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꺼내 준 너에게-
거만하고 무능한 운명 덕분에 모든 문을 꽁꽁 닫고 살아왔다. 문 밖 인기척 소리에 활짝 열어젖히고 싶었지만 문 입구까지 들어찬 산더미들 때문에 문고리조차 찾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날마다 눈물 바람이 몰아쳤고 공포와 탄식의 먹구름이 떠나지 않았다. 차라리 천재지변에 쓸려가고 싶을 지경이었다. 절대로 나를 놓아주지 않을 스토킹처럼 섬뜩한 절망감이 내 삶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집요한 공포에 나는 매일 무기력 병증에 시달렸다. 그야말로 거울 속 내 모습은 전쟁에서 도망쳐 온 병사 같았다. 처참한 몰골과 엉망인 옷차림 게다가 두뇌는 하얀색 페인트칠을 한 듯했다. 나는 고른 숨을 쉬는 것이 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 살고 싶지 않은 탓에 숨을 참아보기도 했다. 이내 포기했지만 말이다. 그런 날들 속에서 알 수 없는 논크 소리가 매일 들려왔다. '똑. 똑. 똑' 그다음 날도 '똑. 똑. 똑' 쉬지 않았다. 나는 문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소리가 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그런데 매일 들려오는 소리에 화가 났고 그만하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누구세요?!!!" "그만하세요!!" "아무도 없어요!!!" 나는 기차 화통처럼 소리쳤다. 그렇지만 소용없었다. 다시 '똑. 똑. 똑.' 노크 소리는 계속 울렸다. 다행히 겁이 나지는 않았다. 어느 날 어느 순간 문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허겁지겁 문 앞을 치우고 있는 내 모습이 낯설었지만 나는 아이들처럼 신이 나 있었다. 문이 보이기 시작하자 나는 속도를 냈고 문고리를 잡자마자 열어젖혔다. '툭' 문이 열림과 동시에 무엇인가 넘어지는 소리에 발치를 보니 '갈색병'이 서 있었다. 나는 그 아이를 받아들였고 나와 동거했다. ... ... 그리고 나는 매일 갈색병으로 얼굴 가면을 벗겨 낸다. 거짓과 혐오가 물러가고 불만과 불안이 옅어진다. 자꾸 나에게 '썸띵'을 주고 싶어진다. 아마도 나는 갈색병 속에 살고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