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교직원 무료초청
모든 별은 야행성
별에게서 음악을 들어본 적 있냐는 물음에
입을 모으는 사람들, 별소리를 다 하는군요.
- 다정한 호칭 / 이은규
역시 대기업은 대기업.
에버랜드는 매년 교직원 무료 초청 행사를 실시하는 아주 고마운 곳이다.
나는 놀이기구를 거의 못 타는 쫄보기 때문에 놀이동산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이번에 다녀오고 정말 에버랜드를 사랑하게 됐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에버랜드에 가고 싶다.
내가 예약한 날은 4월 18일. 짝꿍은 비교직원이기 때문에 입장권 4만 원을 추가로 구매했다.
전날 에버랜드 앱을 다운로드하고, 에버랜드 앞 주차 예약이 치열하다길래 미리 주차장 예약까지 성공!
사람 많은 주말에는 오픈런이 필수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9시 50분쯤 도착했지만, 발렛을 미리 예약해 둔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맞출 수 있었다.
캐리비안베이 입구에서 미리 준비한 학교명이 적힌 급여명세서와 신분증을 제출하면 교직원 초청 티켓을 준다. 참고로 사전에 함께 예약한 짝꿍은 QR코드가 카톡으로 온다. 에버랜드 앱에 등록하고 입장하면 끝.
원래 계획은 '판다월드 → 아마존 → 사파리월드 → 로스트밸리'에 범버카, 회전목마를 더하는 것이었으나, 입구 기념품샵을 그냥 지나치지 못해 일정이 조금 틀어졌다. 하지만 귀여운 머리띠는 포기 못해.
판다월드
동물농장에서 보던 것과 달리 다소 협소한 공간이지만, 인형 같은 판다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나오는 길에 래서판다가 자고 있었는데 어떤 동물이든 자는 모습은 귀엽다.
포시즌스가든.
밥 먹으러 가는 길에 시간이 잠깐 생겨 들렀는데, 튤립의 색감이 쨍해서 사진 찍기에 아주 좋았다. 중간중간 센스 있게 거울도 설치되어 있고 '에버랜드'라고 적힌 조형물도 있어서 생각보다 오래 머물렀다. 어디서 찍을지 모를 때는 20대 여자들이 어떻게 찍나 지켜보면 반은 성공한다 ㅋㅋ
점심은 에버랜드에서 꼭 먹어야 한다는 목살 김치찌개. 줄은 길었지만 회전율이 높아 금방 들어갔다. 조금 달았고 무난한 맛이었다.
정말 무난한 맛이었기에 사진은 패스.
사파리월드.
이때 무려 100분을 기다리게 된다. Q패스가 3개에 7만 5천 원이나 해서 그냥 기다리자 했는데, 놀이기구 3개에 몇 시간을 기다리다 보니 다음에는 꼭 Q패스를 사야겠다는 마음이 치솟았다.
기다리는 동안 사파리월드 후기를 검색하며 좀 더 동물을 가까이 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운전사 뒤쪽 왼쪽이 명당이라고 해서 빠르게 자리를 선점했는데 놀랍게도 그곳은 명당이 아니었다... 명당은 오른쪽! 더 확실한 명당을 원한다면 차라리 맨 뒤로 가서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 보는 게 낫다.
어릴 때는 사파리가 진짜 아프리카처럼 드넓은 공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근 20년 만에 본 사파리는 버스로 한 바퀴 도는 아담한 공간이었다. 공간은 이렇게 좁아졌는데 내 몸은 커졌으니, 몸과 추억 속 공간은 반비례 관계인가 보다.
사파리월드에서 나오자마자 먹은 아이스크림. 놀이동산에서 먹는 아이스크림은 왠지 더 달고 시원하게 느껴진다.
다음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기구 1위 아마존! 역시 20년 만에 타도 아마존은 너무 재밌다. 속이 울렁거리지도 않고 물을 맞아도 즐겁다. 사람이 없었다면 하루 종일 탈 텐데. 줄이 길어 한 번 밖에 타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다음 코스는 후이바오와 루이바오가 있는 세컨드 판다월드. 러바오, 아이바오 같은 큰 판다도 귀여웠지만, 작은 판다의 귀여움은 '귀여움' 명사 그 자체다. 특히 후이바오가 루이바오의 대나무를 뺏어먹을 때는 둘의 투닥거림이 너무 웃겼는데 보는 사람 모두 이 귀여움에 매료되었다. 정말 귀여움은 지구를 살린다.
놀이동산 오면 당연히 추로스를 먹는 것이 국룰 아니겠는가.
55츄 직원의 "기분 좋으시라고 하나 더 넣었어요~"라는 말에 더 기분이 좋아지는 것만 같다. 짝꿍은 인생 처음으로 접한 추로스인데 만족했고, 나 또한 내가 먹어본 추로스 중 가장 맛있었다.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오후 늦게까지 놀이동산을 서성였다. 애매하게 시간이 좀 남아 회전목마를 타기로 했는데, 회전목마하면 천국의 계단이 생각난다. 짝꿍은 천국의 계단의 내용을 모른다고 했는데 여기서 세대차이가 좀 느껴져서 당황스러웠다. "한정서! 너 나 좋아 싫어!" 이걸 몰라?
에버랜드에 왔던 적은 있지만 늘 저녁이 되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퍼레이드는 처음이었다. 살면서 처음 보는 퍼레이드는 내내 꿈과 환상의 나라에 들어온 것만 같았다. 당장 직장을 때려치우고 에버랜드 아르바이트하며 춤을 추고 싶은 욕구가 차올랐다. 집에 와서도 퍼레이드의 여운을 잊지 못해 유튜브로 퍼레이드 노래를 틀어놓고 밀대 봉을 잡고 춤을 춘다.
퍼레이드가 끝나면 사람들이 일제히 포시즌스가든 쪽으로 우르르 이동한다. 9시 20분부터 불꽃놀이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빛의 수호자들'을 주제로 드론쇼와 불꽃놀이가 펼쳐지는데, 이때도 역시 자본의 화려함을 물씬 느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왜 어린이들이 놀이공원을 그토록 좋아하는지 이제야 알겠다. 남쪽에 사는 어린이들은 경주월드, 대구 이월드 정도가 다였는데, 에버랜드는 또 다른 꿈과 환상의 나라, 별천지였다. 이걸 이제야 알았다는 게 좀 슬프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하고.
아마 어릴 때는 모든 것이 다 크게 느껴져 쫄보인 어린이는 충분히 즐기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게다가 에버랜드는 부산 어린이에게는 정말 큰 마음을 먹고 가야 하는 곳이라 인생 살면서 단 두 번밖에 가질 못했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내가 가고 싶을 때 에버랜드를 갈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어른이 되어도 재밌는 게 넘쳐나고 추억 쌓기가 이렇게 좋으니 앞으로의 삶이 더 기대된다.
브런치 월요일 연재라 조금 빨리 쓰려고 했지만 집에 돌아온 후 다음날 오후 5시까지 기절해 있다가 오늘까지도 근육통을 앓아 이제야 글을 올린다.
체력이 되는 한 이 즐거움을 좀 더 누려야겠다. 내년에 또 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