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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븐 킹 May 25. 2022

마음을 다잡아주는 '위인들에게 배우는 어린이 인성 교육

아들이 책을 출간했어요.


  결혼한 큰아들이 어제 책이 나왔다며 퇴근길에 집에서 키우던 금붕어와 책 한 권을 놓고 갔다. 작년부터 출판사와 합의가 되어 총 3권을 출판하기로 했지만 차일피일 미뤄질 때 책이 나오지 않을까 염려를 했다. 하지만 이미 계약금도 받은 상태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아들 자랑은 팔불출이라고 하지만 아들은 초등학교 선생을 하면서 틈틈이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또 유튜브 '초기공TV(초등학생의 기초 공부법)'을 공무원 신분이라 교장선생님의 허락하에 운영하고 있다. 빈둥거리는 작은아들을 보며 큰아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내 몸이 열 개라면 좋겠어요."

  책을 보거나, 유튜브를 만들거나, 글을 쓰거나, 여행하는 몸이 여러 개 있으면 좋겠다고 하는 소리다. 아들의 성실함이 참 마음에 든다. 머리가 썩 좋은 것은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늘 노력을 해오고 있는 녀석이라 아들이지만 존경스럽다.

  드디어 책이 나왔다. 제목은 <위인들에게 배우는 어린이 인성 교육>으로 '소담 주니어' 출판사에서 펴냈고 '김건구'(아들). '황현아'(며느리)가 지은이이고 '젤리 이모'라는 분이 그림을 그려주셨다.

어찌나 반가운지. 어제저녁 늦은 시간부터 읽어 오늘 오전까지 다 읽었다. 초등학생용이라고 생각하고 읽었는데 내가 읽기에 아주 좋다. 아는 에피소드도 있지만 내가 모르는 숨은 이야기도 있어 단숨에 읽었다.

  음~  공정하게 말해서 나름 좋다.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꼭 아들이 써서라기보다는 위인을 읽으면서 딱딱하지 않고 그 시절을 살았던 시대적 환경과 역사를 알 수도 있어 지식에 보탬이 된다. 또 마음을 다 잡을 수 있는 인성에 대한 글이라서 좋다.  

  초등학생이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책의 양이 많다. 고학년이 읽어야겠다. 또 위인에 대한 이야기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성에 대한 마무리 글이 뒤에 따라 나와서 좋다. 보통의 책 크기보다 큰 면에 225페이지에 달한 독서량이 꽤 된다. 아들 스스로도 그렇게 양이 많을 줄은 몰랐단다.

  약간 만화풍의 그림이라 초등학생들이 매우 좋아할 것 같다. '우애' 편의 그림 보고 웃었던 대목이 있다.

해골 그려진 옷을 입고 침을 퉤 뱉고 팔에 문신이 있는 두 사람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이 누나가 말풍선에

  "내 동생 건들지 마!"

하자 동생은 눈물이 고인 눈으로 바닥에 반쯤 엎드려 있다가

  "누나.."

말하는 장면에 풋~ 웃음이 나왔다. 하하~


  가만 보니 그림을 그린 작가분이 꽤 지적인 분 같다. 그림이 아주 충실하다. 내용을 다 읽지 않고 그림을 그리면 글과 그림이 맞지 않아 읽으면서 속상할 때가 많은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 99점을 주고 싶다. 다만 꼭 한 가지를 잡아내자면 '대한민국 독립에 진정성을 보인 남자현'에서 독립운동을 위해 남편이 목숨까지 내놓자 아내인 남자현도 그 뒤를 이어 독립운동에 헌신한다. 국제연맹에서 일본이 중국을 침략한 것에 진상조사를 할 때 그녀는 왼손 네 번째 손가락을 잘라 혈서를 썼다는 대목이 나온다.  '조선은 독립을 원합니다.'를 써서 세계만방에 일제의 만행을 알리려 했다는 글이다. 글 말미에 그녀의 진정성에 대한 인성을 쓰면서 그림이 실린 부분에서 검정 글씨로 '조선은 독립을 원합니다.'쓰여있는데 기왕 빨간색으로 썼더라면 아주 좋았을 것이다. 더 강렬한 혈서의 느낌으로 눈에 띄어 그녀의 진정성이 돋보였을 것이다. 혹시라도 이 책이 재판의 영광을 안게 된다면 내 의견을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몰랐던 부분으로 방정환 선생님이 그렇게 가난했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하던 사업이 망했지만 아버지의 말씀을 새겨듣고 긍정의 마음을 가졌다고 한다.  

  "걱정하지 말아라. 정환아, 오늘 해가 지면 내일 다시 뜰 것이다. 지금은 해가 져서 어두워졌을 뿐이란다. 당장 앞이 캄캄하고 불안하더라도, 잘 버티면 언젠가 빛을 보게 될 거야."

  아버지까지 쓰러지자 학교를 그만두고 가정 살림을 돌보다 손병희 선생님을 만나 어린이를 위한 여러 활동을 하여 동화집을 출간하기도 하며 자신의 꿈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인도를 방문한 교황이 테레사 수녀에게 자기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를 선물로 주며 빠르고, 편하게 이동하여 유용하게 사용하라고 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수녀님은 고맙게 받아 기발한 아이디어로 복권을 만들어 자동차를 경품에 내놔 벌어들인 돈으로 더 많은 가난한 사람들을 도왔다는 사실에 놀랐다.


  '양심에 따라 행동한 이황' 편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안동에서 서울로 가던 이황과 하인은 주막이 멀어 가는 중간에 점심밥을 해 먹기로 하고 하인이 밥을 했단다. 쌀을 씻어 밥을 하려던 하인은 콩밭의 콩도 몇 개 넣으면 맛이 있을 것 같아 따 넣어 밥을 지어 차려드리니 이황은 쌀만 가져왔는데 콩이 들어있다며 밥을 먹지 않았다고 한다. 상황을 실토한 하인에게 남의 물건에 손을 대면 도둑질이라며 굶고 콩밭 주인을 찾아가 콩값을 지불했다는 이야기에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배가 고파서 한 밥이라면 먹어야지 그 밥을 버렸을까?  음식을 버리는 것도 죄악 아닌가?

  하인에게 정직함을 키워주려고 양심적으로 행동했다지만 이미 된 밥을 어쨌단 말인지. 물론 배가 고파봐야 나쁜 짓을 안 하겠지만. 어쩌면 이황의 결정이 옮은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엎그러진 물 같다. 차라리 밥을 먹고 콩값을 지불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조심스러운 생각을 해본다.


  그 외에도 재미있고 교훈적인 내용이 많다. 위인의 이야기에서 초등학생들이 인성을 배우면 아주 훌륭한 사람으로 거듭날 것 같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을 다 잡아주는 책이다.


  책 뒷부분에는 독후 활동을 할 수 있는 틀이 있어 책을 읽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에 대한 감동을 나누는 활동을 할 수도 있어 초등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네이버에 치면 아래의 사진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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