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세연 Feb 14. 2024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불타오른다.

형태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몰랐다. 내 몸에 이런 뜨거운 열정이 있는 줄. 

그저 나는 차갑고 내 몸하나 내 맘대로 못하는 

그런 무능력한 존재인 줄 알았다. 


뭐라도 해보려고 움직이면 살점이 떨어져나갔고 으스러졌다. 

그냥 이렇게 살다 끝나는 인생인 줄 알았다. 


연탄창고에 있을 적 떠나는 친구들은 많았지만 다시 돌아온 이는 하나 없었다. 

그들이 원망스러웠다. 나를 잊은 줄 알았다.


내 몸이 잿빛으로 물들어 가는 지금에서야 그들이 이해가 간다. 

나는 불이 만들어준 길을 따라 그리웠던 이들을 만나러 간다.

철판 아래로 기름이 뚝뚝 흘러넘쳐내려온다. 

가는 길 기름 걱정 없이 신나게 달려나간다. 


까맣고 볼품없게 구멍 숭숭 뚫린 

내 몸을 지키는 것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지금 이 순간,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불타오른다.


[출처:라라크루포토에세이제공]



  




작가의 이전글 신체적 배고픔보다 영혼 허기짐을 채워주는 이가 고맙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