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의 시계를 깨우는 순간

by 권세연

브런치에 마지막으로 글을 쓴 날을 찾아보니 지난 해 3월이다. 시어머니와 함께 쓴 『고부공감』 북콘서트 후기를 남겼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그 이후로 글을 쓴다는 일은 내게 유난히 어렵고 멀게 느껴졌다.

돌아보면 나의 브런치 글쓰기는 다락방 한켠에서 건전지가 다 닳도록 버티다 조용히 멈춰 선 시계같았다. 오랫동안 손 닿지 않아 뿌연 먼지를 뒤집어쓴 채,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던 시계처럼 내 글도 그렇게 멈춰 있었다.


오늘, 오랫만에 다락방 문을 열어 구석에 쳐박혀 먼지 가득한 시계를 꺼내들었다. 볼에 바람을 가득 모아 “후—” 하고 불어보지만, 먼지는 밖으로 흩어지지 않고 오히려 내 눈 앞으로 날아들었다. 따끔함에 눈을 감는 순간, 오래 방치해 둔 것은 시계가 아니라 글을 쓰던 ‘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그 멈춤에 건전지를 갈아 끼우듯 시간을 되살려 보려 한다. 속도가 아니라 숨결을 되찾는 마음으로, 또각또각 앞으로 나아갈 나의 시계를 다시 움직여보려 한다.


글이 멈춰 있었던 시간 동안, 멈춰 있었던 것은 사실 ‘글’이 아니라 ‘나’였음을 나는 안다. 바빴다는 이유로, 준비되지 않았다는 핑계로, 나를 드러내는 언어를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글을 다시 쓴다는 것은 내 안에 조용히 불씨를 되살리는 일임을 조금씩 알아간다. 시계가 멈추어 있던 시간에도 내 시간은 나를 싣고 흘러간 것처럼, 그 흘러간 나를 종이 위에 하나하나 내려놔볼 것이다.


이제 나는 글을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다시 만나고 싶은 나’를 만나는 자리로 받아들일 것이다. 잘 쓰려는 마음보다 나답게 머무르려는 마음으로, 방향을 세우기보다 방향을 발견하는 시간으로.


그래서 오늘의 글은 선언이 아니라 초대다. 오래된 나를 이끌어 다시 ‘여기’로 돌아오게 하는 초대.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기록들은, 멈춰 있던 시간을 책망하지 않고 그 시간을 품어주는 연습이 될 것이다.


내가 내일 다시 돌아올지, 1년 후 돌아오게 될 지.. 궁금함을 뒤로 하고 오늘 글로 시간을 쓴 나를 칭찬하며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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