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본 유튜브 쇼츠의 한 장면. 풋풋하고 예쁜 고등학생이 교실에서 음악에 몸을 맡기며 춤을 춘다. 뒤에 있던 교복을 입은 귀여운 남학생이 여학생이 춤추는 걸 보며 리듬에 맞춰 고개를 끄덕인다.
댓글엔 모두가 입을 맞추어 꼰대가 되어있었다.
"그 나이 때가 젤 좋은 거야."
"돈 주고도 못 돌아갈 시절이니 너넨 감사하며 살아."
"젤 빛이 났다는 걸 그땐 왜 몰랐을까. 그립다."
우리 솔직하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진짜 그 시절은 365일 좋기만 했을까. 사고 싶은 것도 많은 나이. 집이 잘 살지 못하거나, 알뜰한 집이면 사고 싶다고 얘기도 못하고 꾹 참아야 했다.
집집마다 다 다른 오만가지 부모스타일. 누군가는 엉덩이와 종아리에 피멍이 들어가며 맞으며 살아야 했다.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갈 곳도, 돈도 없다. 아빠가 기분이 좋지 않은 날, 술을 잔뜩 퍼 마신 날. 가족 중 누군가 이유 없이 맞을 확률은 더 많았다.
성인이 되어서야 내가 사고 싶은걸 아르바이트라도 하며 내 맘대로 사보고, 원하면 자취도 하면서 부모에 품에서 조금은 벗어나 부모의 보기 싫은 꼴을 보지 않아도 됐다.
우리가 그리워하는 건... 그 시절 전부가 아닌, 어느 한 장면 한 장면의 좋은 추억의 조각 아닐까.
고등학교 시절, 여름방학교실이 끝난 오후의 시간. 시내를 지나 차는 못 들어오는 작은 다리. 화창하게 맑고 진하게 더웠던 오후.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인도교에 진입했다.
순간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어느새 쏴악- 하늘이 큰 샤워장이 되었다. 그날의 일기예보엔 비 소식이 없었고, 우산을 챙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영화세트장에서 애틋하게 이별한 주인공을 위해 머리 위로 뿌려주는 것 같은 엄청난 소나기.
우리는 당황하여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뛰어가도 10분 넘게 걸리는 거리. 강력한 빗줄기에 10초 만에 교복이 흠뻑 젔었고, 인도교 바닥에는 운동화의 밑창까지 다 젖을 정도로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이건 뛴다고 해결될 게 아니다.'
그걸 우리는 다 같은 순간에 느꼈다. 어느새 한 명이 물이 고인 바닥을 신발로 쿵쿵 밟아서 친구들의 맨다리를 적시고 있었다. 빗물에 무거워진 교복치마. 미역줄기가 된 머리카락.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빗줄기. 친구들의 웃음소리.
스콜처럼 강력하고 짧은 10분의 소나기. 나의 뇌리에 가장 진하게 남아있는 학창 시절의 좋은 조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