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신문
《신(神)의 물방울》
화사한 눈웃음 속 은장도 하나 숨긴/
곱기는 도화빛 요염도 하더이다/
따르라 글라스 가득/
범부들의 천년 고독/
눈으론 사랑 담고 입으론 그대 품다
[시작(詩作)노트]
고독과 상실, 아픔과 이별, 인정받지 못할 때 우리는 힘들어하고 괴로워한다. 그때 한 잔의
붉은 포도주는 친구가 되어 주고 새로운 창조의 자양분이 된다.
음유시인이면서 가수인 노벨문학상 수상자 밥 딜런은 오래 전부터 '와인에서 창작의 영감을 받고 있다' 했다. '와인은 나의 영혼을 사로 잡았다'고도 말할 정도다.
공연할 때 백스테이지에는 언제나 와인병이 놓여 있었다. 1964년 뉴욕 필하모닉 홀에서 열린 핼러윈 콘서트가 끝난 뒤 맨해튼 2번가에서 파티를 열었을 때 그가 참석자들 전원에게 잔 가득 따라 준 것은 보졸레 와인이었다. 젊은 시절 그가 가장 선호하던 포도주였다.
"19세기 옥스퍼드 대학에서 종교학 과목 시험 시간에 출제된
주관식 문제는
'물을 포도주로 바꾼 예수님의 기적에 대해 논하라' 였습니다.
시험 시작 종이 울리자 일제히 답안지에 펜촉 닿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렸지만
유독 한 학생만은 멍하니 창 밖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감독관이 다가가 주의를 주었지만
학생은 시험에 하나도 관심 없어 보였습니다.
시험 종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학생의 멍때리기는
계속됐습니다.
그러자 화가 난 감독 교수가 다가가 백지 제출은 당연히 영점 처리되고
학사경고의 대상이 될 수 있으니 뭐든 써 넣어야 한다고 최후 통첩
했습니다.
이 말에 딴청을 피우던 학생의 시선이 돌연시험지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정말 단 한 줄만
써놓고 고사장을 유유히 빠져 나갔습니다.
하지만 달랑 한 줄 답안지는 이 대학 신학과 창립이후
전설이 된 만점 답안지!
그 학생의 이름은
영국의 3대 낭만파 시인 중
한 사람인 '조지 고든 바이런'
대학의 모든 신학교수들을 감동시켜 올하트를 받은 바이런의
촌철살인 답안은 이랬습니다.
'물이 그 주인을 만나니 얼굴을 붉히더라'- 神의 물방울.''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회자하는 글을 옮겨 옴
와인에 관한 시(詩) 두 편을 소개 한다.
※
'와인'
/운해 박선정
휘몰이 장단 뒤로
생애를 마감하고
오크통 시절인연
숙명인냥 받든다
담금질도 기꺼이 하리
무르익을 그날까지
알알이 맺혀 있네
짚시들 노래소리
깜깜한 눈물마져
아슴한 열락까지
아우러 품어준다네
그댄 정녕 신의 물방울
※※
'와인의 체위를 아세요'
/ 이향란
햇빛 아래 싱글싱글 맺히는 과일의 본명은 포도이고요
촛불 앞에서 머뭇머뭇, 그러나
군침 도는 고백의 가명은 와인이에요.
드디어 완성됐나요? 그럼 깨지지 않게 조심해서
어둡고 서늘한 침대에 뉘여 주세요.
껍질 속 바람과 햇빛이 마음껏 뒤척일 수 있도록
약간 기울여서요.
왼쪽으로 석 달 오른쪽으로 석 달
탱글탱글 꿈의 석 달 정신없이 와 닿을 입술의 석 달
빨간 오토바이를 타고 먼지 날리며 달리던 소년의
부릉부릉 심장 박동 소리에 비록 짓이겨지고 으깨졌지만
또르르 동그란 의지와 눈물은 더욱 투명해졌답니다.
아무도 모르게 은밀하게 바라보되
향이 새어나오면 윙크해주세요.
해 저물녘
빙글 돌리고,
빙글 바라보고,
빙글 마시고,
빙글빙글 추는,
물방울들의 춤
너무 크게 움직이지는 않으려고요.
여태 녹지 않은 햇빛을 천천히 녹이는 중이거든요.
새하얀 귀를 붉게 붉게 물들이는 중이거든요.
무덥고 긴 그해 여름을 쪼르르 잔에 따르면
재즈와 치즈의 얼룩이 묻어나는,
스위트하거나 드라이한 와인의 이 오묘한 체위를
혹시 아세요?
#다향천리문향만리시로담다
(도서출판 흐름, 2025.9)
#디카시로통영톺아보기
(도서출판 흐름, 2025.4),
#요가로세상읽기
(도서출판 흐름,2024.4) 저자, 시인ㆍ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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