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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빗방울

간직과 저장 사이, 쓸쓸함

by rainon 김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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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치킨집 옆 사진관이 문을 닫았다. 별 감흥은 없다.

'폐업한 사진관'은 이미 클리셰가 되었다. 흔하고, 그래서 익숙하고, 그래서 무덤덤하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 그리고 그에 따르는 애틋함과 안타까움도... 새삼 말할 거리가 더는 아니다.


사진관 간판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담배를 죽이다가 문득,

[간직]과 [저장], 두 낱말이 떠올랐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 저장(貯藏) : 물건이나 재화 따위를 모아서 간수함

** 간직(순우리말) : 물건 따위를 어떤 장소에 잘 간수하여 둠 / 생각이나 기억 따위를 마음속에 깊이 새겨 둠


[간직]의 시절은 이미 지나갔고, 이제는 [저장]의 시대.

더 이상은 종이 사진을 '간직'하지 않는다. 파일이 '저장'될 뿐.


'간직'한 것은 꺼내 보지만, '저장'된 것은 열어 보지 않게 되더라.


'간직'의 시절과 '저장'의 시절 사이를 건너온, 40대 후반.


'간직'했던 것들은 희미하게 흩어져 가고,

'저장'됐던 것들에는 눈길도 마음도 쉬이 가지 않고.


쓸쓸함은 나날이 짙어진다.

간직할 것 없는 하루가 또 지나가면서, 해결 안 되는 그리움만 차곡차곡 저장된다.


'그리움'... 이젠, 눈길도 마음도 쉬이 가지 않는다.

'그리움'은 '아픔'과 같은 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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