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봄, 엄마

- 가장 아름다운 사람

by 까미

2024년 유난히 춥고 길었던 겨울이 25년 3월까지 이어졌다.


지루한 겨울만큼 계속되던 엄마의 기침이 꽤 오래간다는 소식에

여든이 훌쩍 넘은 엄마의 건강이 걱정이었는데, 갑자기 기침이 심해지셨단다.

카톡방에 뜬 '엄마의 입원문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그다음에 두 번째로 내 눈에 들어오는

'폐렴'이라는 단어에 내 가슴과 내 다리가 합체가 되는 듯 덜컥 주저 앉아 버렸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엄마는 그냥 내 엄마로 그 자리에 계신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제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웠던 것 같다.


나는 햇살이 가장 따스한 남쪽 도시 사천에서 태어난 1남 7녀의 막내딸이다.

내가 생각하는 어릴 적 엄마는 '무쇠'처럼 강한 분이셨는데

지금의 엄마는 바람에 훅 불면 넘어질듯한 40킬로를 조금 넘은 몸무게로 바뀌었다.

내세울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집안에 맏며느리로 시집와서

단 한 번도 자식들 밥 굶 긴 적 없이 8남매를 키워내시고 365일 중 단 하루를 쉬지 않고 열심히

달려오셨다.


바람만 후 불어도 쓰러질 것 같은데. 폐렴이라니.....

강한 항생제 약 때문인지 섬망증세로 온 가족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버렸다.

엄마는 중얼중얼, 고구마가 눈앞에 아른거린다고도 했고,

밤낮없이 세상 못다 한 이야기를 다 풀어내듯 쉬지 않고 말을 뿜어내셨다.


그렇게 일주일을 폐렴과 씨름하고, 마지막 처방으로 수면제 한알로

숙면을 취한 덕분인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셨다.


너무 감사했다.

이 따스한 봄이 싫어지고 무서울 뻔했는데

봄처럼 따스한 나의 엄마를 살려주셨다.


엄마도 무서웠다고, 눈앞에 무언가 아른거렸다고 하시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엄마 나도 무서웠어요, 더 바랄 것도 없이 지금 이 모습대로만이라도 내 곁에 있어주세요'라고

간절하게, 너무도 간절하게 원했다.


7남매 자식 키우느라 고생만 하신 엄마는

내 인생의 봄 같은 존재이다.

그냥 지금 그 자리에 머물기만 해도 따스해지고, 생각만 해도 따스해지는 봄!

봄날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더 바랄 것도 없이 지금의 봄날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나의 작은 바람.


나도 내 아이에게 그런 봄 같은 엄마일까?

따스한 2025년 봄날 오후에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나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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