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언수행 같은 시간들

- 날개를 마음껏 펼치기를

by 까미

40년 이상을 살아가는 동안 다이어리에 수많은 D-day를 남기며 살아왔지만

수능 D-day는 그 무게감이 상당하다.

2025년 11월 6일! 수능 7일 전.

많은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내 삶에서도 재수를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았고, 재수의 길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지 알 수 없었는데,

1년간 아이의 재수생활을 지켜보면서, 재수는 '묵언수행'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대화조차 허락되지 않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관리형 독서실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아이는 하루 종일 공부하고 집에 돌아오면 밤간식 타임 10분이 유일하게 사람과 대화하는 시간이라고 한다.

그 사람의 주인공은 엄마인 나.

아이는 작은 접시에 놓인 간식을 먹으면서 '이 순간 너무 행복하다.'라고.

대화할 수 있고, 잠시 쉼을 가질 수 있는 그 짧은 시간이 아이에겐 달콤한 초콜릿 같은 시간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아이의 재수를 흔쾌히 수락하지는 못했다.

둘째까지 고등학생이다 보니 경제적 부담도 있었고, AI 시대에 대학간판보다, 1년이라는 시간을

다른 경험으로 채우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앞섰다.

나의 이런 마음을 알았는지 아이는 대학 정시 접수 후 1달간 집 앞 도서관에서 혼자 공부를 하고 왔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고등학생 3년 동안 쉼 없이 달려왔는데, 제대로 쉬어보지도 못한 채 다시 수험생의 길을 걸으려고 혼자 결정하고, 1달이 된 후 재수에 대한 간절함을 엄마인 나에게 전했다.

울먹울먹 나에게 말을 전하던 아이의 눈을 보니, 더 이상 반대할 수는 없었고, 다음날 우린 관리형 독서실로 바로 향했다.

그곳은 친구도 대화도 허락되지 않은 외딴섬이었다. 약 10개월간 인강 선생님과의 내적친밀감을 유지하며,

혼밥을 하고, 밤 10시 반이 되어서야 집으로 귀가하는 챗바퀴 같은 생활.

아이는 그렇게 10개월을 버텼고, 다음 주 수능을 앞두고 있다.

나조차도 그렇게 치열하게, 외롭게 살아보지 못했는데, 주말조차도 한 번도 쉬지 않고 등원하는 아이를 보며,

무한응원을 보낸다.

'고생했다, 우리 딸 유림이'

원하고 원했던 대학합격 행운까지 얻기를, 혼자서 잘 이겨낸 그 시간들이 아이의 긴 삶에서 밑거름이 되기를 또 간절히 바라본다.

너의 날개가 마음껏 펼쳐지기를! 너의 꿈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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