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례언니9
나는 공항 직원 도움으로 대기실을 빠져나와 김포공항 버스 정류장 쪽으로 달렸다. 양쪽 다리를 번갈아 떼며 속도를 빨리하여 버스에 올랐다. 막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 진동음이 울렸다.
잘 탔나?
최 사장의 문자메시지였다.
탔긴 탔는데 제주도 가는 비행기가 아니라, 법원 가는 버스에 탔습니다.
내가 그린 길례 언니는 가짜이고 Y 화백이 그린 길례 언니가 진짜 길례 언니라고, 이제라도 늦었지만, 사실을 밝히기 위해 법원에 가는 중이라는 말은 굳이 할 필요가 없어서 생략했다. 나는 답장을 보내놓고 창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회한이 밀려왔다. 나는 그림뿐 아니라 양심까지 위작하며 살았다. 구름이 비를 머금고 있어 낮인데도 어슴푸레 어둠이 감지됐다. 버스에 함께 올라탄 낡은 가방이 불룩했다. 추앙의 배 같았다. 나는 다리 사이에 있는 가방 손잡이를 꽉 붙잡았다. 비가 살짝살짝 내리다 말다 했다. 바람까지 불어 날씨가 변덕스러웠다. 추앙을 전쟁터에 버리고 온 날도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