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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후 Sep 22. 2023

내가 기부를 하는 이유

미국에서도 멈출 수 없는 기부 중독

의식의 흐름대로 작성된 내 글들을 고맙게도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은 잘 아실 테지만 이 글을 처음 보는 사람들을 위해서 나의 대해 소개를 하자면 나는 평범한 미국 박사생이다. 나도 말 많은 신형 현대 싼타페를 일시불로 구입해서 타고 싶지만 현실은 빵쪼가리를 먹으며 미래를 꿈꾸는 학생이다. 나는 술, 담배, 마약을 하지 않고 게임에 돈을 쓰지 않다 보니 다른 학생들에 비해서 큰돈은 아니지만 여유돈이 조금씩 남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내 나름 사치스러운 소비를 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기부이다. 솔직히 한국에 기부단체를 통해서 기부를 해봤자 나는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도 없는 그저 그런 학생이다. 그럼에도 내가 기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주변 사람들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싶다.

우리 부모님은 기부를 꾸준히 오랫동안 하시는 편이다. 특히 우리 어머니는 비영리공익법인을 통해서 기부도 하시지만 근무하고 계시는 학교 학생들을 위해 꾸준히 기부를 하고 계신다. 심지어 수학여행을 못 가거나 공부할 교재를 구입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는 별도로 장학금 주기도 하신다. 어렸을 때는 내 운동회도 오시지 못하면서 학생들에게 문제가 있다면 먼저 가서 해결하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서운하기도 했다. 트렁크에 군것질거리가 있으면 학생들 주려고 사놓은 거다라고 할 때면 가끔 내가 친아들이 맞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변함없이 학생들을 위하며, 지금도 특수 아동들의 집 청소를 도와주러 발 벗고 나서고 등학교가 어려운 친구들을 데리러 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볼 때마다 존경스러울 뿐이다. 이제는 제자분들이 40대에서 50대가 되어 어머니를 뵙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나가실 때마다 아직도 제자들에게 무엇을 사줘야 할지 고민하는 어머니와 50대가 되어가는 제자분들이 아직도 어머니를 뵙고 싶다고 찾아오는 모습을 볼 때면 뭔가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러면서 나는 "제자분들도 10대가 아니라 50대인데 엄마가 좀 얻어먹어."라며 장난을 치곤 한다.

아무튼 어머니 덕분인지는 몰라도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다는 행복이 무엇인지를 조금은 알게 되었고 틈틈이 가난한 박사생으로써는 사치스러운 기부를 하곤 한다. 20살부터 기부를 시작하면서 주변 친구들이 "자기가 쓰기도 바쁜데 어떻게 기부하냐", "내가 불우이웃이니 나한테 줘"라는 말을 듣곤 했다. 솔직히 맞는 말이다. 내가 20살 시절도 그렇고 지금의 20살도 그렇고 20대는 가난한 나이인 것 같다. 나도 기부를 할 때마다 고민이 들곤 한다. 내가 쓸 돈도 부족한데 기부를 하는 게 맞는 건지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나보다 힘든 상황에 있는 어린 학생들을 생각하면서 청소년들을 위한 기부를 최대한 하려고 노력한다. 막상 기부를 하고 나면 더 기부하지 못한 나 자신에게 창피하기 그지없다. 어린 학생들을 생각하면서 큰돈을 기부하고 싶은 마음에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하나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오늘도 나만의 사치를 즐기러 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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