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파오

제1화

by 김경숙

아침 일찍부터 울어대는 수화기를 집어 든 건 순자였다. 치파오가 경찰서에 붙잡혀 있다고 했다. 어젯밤 을지로 상가에서 목걸이를 팔려다 붙잡혔고, 조서를 쓰는 과정에서 그 목걸이를 훔친 게 아니고 나로부터 선물 받은 거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걸려 온 전화였다. 치파오가 절도죄로 붙잡힌 모양이었다.

경찰 두 명이 들이닥치듯 찾아온 건 전화를 받고 두어 시간 후였다. 당사자에게 직접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방문한 것 같았다. 나는 침대에 누워 두 경찰을 눈으로 맞았다. 한 명의 경찰은 풍채가 컸으나 한 명의 경찰은 풍채가 왜소해서 바짝 말린 북어가 연상됐다. 나는 궁금한 눈으로 풍채가 좋은 경찰 쪽으로 시선을 옮겼으나 내 예상과 달리 수사의 주도권을 쥔 쪽은 북어 쪽이었다. 북어는 눈만 껌벅거리고 있는 나를 공범자를 관찰하듯 훑다가 사건 정황을 늘어놓았다. 이미 전화로 들은 내용과 다르지 않았다.

치파오가 보석을 팔기 위해 을지로에 있는 한 허름한 금은방을 찾아갔고, 말투가 어색하고 어리숙해 보인 여자가 값비싼 목걸이를 흥정하려 들자, 이를 수상히 여긴 금은방 사장이 경찰서에 신고하여 치파오는 현장에서 붙잡혔다고 했다.

치파오가 이레 가까이 나를 간병하는 동안 아내의 방에 들어가 아내의 목걸이를 자기의 물건처럼 이것저것 번갈아 가며 모양을 뽐냈다. 그리고는 순자가 퇴원하던 날 목걸이를 착용한 채 가버렸다. 그 반클리프 목걸이는 vip 회원들만이 복잡하고 까다로운 예약 절차를 거쳐야 구할 수 있는 시가 육천만 원이 넘는 것이었다. 보석을 취급한 금은방 사장이 그 목걸이의 가치를 모를 리 없었다. 치파오에게는 무척 안된 일이지만 그녀에 관한 소식을 좋지 않은 방법으로나마 전해 듣게 되어 조금은 갈증이 해소된 기분이었다.

북어가 신문하듯 침대맡으로 다가와 질문했다.

“교수님? 교수님께서 그 중국 동포 간병인에게 그 고가의 목걸이를 주셨다는 게 참말입니까? 아, 이거 실례했습니다. 아, 그 어떻게 확인한다….”

그제야 내 몸 상태를 인지한 듯 당황해 하며 말했다. 북어는 습관처럼 아, 그, 하며 입맛을 다시듯 말을 끊어가며 말했다. 내가 눈만 끔벅거리고 있자 북어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풍채를 힐끔 바라봤다. 풍채의 생각 없는 표정을 훑고는 순자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무표정하게 서 있던 순자가 대답 대신 필기도구를 꺼내오자 북어가 반기듯이 반응했다.

“아, 쓰실 수 있단 말이죠? 아, 그렇다면 교수님! 여기에다 써 주십시오. 어떻게 해서 그 여자가 그 값나가는 목걸이를 선물 받은 거라고 말도 안 되는 말로 우기는지를…. 교수님이 얼마나 억울할지 압니다. 그런 못된 간병인도 있는 법이니까요. 특히나 신분을 알 수 없는 중국 동포 간병인들이 대게가 그렇죠. 안 그렇습니까? 교수님?”

북어가 자신의 판단을 확신하며 확답을 강요하듯 내뱉는 동안 순자가 내 손에 볼펜을 쥐여 주었다. 나는 볼펜을 꽉 그러쥔 채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힘을 줄 때마다 온몸의 혈관들이 푸른 빛을 띠며 굵어졌다. 그러는 내게로 시선이 모아졌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나는 부들부들 손을 떨었다. 북어가 응원가를 부르듯 외쳤다.

“아, 그 길게 쓸 필요 없습니다. 짧게. 부담 갖지 마시고.”

나는 글을 쓰려고 온몸의 힘을 손가락에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