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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4. 갈라파고스 2일차: 크리스마스 스노클링

산타크루즈섬->이사벨라 섬 이동

by 에스더

2024.12.25. (수)


오늘은 그렇게 힘들게 들어온 산타크루즈 섬을 하루 만에 떠나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사벨라 섬에서 산크리스토발 섬으로 넘어갈 때 산타크로즈 섬을 경유해 가야 하기 때문에 이 섬에서 시간을 보낼 기회가 또 있어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새벽 6시 선착장에 도착했다. 어제 동료들에게 줬던 크리스마스 선물 중 산타 모자가 있었는데 모두들 그 산타 모자를 쓰고 페리 선착장에 나와줘서 너무 귀여우면서도 웃겼다. 줄을 서서 이사벨라 섬으로 넘어가는 페리를 기다리고 있던 중 옆에 작은 간이매점이 열려서 샌드위치도 사 먹으면서 가끔 지나가는 바다거북이와 바다사자도 구경하며 기다리다 보니 금세 페리를 탈 시간이 되었다.


또다시 수상택시-2시간의 페리-수상택시를 타고 이사벨라섬에 도착했다. 산타크루즈섬에서 며칠 보내셨던 동료분들은 이사벨라섬이 물도 깨끗하고 산타크루즈섬보다 훨씬 좋다고 하셨다. 선착장에서는 또다시 택시를 타고 에어비앤비 숙소로 향해야 했다. 갈라파고스 택시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택시의 차종과 달리 전부 픽업트럭인데 경찰차조차 그렇다. 아마 이 섬의 비포장 도로를 달리려면 이 차종이 적합한가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택시 아저씨가 처음 자신 있게 우리를 태워줄 때와는 달리 우리 숙소 이름이 생소하셨는지 계속해서 방향을 우리에게 물어보았다. 그렇지만 우리 중 핸드폰에 인터넷이 드는 사람은 없었고, 오른쪽! 왼쪽! 직진!을 외치다 우여곡절 끝에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네덜란드에서 이주해 갈라파고스에서 살고 계신 집주인분이 아들과 함께 나와서 이사벨라 섬의 전반적인 것들에 대하여 설명해 주셨다. 지금 당장 떠나는 투어가 있다고해서 고민하다 오늘은 천천히 섬을 둘러보기로 했다. 나오는 길에 보이는 식당에서 오늘의 메뉴를 주문해 점심을 먹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너무 적게 나온 음식에 또 다른 먹을 것을 찾으며 자전거 빌리는 것에 도전해 보았는데 원하는 가격에 원하는 컨디션의 자전거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자전거를 빌리는 것을 잠시 멈추고, 와인과 베이커리를 판매하는 카페를 찾아 들어갔다. 크리스마스라 그런지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아서 어렵게 찾은 카페였다. 티라미수와 초콜릿케이크를 주문하였는데, 티라미수 맛이 좀 이상했다. 이런 맛을 느끼는 것에 둔감한 나도 알아차릴정도로 맛이 이상했다. 처음에는 티라미수의 크림 부분이 크림치즈로 되어있어서 시큼한 맛이 나는 건 줄 알았는데, 빵 부분에서 이상한 맛이 났다. 주문을 받아주는 분에게 티라미수의 맛이 이상하다고 이야기하니 와인을 넣어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카페 이름이 '와인과 빵'이긴 했다.


티라미수에 와인을 넣어서 맛이 시큼하다는 것이 이해가 잘 되지 않았지만, 그냥 티라미수는 먹기를 포기하고 초콜릿케이크만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주문을 받는 분이 다시 나와서, 티라미수가 신선하지 않은 것 같다고 미안하다며 다른 빵을 무료로 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직원에게 네가 가장 좋아하는 빵을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사과가 들어간 케이크를 추천해 주었다. 그래서 그걸로 주문했는데 받아보니 건포도와 사과가 들어간 케이크였다. 그러나 우리 중 건포도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고, 건포도를 스페인어로 알지 못하는 우리 탓이다 하며 건포도가 없는 부분을 열심히 파먹었다.


카페에 앉아 있으면서도 셋 다 크리스마스 모자를 쓰고 있었더니, 길에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호!호!호!하면서 Feliz Navidad(메리크리스마스)을 외쳤는데, 그중 산타옷을 입고 버스를 운전하던 할아버지가 멈춰서 차에 내려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결국 자전거는 다른 날로 미루고 오늘은 걸어서 섬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페리에서 내렸던 선착장 쪽으로 향해 걸으니 많은 바다사자들과 이구아나들이 있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작은 펭귄도 볼 수 있었다. 뭔가 이 섬에서는 다양한 동물들을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에 스노클링을 하러 가기로 했다.


나는 수영하는 것도 좋아하고 스노클링도 좋아하지만 발이 닿지 않는 곳에서 수영을 하는 것을 굉장히 무서워한다. 그래서 처음엔 밖에서 지켜보겠다고 했는데 막상 두 분이 모두 들어가셔서 수영하는 모습을 보니 왠지 용기가 생겼다. 그래서 옷을 벗어던지고 수경을 끼고 바다로 몸을 날렸다. 사실 몸을 날리진 못하고 물이 너무 차요 징징거리며 엉금엉금 들어갔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모든 분들에게 내가 너무 무서우니까 혹시 저기서 나오지 못하면 모두 나를 도와줘라고 말하며 들어갔다. 간절한 상황이 되니 있는 스페인어 없는 스페인어 모두 긁어서 사용하게 된다. 처음에는 너무 긴장해 허우적거렸더니 더 가라앉기만 했는데 나중에는 몸 적응해서 적당히 수영할 수 있었다.


수영을 마치고 수건으로 몸을 돌돌 말아서 집으로 돌아와 씻고 나와 저녁으로 해산물 그릴을 먹으러 왔다. 그리고 디저트로 또 티라미수가 나왔는데 이번엔 다행히 맛있는 티라미수였다. 오늘 돌아다니던 중에 발견했던 투어사에서 내일 아침 출발하는 터널투어를 예약하기도 했다. 미리 전부 알아보지 않고 와서 현장에서 바로 전날 예약하는 이런 루틴이 적응되지 않으면서도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빵집에서 내일 아침으로 먹을 빵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밤에는 부엌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곳에 도착한 지 고작 이틀차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동료분들과의 시간과 갈라파고스에서의 시간이 이미 많이 쌓인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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