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잉
적막감에 나는 약간 실망했음을 토로했다. 그러나 누구도 내 말을 듣거나, 답변으로 받아주지 않았고, 주위는 다시 적막했다. 날카로운 나무들과 부들부들한 물결, 개구리밥, 바위도, 그 바위에 들러붙은 이끼도 귀가 없나 보다. 나 말고는 아무도 대화에는 재능이 없나 보다.
처지는 기분을 돌리려는 생각이 내 마음 한 켠에 있었는지, 유난히 반짝이는 조약돌이 눈에 띄었다. 그게 손에 잡히는 감각이 기분 좋게 매끄러울 것 같아, 슬며시 집어, 휙 던졌고,
퐁- 소리를 내며 돌은 수면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내 적적함을 해소할 가능성을 발견해냈다.
욕심을 부리지는 않으며, 한번에 한개씩,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게, 돌을 던지며 나는 공간을 채우는 소리의 연쇄를 이어간다. 풍덩, 퍼덕, 푹, 몰랑, 철퍽, 나는 소리로 기분을 차곡 차곡, 충만하게 채워갔다.
그러다 문득, 한 줄기 번쩍하며 태양빛이 시야를 찔러와, 그제서야 나는 하늘을 인지했다. 고개 들어 눈에 비친 하늘에는 살랑거리는 태양과, 폭신폭신 잘 눌려 퍼진 구름들이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하늘과 눈을 맞췄다. 오래도록 눈을 맞췄다, 손에 든 돌의 무게도 잊은 채.
내가 왼손의 무게를 다시금 인지할 때 쯤에는,
쏴아, 흐르는 물소리와 머리카락을 간질이며 시이잉하고 지나가는 바람소리, 미세하게 곳곳에서 반짝이는 벌레소리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적막하지 않았다. 왼손의 조약돌의 온도를 느끼며 나는 그대로 눈을 감고 서 있었다. 오-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