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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계절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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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언캐슬 Aug 23. 2024

그곳에 있었다

결을 만난다는 것은 사실 엄청난 일이다

바람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모르는 결에 한결같이 자라난다는 것이다     

한결은 늘 그 자리를 지킴이다

강가에서 물결의 진폭을 가늠하는 바람결

얼떨결에 건드려버린 허공의 숨결

나뭇잎도 무심결에 가슴을 여미곤 하지   

그 결에도 들숨과 날숨이 있다     

미리내가 매번 빛깔을 변색하건

개밥바라기가 남기 어린 허공에 금결을 수놓건

구름 같은 마법이 은결이 되건

굳은 혓바닥의 크레바스를 메운 결

봄은 겨울의 흠결을 보듬어 옹이로 진화하는 생명

개화는 낙화를 예약하는 결에 떨어짐은 애달프지 않다     

고운 공기 잠결 속에 달무리가 흐드러지면

어느 결, 거울 앞에 그림자처럼 서 있다

매일 죽어 나가는 오늘 결에도

매일 되살아나는 내일

어긋난 청각이 쉴 결없이 주파수를 정리하듯

우연은 늘 이상한 곳에서 마주치는 것처럼

환상은 늘 비현실적이어야 결이 난다     

오래된 손결은 조금씩 사라지겠지만

나는 희미해지려 하는 것에 더 예민해져 있고

너의 마음은 어느 결에 숨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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