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왔어요

by 해야

자의적인지 타의적인지 모르겠지만 혼자가 편하다. 혼자여도 뭐 나쁘지 않다. 혼밥도 뭐 별 생각 없고, 혼자 영화보기, 혼자 쇼핑하기 아무 문제없다. 물론 누군가와 함께 하면 좋다. 하지만 혼자여도 괜찮다. 예외가 있다면 전시는 혼자인 편을 더 선호한다. 조용히 생각하면서 내 흐름에 맞춰 감상하고 싶은데 일행이 있으면 속도도 맞춰야 하고, 나 때문에 온 일행이 전시에 만족했는지 여부도 살펴야 한다. 그래서 혼자 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누군가와 함께 보면 감상평을 나눌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무슨 일이든 장단점이 있으니까. 그것 말고는 '난 꼭 혼자 할 거야!!' 한 적은 없지만 어쩌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부분의 일상을 혼자 하게 됐다.


무튼 언젠가부터 뭐든 혼자 잘하게 된 나는 여행도 혼자 다니기 시작했다. 친구가 얼마 되지도 않을뿐더러 그 얼마 없는 친구끼리 여행지 정하기, 시간 맞추기, 여행지에서 원하는 것을 조율하기 너무 힘들다. 그래서 포기한, 하고 싶었던 것들이 후회로 남았다. 혼자면 뭐 어때. 혼자라도 할래. 어차피 인생 혼자다.


혼자 무언가를 했다고 하면 화들짝 놀라며 안타까운 눈으로 보는 사람이 종종 있다. 주말에 뭐했냐고 물어서 영화 봤다고 하면 꼭 누구랑 봤는지도 묻는다. (아예 관심 끄는 게 좋겠지만 어차피 내 주말을 캐물을 거라면 차라리 누구랑 보다는 무슨 영화를 봤냐고 물어주라.) 안쓰러운듯한 눈을 하고 사회 부적응자, 친구 없는 사람 취급하며 “아유, 어쩌니. 너 빨리 결혼해야겠다. 누구 소개해줄까?” 하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소개도 안 해줄 거면서. 혼자는 불쌍하지 않고, 이상하지 않다. 그냥 혼자인 거지 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길, 당연해지길 바란다.


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혼자 여행할 거란 말을 듣고 “좋겠다, 잘 다녀와라” 하는 반응이다. 그래서 친구들에겐 혼자 무언가를 했다는 말을 꺼릴 이유가 없다. 혼자라는 말에 과민반응하며 나를 별난 사람으로 만드는 사람들과는 점점 할 말이 적어지고 나를 숨기게 된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한 어머님이 “일행 없어요?” 하시기에 그렇다고 했더니 “그래. 혼자 있고 싶을 때 있지. 사진 찍어줄게요.” 하셨다. 왜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따뜻했다. 언제고 어디서고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따스하다.


꽃보다 청춘 라오스 편 방송 후 한참 라오스 여행 붐이 일었던 적이 있다. 실제로 라오스에는 한국어로 ‘나영석이 매일 아침 먹은 가게’라고 가게 앞에 입간판을 세워두는 등 한글을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었고, 이후 한국인이 너무 많이 방문해 라오스에서는 나영석 PD가 라오스 물가를 바꾸었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당시에도 백수였던 나는(ㅠㅠ) 출국일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땡처리 비행기표를 샀다. 물론 그런 일정에 합류해 줄 이는 없었고 당연히 혼자 갔다. 라오스 여행 중 국내선 비행기를 타려고 공항에 갔다가 만난 한국 할아버지가 혼자 왔냐고 물으셨다. 그렇다고 했더니 같이 패키지여행을 온 일행들을 모두 불러서는 “이것 봐, 젊은 처자가 혼자 왔대. 대단해, 대단해.” 하셨다. 졸지에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대단하다는 말을 듣고 도망치듯 공항을 나왔다. 또 다른 날은 해먹 카페에서 내 옆 해먹에 누워있던 사람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해 서로 사진을 찍어주다가 동행하게 됐다. 나랑 동갑에, 얼마 전 실직한 처지도 비슷했다. 그녀가 한 말 중 영화 <동주>를 보고 별이 보고 싶어 무작정 몽골행 비행기를 끊어 다음 달에 또 여행할 거라는 말이 아직도 종종 생각난다. 크고 대단하지 않더라도 하고 싶은 일은 과감하게 결정하고, 해내는 삶을 사는 것이 쉽지만 쉽지가 않다.


평소에 혼자 이것저것 많이 하다 보니 동생이 내 혼자 생활을 글로 적어 정리해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했다. 좋은 생각이다. 그래서 <혼자왔어요> 시리즈를 만들기로 했다. 첫 혼자 이야기는 제주도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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