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입학 선물》

by 운형 최진태

●한산신문

《손주 입학 선물》



오래 전 일본 다녀오며 아이의 엄마에게/

공부의 신(神)이라 추앙받는다는/

고양이 목조상을 선물했었지/

그걸 다시 입학하는 그 엄마의 아이에게/

'너희 엄마만큼만 공부하거라' 기원 담아


[시작(詩作)노트]


고양이 하면 박혜령 어린이가 불러 히트쳤던 '검은 고양이 네로(1970)', '그대는 귀여운 나의 검은 고양이/ 새빨간 리본이 멋지게 어울려'로 시작되는 동요가 먼저 흥얼거려진다. 그리고 도도함, 유연함, 균형 감각 등도 떠오른다.

고양이 하면 웬만한 높이의 공중에서 떨어져도 사뿐히 착지하는 유연한 척추를 지닌 동물로 기억되고 있으니 말이다.


고양이는 인류로부터 오랫동안 애완동물로 사랑받아왔다. 실제로 고대 이집트 벽화에는 고양이를 새 사냥에 이용하는 그림이 있다. 동아시아 십이지(十二支)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타이나 베트남에서는 토끼 대신 고양이가 십이지에 포함되어 있다.


고양이는 전 세계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반려동물로, 영악하고 독립심이 강하다. 또한 장난을 좋아하고 놀기도 잘한다. 기원전 약 5000년 전 아프리카·리비아 지방의 야생 고양이가 고대 이집트인에 의해 순화 사육되어 점차 세계 각지로 퍼졌다고 하며, 우리나라에는 대체로 10세기 이전에 중국과 왕래하는 과정에서 들어왔다고 추측한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고양이를 풍요의 신(神) 바스테트(Bastet)의 화신이라 믿었다. 사람처럼 고양이도 죽으면 미라로 만드는 관습도 있었다. 성스러운 동물로 추앙되었고 함부로 죽이는 자는 사형에 처해졌다. 화재 시에는 제일 먼저 구출해야 한다고 하였으며, 기원전 525년에 페르시아와 이집트의 전쟁에서 페르시아군이 맨 앞 전열에 고양이를 배치했기 때문에 화살을 쏘지 못하여 이집트군이 크게 패했다는 일화도 있다.


일본에서는 마네키네코(복고양이)라는 도자기 장식품이 인기가 있는데, 이는 손님을 부르고 재물운을 가져다 준다 하여 영업점 등에 즐겨 장식해두기도 한다.

반면에 중세 유럽에서는 고양이가 악마의 상징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은 닥치는 대로 고양이를 죽여 유럽에 쥐가 급격히 증가하여 페스트가 창궐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17세기에 들어와서야 유럽 사람들은 쥐를 막는 데 고양이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었고 점차 고양이 수가 늘어났다.


고양이는 "사람들과의 유대감을 중시하면서도 고양이 자신만의 세계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동물도 주지 못하는 오묘한 기쁨과 즐거움을 준다"는 평이 있다. 전문가들은 또 "고양이들은 대체로 성격이 부드럽고 조용한 데다 주인에게서도 조용하고 부드러운 보살핌을 원하기 때문에, 장난을 좋아하고 씩씩한 어린이들보다 차분하고 목소리가 작은 노인들을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거기다 고양이는 운동량이 비교적 적으며 대부분이 실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활동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부담없이 키우기에 적격인 동물"이라고 조언한다.


고양이는 보디랭귀지의 달인이다. 귀와 꼬리의 위치, 몸의 이완 정도, 발로 쿡쿡 긁기 등 모두가 감정 상태를 나타내는 몸짓인 것이다.


우리나라 설화에 세조와 고양이 이야기가 등장한다.

세조가 몸에 종기가 나서 오대산 상원사를 찾아 예불을 올리려는 순간 고양이가 나타나 세조의 곤룡포를 자꾸 잡아 당겼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병사들을 시켜 주위를 수색하니 자객들이 숨어 있는 걸 발견하고 체포하여 목숨을 보존할 수 있었다. 이에 목숨을 구해준 고양이를 기특하게 여겨 상원사에 논 500섬지기를 하사했다. 이 때문에 절에는 고양이밭·고양이논이라는 뜻의 묘답(猫沓)·묘전(猫田)이라는 명칭이 생겼다. 지금도 상원사에는 이 전설을 입증하는 듯 문수동자상이 모셔진 청량선원 입구 계단의 좌우에 돌로 조각된 고양이 석상이 서 있다.


고양이가 은혜를 갚았다는 사례도 많다. 고양이가 속정이 깊다는 걸 아는 사람만 아는가 보다.

2014년 5월 13일 미국에서 있었던 일로, 옆집 개에게 공격당하던 소년을 구해준 '타라'라는 고양이가 CNN에 소개됐다. '타라'는 길고양이로 이후 미국에서 용감한 개에게만 수여되는 '히어로 도그'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6년 정초, 대만 남부에 강진이 나서 건물 붕괴 사고가 있었는데, 이때 무너진 잔해 속에서 고양이의 울음 소리를 듣고 구조대가 7세 어린아이를 구조했다. 주인 곁을 끝까지 지킨 고양이 덕분이었다.


예술 부문에서도 고양이는 유연한 몸이 먹잇감을 사냥할 때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과 신과 악마를 넘나드는 특성으로 인해 많은 예술가들의 창작혼을 자극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문인들의 고양이 사랑도 각별했던 모양이다.


30세 나이로 요절한 이장희 시인은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로 시작되는 명시 '봄은 고양이로소이다'를 남겼다.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소설 '검은 고양이'(1843)는 병적인 심리와 공포 분위기를 검은 고양이로 상정한 작가의 초기 작품이자 대표작이다.

일본의 세익스피어로 불리는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장편소설로 유명하다.

일본인 사노 요코의 그림책 '백만 번 산 고양이'도 있다. 전 세계 언어로 번역된 베스트셀러 동화책이다. 백만 번 사는 동안 누구의 고양이도 아니었고, 늘 자기 자신만을 좋아했던 얼룩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를 만나 자기 자신보다 하얀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들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어느날 사랑하는 하얀 고양이가 죽자 얼룩 고양이는 처음으로 통곡을 한다. 영생의 삶보다 후회하지 않는 단 한 번의 삶을 사는 것이 더 소중함을 얘기하고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2018년 국내에 출간한 장편소설 '고양이'에 이어, 2019년 출간된 '문명'에서도 고양이를 다루고 있다. '문명'은 동물들을 주제로 한 우화식 소설이다. 소설 속 주인공인 바스테트의 어머니가 남긴 말이 인상적이다. "인간도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성급히 일반화하지는 말아라. 설마 그 많은 수의 인간들이 다 실망스럽기야 하겠니? 틀림없이 괜찮은 인간도 섞여 있을 거야"라는 명대사다.


영화 속에서도 어김없이 고양이가 등장한다.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Cat on a Hot Tin Roof,1958)'는 미국의 대표적인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에게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1947)에 이어 두 번째 퓰리처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절망 끝에 내몰린 주인공에게 살아갈 의지를 주는 행복 메세지를 담고 있는 영화로, 2016년 영국에서 개봉된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이 있다. 희망 없이 거리를 헤매며 노래하는 버스킹 뮤지션인 주인공 제임스가 우연히 상처 입은 고양이를 만나 밥이란 이름을 지어주고 우여곡절 끝에 밥을 통하여 서서히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얘기를 다루고 있는 따뜻한 영화이다.

'캣 우먼', '장화 신은 고양이', '톰과 제리', '도라에몽' 역시 고양이가 소재가 된 잘 알려진 영화이다.


'처음에는 고양이가 사람을 닮은 듯한데, 나중엔 사람이 고양이를 닮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라고 하는 뮤지컬 '캣츠'는 1981년 영국 런던에서 첫 무대에 오른 뒤 근 40년 이상 세계 각국에서 수없이 많은 관객을 사로잡았다. 한국에서도 뮤지컬 사상 최초로 누적 관객 200만 명을 넘겼다. 명곡 '메모리즈(Memories)'가 울려 퍼지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2년 제정된 8월 8일 '세계 고양이의 날'에 더해 '한국 고양이의 날'은 9월 9일이다. 일 년에 하루만이라도 고양이의 생명을 생각하는 날을 만들고 싶다는 취지에서 제정되었다. 고양이 전문 작가인 고경원 씨가 2009년 창안했다. '고양이의 목숨은 아홉 개'라는 전설에서 따온 것으로, 오랠 구(久)와 구할 구(求)를 써서 고양이가 오래 살기를 기원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마하트마 간디는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에서 동물이 받는 대우로 가늠할 수 있다'라고 했다. 혹자는 "사람도 살기 힘든데 왜 동물을 배려해야 하는냐?" 묻는다면 또 혹자는 답한다. "동물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있는 나라라면 인간에 대한 배려는 말할 것도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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