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리학 나무향기 Mar 20. 2022

마음의 굳은살 만들기

언젠간 상처가 무덤덤해지기를...

어느날 내담자가 찾아와 이렇게 호소한다. 

'선생님 마음의 굳은살을 만들고 싶어요'

나는 순간 미소가 지어졌지만 저 마음 한켠에서 먹먹함이 올라왔다.

'마음의 굳은살이요? 왜 만들고 싶어졌나요?'

이야기는 이후 오래 오래 우리의 공간으로 내려왔다.

어릴적 무관심한 엄마에게 받은 정서적 허기감, 엄마의 암선고...

이야기의 끝에는 이런 결론이 지어진다.

'이제 어쩔수 없지요.. 엄마는 아프고 나이도 들고.. 이젠 그냥 제가 마음을 단단하게 만드는 수밖에요...'



나도 이 말에 동의한다. 수 많은 내담자들을 만나보면 보통 두 부류로 나뉜다.

위의 경우처럼, 나 스스로 마음을 내려놓기 위해 애쓰는 사람, 그리고 끝없이 그 분에게 말을 걸고 싶은 사람

두 경우 모두 상담을 지속해보면 전자의 경우가 예후가 좋다. 

이때 치료적 요소로 필요한 것이 마음의 굳은살 만들기이다.

어떤 상처의 말들이나 기억들이 떠올라도

'아 나에겐 이런 아픔이 있어, 맞아, 그건 엄마가 나빴어, 이제 내가 스스로 정리하고 그리고 나를 안아주자'

내담자들은 여기에서 성장과 회복의 과정을 시작하게 된다.

물론, 나를 힘들게 했던 상황과 기억들에 대해서 충분히 털어놓는 안전한 개입이 필요하다.

바로 [빈의자 기법]- 게슈탈트 심리 치료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는 이 심리기법은 텅빈 의자에 내가 그토록

마주하고 싶었던 존재를 데려다 놓고, 하고싶었던 말들, 듣고 싶었던 말들로 대화를 거는 작업이다.

이때 듣고 싶었던 말들은, 상담가인 내가 대신하여 전해주곤 한다.

'엄마가, 딸에게 많이 미안하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동안 딸이 얼마나 외롭고 서러웠을까.. 울고 있는 엄마가

보이네요' 라고...



대부분 빈의자 기법의 끝에는 오랜눈물(old tear)이 쏟아져 나온다.

그토록 참았던 서러움의 잔재들... 울고, 또 울고, 또 울고나면 그제서야 멋쩍은 미소를 보인다.

'선생님 정말 속이 시원하네요,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이에요, 대체 왜 그랬냐고... 대체 내가 뭘 잘못했냐고...'


이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의 굳은살을 하나씩 만들어 간다.

그러나 아이러니한건.. 결국 마음의 상처를 사람에게 받고,

그 치유 또한 사람에게 받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누군가를 찾아 따뜻함을 경험하고 싶어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또 상처 받을까 두려워 

세상 속에서 움츠리고있는 경우가 많다.

이때 우리는 세상으로 가는 중간 다리가 되어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위로와 안정감을 주게된다.

이렇게 만든 마음의 굳은살들로 스스로를 무장하고 무장하여

밖으로 나가는 그들을 보면서 나는 이런 기도를 하곤 한다.

'용기내줘서 고마워, 이제 굳은살 방패로 나를 지키며 살길 바래'




작가의 이전글 마음이 나에게 말을 걸어 올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