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신문
《 물구나무서기 자세》
사람의 몸은 앞뒤 좌우 위아래로 모두 사용할 때 균형 있고 바람직하며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인은 직업의 세분화와 각종 일을 하면서 특정 부위나 특정 방향으로 신체를 사용하는 일이 잦아졌다.
이른바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쏠림의 반작용을 요가에서는 상응(相應)이라 한다. 상응은 서로 다른 성질의 것들이 조화롭게 만나거나 어울린 상태를 뜻한다. 즉 신체의 상응 작용을 통하여 우리 몸의 균형과 조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인간의 직립 생활에 따른 쏠림 현상을 해소하고 각 장기의 원래 기능을 회복시키는 방법 중의 하나로 요가에서는 ‘물구나무서기 자세(시루시 아사나·shirsh asana)’가 있다.
우스갯소리로 지구를 양손으로 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이 ‘물구나무서기 자세’라 말한다. 이는 자연의 생리를 거스른다 할 수 있으나 원래 인간이 네발로 다녔던 원초의 세계로 돌아가는 자연 회귀법이라 할 수 있다.
인류 진화론에서 네발 보행이던
인간이 두 발 보행으로 되면서 문명의 발달과 커다란 창달을 가져온 반면에, 척추동물에게 없는 많은 질병을 가져오게 되었다. 직립 생활은 지구의 중력(重力·gravity)에 영향을 받아 척추동물인 인간 신체의 척추는 물론 소화기계 및 혈액순환계 등에 많은 장해를 일으키게 된 것이다.
물구나무서기 자세에는 크게 두 가지의 중요한 한의학상 원리가 내포되어 있다. 첫 번째가 수승화강(水昇火降)이다. 그것은 옛날부터 동양의학에서는 건강의 가장 기본이 되는 원리로 이를 중요하게 여겨왔다. 즉 차가운 성질인 신장의 수기가 위로 올라가 머리를 식혀주고, 반대로 뜨거운 성질인 심장의 화기는 아래로 내려가 복부와 손발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비로소 생명의 온전한 순환시스템이 완성될 수 있고, 기(氣)의 순환이 완전해져서 건강하고 조화로우며 자연스러운 생명력이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몸이 수승화강 상태에 있을 때는 아랫배가 따뜻해지고, 심장박동 수와 호흡수가 줄어들고 눈이 촉촉해지고 입에 침이 고인다. 부교감 상태, 특히 미주신경이 활성화했을 때 나타나는 생리적 현상들이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노력해서 수승화강 상태를 만들면 자율신경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다. 스트레스로 긴장과 흥분 상태에 있는 우리 뇌와 몸을 쉬게 하고 이완할 수 있다. 수승화강 상태를 만드는 것이 자연치유력과 면역력을 높이는 최고의 건강법이라고들 말한다.
두 번째로는 동양적 수행의 대원칙인 환정보뇌(還精補腦)이다. 즉 정(精)
을 도로 돌려보낸다는 뜻이다. 인도나 중국 의학에서 정(精)은 생명의 근본 요소라 한다. 인간은 이것이 있어 살고 다 소모하면 죽는다. 정(精)은 오장육부를 비롯해 온몸에 다 있으며 주로 아랫배에 모여 있고 그 근원지는 뇌다. 그런데 뇌에 있는 이 정(精)은 끊임없이 아래로 흘러내려 소모된다. 죽지 않으려면 이것을 다시 뇌로 돌려보내야 한다. 요가에서는 거꾸로 섬으로써 아래로 흐르는 성질의 정(精)을 뇌로 돌려보내고 있다. 그래서 거꾸로 서는 요가 체위를 ‘죽지 않는 행법’이라 하는 것이다.
물구나무를 서면 세상이 뒤집힌 것처럼 보인다. 기업가들은 여기서 역발상(逆發想) 또는 반전의 묘수를 찾기도 한다. 글로벌 IT 제왕으로 떠오르는 중국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의 경영철학이 ‘물구나무서기’
란다. 실제로 남녀 직원들에게 이 ‘물구나무서기 자세’를 권유했을 정도이다. 시루시 아사나는 자신의 육신과 함께 삶을 뒤집어 생각해봄
으로써 내면으로부터 새로운 각도에서 깨달음의 열매가 열리게 한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
(易地思之)의 마음가짐과 현상 세계를 반대 방향에서도 들여다보는 지혜까지 바로 이 자세를 통해 얻어질 수 있는 것이다.
시루시 아사나가 아사나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취급되었던 이유는 직립 보행으로 살아가며 받는 중력(gravity)을 해소하는 방법은 항중력(anti-gravity)을 이용하는 것인데, 항중력은 요가 체위 중 시루시 아사나가 가장 뛰어나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무릎을 꿇고 앉아서 손깍지를 끼고 손과 양 팔꿈치를 삼각형이 되게 해서 바닥에 댄다. 정수리를 바닥에 대고 깍지 낀 손바닥으로 머리를 감싸듯이 받친다. 체중 분배는 두 팔꿈치에 80%, 머리에 20% 정도로 하여 머리에 체중이 과하게 실리지 않도록 한다
이 자세는 척추의 비틀림을 방지한다. 아래로 쏠리는 일련의 증상인 치질, 탈장, 위하수, 자궁하수, 하복부 비만 등을 예방하고 완화해 준다. 평소에 위에 두고 다니던 머리를 아래로 내리고 자극을 주기 때문에 두통 불안 초조 불면 등의 혼란을 경감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머리에 왕성한 산소를 공급해주므로 영성의 뇌라 일컫는 간뇌의 활성화 및 뇌하수체와 송과선 기능을 촉진시키며 심신 조절 능력과 스태미나를 향상시킨다.
지나치게 몸무게가 많이 나가거나 목뼈 등 척추장애가 있을 때, 심한 고혈압, 심장병, 당뇨병, 백내장·녹내장 등 눈의 트러블이 있을 때, 임신 중, 생리 중, 심한 운동 전후, 음주 후는 실행을 자제하는 게 좋다.
육체를 통하여 마음을 조절하고 각성의 상태를 이룰 수 있게 하는 이 ‘시루시 아사나’는 수많은 아사나 중에서 왕좌의 자리를 수천 간 지켜온 자세로서, ‘움직이는 명상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아사나를 통하여 충분한 이완과 집중이 되면 명상 상태로 들어가는 것을 돕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루시 아사나를 혹자는 ‘도립선(倒立禪)’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 이제 거꾸로 선 상태에서 느껴 보라, 그리고 체험해 보라. 저 미세한 내면의 소리인 정신적 통찰력은, 끊임없이 쉬지 않고 왈왈거리며 돌아가던 회전목마가 정지하는 어느 순간, 마음의 작용이 사라진 고요한 순간에 찾아온다고 하는 선현들의 말씀을.
“요가는 마음 작용의 멈춤이다(yogas' citta vrtti nirodhah).”(요가수트라 1-2).
'물구나무서기 자세'
거꾸로 선다는 건 가장 신에
도전적인 모습으로/
불사의 감로를 마시는 것/
심신을 지배하는 왕이 된다는 것/
균형잡힌 삶을 찾아가는/
최고의 명상법 도립선(倒立禪)
●요가의 향기, 디카시로 담다(26)
《물구나무서기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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