 보지는 못했으나 고백하고 거절당했다는 친구도 있었다. 나도 만나던 친구와 공연이 끝나고 더 사이가 깊어졌고 한 동안은 연습이 아니라 매일 사람들을 그리워서 모였던 기억이 난다.


잠시 우리끼리 공연을 다시 올리는 건 어떨까 하는 이야기까지 나왔으나 대본을 썼던 친구는 우리끼리 돈을 걷어서 다시 올려야 할 만한 공연은 아니라는 의견을 내며 계속 반대했다. 물론 그뿐 아니라 모든 인원이 가능한 날짜와 시간을 맞추는 것이 어려웠기에 없던 일이 되었지만 시간이 많이 흐른 뒤 반대했던 친구의 의견이 어쩌면 옳았음을 알게 되었다.


어느덧 직장인으로 공연을 시작한 지 10년이라는 시간이 다 되어간다. 우리 중에는 이후로 유튜버가 된 친구도 있고 각자의 직장을 잘 다니는 친구들도 아직까지 뮤지컬을 취미로 이어가는 친구들도 있다. 나는 이때 뮤지컬을 시작했고 작년 대학로에서 상업뮤지컬에 데뷔했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한다. 내게 빠른 결심이 있었다면 지금도 내가 대학로에 있지는 않을까



뮤지컬 서편제 - 연가(초연 가사)


바람이 또 그대 소리가 된다

구름이 또 그대 얼굴 된다

달빛마저 잠든 어둠에도

나의 눈은 그댈 볼 수 있네


꽃이 피고 지고 다시 피듯이

세월 가도 지지 않는 그대

밤새워 나 흘린 눈물 속에

얼룩처럼 박혀 버린 사람


눈 감으면 그대 다시

나의 곁에 앉아 웃네

내 가슴이 그댈 보낸 적 없어

내 기억이 그댈 놔준 적 없어

내 삶이 다 끝나 사라지고 없대도

나와 함께 묻혀 잠들 사람

내가 다시 만나게 될 사람


눈 감으면 그대 다시

나와 함께 춤을 추네

내 가슴이 그댈 보낸 적 없어

내 기억이 그댈 놔준 적 없어

내 삶이 다 끝나 사라지고 없대도

나와 함께 묻혀 잠들 사람

내가 다시 만나게 될 사람




다음 이야기

뮤지컬 빨래 관극기

뮤지컬 빨래에서 배운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