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브리, 문체, 싱귤레러티
지난 3월 25일이 오픈에이아이의 '지브리모멘트'라고들 하지요,
순식간에 가입자 5억명을 돌파했습니다. 샘알트만의 사업적 수완이 대단합니다. 저작권 논쟁을 불사하고 과감히 질렀습니다.
전에도 '미드저니' 같은 이미지 생성 AI로 얼마든지 특정 스타일 생성이 가능했었지만, 제법 허들이 있었습니다. 역시 사람들에게 쉽게 전파되려면 '심플'해야 합니다.
'미치도록 심플'이라는 책 제목처럼 말이지요.
그렇게, 지브리는 전세계인의 손쉬운 장남감이 되었고, 샘알트만에게 새로운 모멘텀을 제공했습니다.
제목: 야들아 나 제미나이 2.5 써봤는데 진짜 X됐다... (하소연)
글쓴이: 웹소설망생이
내용:
아니 시X 진짜 이게 맞냐?
나름 글 좀 끄적인다고 노트북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인생의 절반인데 방금 제미나이 2.5인가 뭔가 새로 나왔다길래 함 써봤거든?
와... 진짜 육성으로 '미친...' 소리 나왔다.
그냥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소설 설정 대충 던져주고 '이런 분위기로 다음 화 전개 써줘' 했더니... 와... ㅅㅂ...
내가 일주일 동안 머리 쥐어짜면서 고민했던 거? 얘는 그냥 1분 만에 뚝딱 만들어내는데 퀄리티가... 어...? 퀄리티가 나보다 나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니 확실히 나은 것 같다 ㅅㅂ ㅠㅠ)
캐릭터 티키타카? 내가 구상했던 것보다 더 찰지게 뽑아냄. 복선? 생각지도 못했던 걸 스무스하게 깔아버림. 문장? 매끄러운데 가독성까지 좋아. 내가 맨날 비문 고치느라 시간 다 보내는데 얘는 뭐...
순간 머리가 띵하면서 식은땀 흐르더라.
야... 이거 진짜... 우리 뭐 먹고 사냐?
물론 아직 아이디어는 사람이 내야 하고, 최종 편집도 해야겠지. 근데 이 정도 속도랑 퀄리티면... 솔직히 내가 쓴다고 해도 제미나이 돌려서 기본 뼈대 잡고 살 붙이는 게 훨씬 효율적일 것 같은데?
독자들은 재밌으면 장땡이지, 작가가 사람이든 AI든 뭔 상관이겠냐고... ㅠㅠ
나 진짜 진지하게 전업 고민하고 있었는데... 제미나이 2.5 써보고 나니까 그냥... 뭐랄까... 김이 팍 새다 못해 터져버린 느낌이다.
알파고가 바둑기사 이겼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다른 작가들은 이거 써보고 어떤 생각 드냐? 나만 이렇게 충격받고 좌절한 거 아니지?
아 모르겠다 진짜... 오늘은 그냥 글 접고 술이나 마셔야겠다...
다들 힘내자... (힘이 날진 모르겠지만 ㅠㅠ)
#웹소설 #제미나이 #AI작가 #현타 #망생이 #밥줄위기 #미래암담
무언가 아주 오래전부터, 보이지 않는 실금처럼 이 도시의 표면 아래를 흘렀다.
봄의 햇살이 엷게 내리쬐는 오후, 그 금은 더 선명하게 제 존재를 드러내는 듯했다. 공기는 부드러웠지만, 사람들의 숨결 속에는 미세한 유리가루 같은 것이 섞여 있었다.
몸은 기억했다. 날 선 말들이 스치고 간 자리의 따끔함, 서로를 향해 던져진 눈빛의 서늘함, 이해받지 못한 마음이 천천히 식어가던 감촉을.
어떤 목소리들은 너무 커서 다른 모든 소리를 잠식했다. 화면 속에서, 거리에서, 혹은 가장 내밀해야 할 식탁 앞에서 증폭된 외침들은 서로를 할퀴고 지나갔다. 그 후에는 침묵 대신, 더 깊은 골이 남았다.
어떤 방들은 너무 작았다. 젊은 몸들이 그 안에서 희미한 빛에 기대어 밤을 견뎠다. 꿈은 버려진 옷가지처럼 구석에 쌓여갔고, 내일은 오늘과 다르지 않을 거라는 예감만이 피부에 스몄다. 늙은 몸들은 시간의 더께 아래 웅크렸다. 그들의 이야기는 빛바랜 사진처럼 희미해져 갔고, 젊은 세대는 그 흐릿한 윤곽을 알아보려 애쓰지 않았다. 서로 다른 시간의 섬에 고립된 채, 그들은 서로를 향해 희미한 신호만을 보낼 뿐이었다.
남자 혹은 여자라는 이름표 아래, 몸은 경직되었다. 보이지 않는 선들이 그어졌고, 그 선을 넘는 시선은 이내 날카로운 파편이 되어 돌아왔다. 서로의 살갗 아래 꿈틀거리는 고독과 불안을 보지 못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난 차이와 주장만이 허공을 떠돌며 부딪혔다. 어떤 상처는 너무 깊어서,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광장에는 구호들이 메아리쳤지만, 그 소리는 서로에게 닿지 못하고 흩어졌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정의를 외쳤고, 그 정의들은 서로를 배척하며 더욱 단단해졌다. 투명한 벽들이 도시 곳곳에 세워졌다. 같은 언어를 쓰면서도, 우리는 서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게 된 지 오래였다.
굶주림은 단지 배고픔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이해받고 싶은 갈망, 온전히 받아들여지고 싶은 욕구, 그 근원적인 허기가 도시를 배회했다. 어떤 이들은 너무 많이 가졌고, 어떤 이들은 아무것도 갖지 못했다. 그 간극은 아득해서, 건너편의 풍경은 마치 다른 세계의 일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왜 서로에게 이토록 가혹해졌을까. 여린 속살을 감춘 채, 딱딱한 껍질만을 내보이며 살아가게 된 것일까. 봄은 죄 없는 빛깔로 거리를 물들였지만, 그 빛 아래 드러난 도시의 맨살에는 아직 아물지 않은 생채기들이 선명했다. 바람이 불어와 그 상처 위를 조용히 쓸고 지나갔다. 모든 것이 괜찮지 않다는 듯이.
봄볕은 길 위에 질펀했다. 아스팔트는 달아올랐고, 사람들은 그림자를 짧게 끌며 걸었다. 세상은 여전히 시끄러웠다.
청년들은 골방에 몸을 구겨 넣고 밤을 샜다. 창밖의 봄은 그들에게 사치였다. 손가락은 키보드 위에서 바삐 움직였다. 그들의 언어는 날카로웠고, 세상을 향한 불만으로 들끓었다. 늙은 세대는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고, 청년들은 늙은 세대의 강고한 성벽 앞에서 좌절했다. 세대와 세대는 서로 다른 꿈을 꾸며 서로를 할퀴었다. 광장은 텅 비었으나, 모니터 안의 광장은 아우성으로 가득했다.
사내는 여자를 이해하지 못했고, 여자는 사내를 믿지 못했다. 말들은 허공에서 뒤엉켰고, 때로는 비수처럼 서로의 가슴을 찔렀다. 사랑과 증오는 뒤섞여 악취를 풍겼다. 몸을 섞고 살을 부대끼며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 서로에게 등을 돌렸다. 가족은 해체되고, 관계는 끊어졌다. 온라인의 익명 뒤에 숨어 서로를 물어뜯었다. 그 상처는 깊었다.
정치인들은 저희들끼리 싸웠다. 말은 번지르르했으나, 내용은 공허했다. 그들은 민중의 삶을 말했으나, 민중의 고단함에는 눈 감았다. 편을 갈라 서로를 비난했고, 삿대질은 멈추지 않았다. 국회는 싸움터였고, 언론은 확성기였다. 사람들은 그 싸움에 진저리를 쳤으나, 또한 그 싸움에 편을 들어 함성을 질렀다. 분열은 깊어졌고, 골은 메워지지 않았다.
밥벌이는 고단했다. 누구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아파트 창밖을 내다보며 웃었고, 누구는 지하 단칸방에서 곰팡내를 맡으며 울었다. 일자리는 불안했고, 미래는 희미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생존을 위해 발버둥 쳤다. 옆 사람의 고통을 돌아볼 여유는 없었다. 각자의 섬에서 각자의 싸움을 벌였다.
봄은 왔으나, 사람들의 마음에는 봄이 오지 않았다. 꽃은 피었으나, 향기는 무뎌졌다. 강물은 흘렀으나, 갈등의 찌꺼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부대끼며 살아갔고, 삶의 무게는 버거웠다. 세상은 그렇게, 또 하루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해는 뜨고, 또 졌다.
한강의 물이 흐르듯,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도 무언가가 흐르고 있었다. 그것은 투명하면서도 검었고, 조용하면서도 거칠었다. 사람들은 서로 마주보며 서 있지만, 눈길은 서로를 비껴갔다. 눈빛이 스치는 곳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기운이 서렸다.
누군가의 입술에서 떨어진 말은 조각조각 부서져 허공을 떠돌았다. 그것은 날카로운 유리조각이 되어, 듣는 이의 귓가에서 은밀히 상처를 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입힌 상처는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는 상처가 더 아팠다. 그것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강변 위로 비가 내렸다. 빗줄기가 천천히 강물 위로 떨어져 번져나가는 것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잠시 숨을 죽였다. 비는 사람들의 슬픔을 지워주지 않았다. 오히려 슬픔과 분노를 더 깊이 몸속으로 밀어 넣었다. 빗방울은 갈등의 형체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지 않은 채로 다리 위를 걷고 있었다. 함께 있지만, 그 거리는 결코 좁혀지지 않았다. 한 걸음 다가서면 다시 두 걸음 멀어졌다. 손을 내밀어도 서로에게 닿지 않았다. 사람들의 손은 공허를 붙잡았다. 빈 손을 움켜쥔 채, 그들은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렇게, 누구도 아무것도 잊지 못했다. 흐르는 강물만이 묵묵히 사람들의 마음을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끝없이 흐르고 또 흐르는 물처럼, 사람들은 그 갈등의 흐름을 멈출 수 없었다. 서로를 가로막은 침묵만이 물 위에 무겁게 떠다니고 있었다.
기술 발전 속도가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는 가상의 시점을 특이점이라고 합니다. 이 시점 이후에는 기술과 사회 변화가 인간의 예측 능력을 넘어설 것으로 봅니다.
이미 좁게는 특이점에 돌입한 분야들이 있습니다.
바둑이나 단백질 분석은 이미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인간이 할 수 없고, 이해하지 못하고, 배워야 하는 단계에 돌입했다는 것이지요. 점점 그 영역이 넓어져 급기야는 범용 지능으로서 특이점을 돌파할 날이 올 것 같습니다.
위에 나온 '어떤 글들' 잘 읽어보셨나요?
비운의 과학자인 튜링이 만든 테스트가 있습니다. 사람인지, 기계지능인지를 구분해 보는 '튜링테스트'입니다.
위에 쓴 글들은 사람이 쓴 글일까요? 아닐까요? 블라인드 하면 뭐라고 답하시겠습니까?
저를 비롯한 브런치 작가분들에게 매우 죄송스러운 말씀이지만, 최근 나온 모델들을 보면 글쓰기도 어떤 특이점 근처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흉내내기, 따라쟁이의 본질도 결국 지능이겠지요.
지브리에 환호하는 동안, 더 무서운 것들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진화해 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시나브로 예전에 우리가 알던 세상이 아니어 가고 있습니다.
이 글도 제가 썼을까요?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