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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상 Genesius Aug 15. 2021

눈의 여왕(The Snow Queen)

사랑이라는 따뜻한 마음

눈의 여왕(The Snow Queen)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대표작 중 하나이며 겨울왕국과 나니아 연대기의 모티브가 된 동화이기도 합니다.     



옛날 옛적 어느 평화로운 마을에 사이가 좋은 두 친구가 살았어요. 둘은 날마다 들에 가거나 강에 가서 노는 것을 좋아했지요. 물고기를 무척 좋아했던 여자아이의 이름은 게르다였고, 꽃을 좋아하는 상냥한 남자아이는 카이였어요. 마을 사람들은 착한 게르다와 카이를 좋아했답니다.     

서로는 이웃에 살아서 카이 할머니의 꽃밭에서도 자주 놀았어요. 그러다 늦은 시간까지 놀 때면 카이네 집에서 같이 저녁 식사를 하고는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를 듣곤 했어요.     

그러던 어느 추운 겨울밤이었어요. 아침부터 카이네 집에서 놀던 게르다가 카이의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졸랐어요.      

 "할머니, 오늘도 신기한 이야기 해주실 거죠? 꼭 듣고 싶어요."     

게르다가 할머니에게 부탁하자, 손주인 카이도 이야기를 들려 달라며 게르다를 거들었어요. 그러자, 할머니가 말했어요.

"자, 그럼.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해줄까. 음. 옳거니 이런 추운 날이면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단다. 그걸 해줘야겠구나."

"무슨 이야기예요? 아무렴 어때요. 할머니가 해주시는 이야기는 다 좋아요."

카이의 방긋 웃는 얼굴을 본 할머니는 미소가 절로 나왔어요.     

"상냥하기도 하지. 너희 저기 창밖 멀리에 조그마하게 보이는 성이 보이지? 옛날부터 내려오는 이야기로는 그곳에 엄청나게 무서운 힘으로 눈의 병사를 부리는 눈의 여왕이 살았단다. 여왕이 눈을 크게 뜨면 모든 것을 얼려버렸지. 이렇게 입술을 모아 바람을 ‘후’ 불면 어느새 얼음같이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지 뭐니. 그렇게 눈의 여왕이 심술을 부리면 세상에 봄이 늦게 오지 뭐니, 그러고는 눈만 내렸지."

그 말을 듣던 게르다는 창밖을 보며 무서워했어요. 그러자 카이가 게르다에게 말했어요.     

"괜찮아 게르다. 그 눈의 여왕이 온다면 내가 저 난로의 불을 가지고 맞설 거야."

카이는 난로 앞에서 용감하게 말했답니다. 할머니와 게르다는 카이의 친절함과 용기에 손뼉을 치며 응원했어요.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 왔어요. 밤새 내린 눈으로 마을에는 흰 눈이 쌓였지요. 이날은 카이가 썰매를 들고 게르다의 집으로 가 게르다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어요.     

 "오늘은 이 썰매로 신나게 놀아야지. 강에서 놀까, 호수에서 놀까. 앞쪽 연못은 너무 작으니까 호수로 가자고 해야지. 게르다가 좋아하는 곳이니까 아마..."     

그때였어요. 트롤 한 마리가 커다란 거울을 들고는 마을의 지붕들을 밟으며 “통통” 크게 뛰며 지나다니는 게 아니겠어요. 한참을 뛰던 트롤이 게르다의 집 지붕에 다다랐을 때였지요. 이번에도 크게 뛰려고 하는 트롤이 그 순간에 게르다를 기다리며 멀뚱히 서 있던 카이와 눈이 마주쳤어요. 무섭게 생긴 트롤을 본 카이가 “어!”라고 소리 질렀지요.

그러자, 트롤이 소리에 놀라 발을 헛디뎌 지붕 아래로 미끄러졌답니다. 게르다의 지붕에 있던 눈과 함께 순식간에 땅으로 눈과 함께 흘러 떨어졌어요.     

그런데 이걸 어째요? 트롤이 가지고 있던 거울이 맨땅으로 떨어지면서 깨졌지 뭐예요? 그 깨진 거울의 파편이 하나는 카이의 눈과 다른 하나는 카이의 심장에 깊게 박혀버렸답니다.

"으악! 이... 이런 큰일 났다. 여왕님께 가져다 드려야 할 거울이 박살이 났네. 야, 이 꼬마야. 너 때문에..."  

트롤은 깨진 거울의 파편을 모으며 카이를 바라보며 말했어요. 그런데 카이가 아무 반응이 없자, 이번에는 트롤이 카이를 ‘툭툭’ 건드렸어요.     

"이크. 나마낙수문. 이 아이에게 주문을 외워도 반응이 없군. 악마의 거울이 깨질 때, 파편을 맞은 모양이군. 쯧쯧 쯧. 이제 너는 전처럼 따뜻한 아이가 아니게 될 거다. 만약 따뜻했다면... 말이지. 이제 그냥 차가운 아이가 되었어. 그리고 안 됐지만, 곧 있으면 여왕님이 널 찾아올 거니까 가족들에게 작별 인사나 해라. 알아들을 수 있다면... 말이지."

그렇게 말한 뒤 트롤은 남은 깨진 거울 파편 조각을 모두 모은 뒤 사라졌답니다.

뒤늦게 게르다가 집 바깥으로 나왔지만 차가워진 카이는 멀뚱멀뚱 게르다만 쳐다보고만 있었어요.     

"카이야. 오늘은 썰매를 타기로 했으니까 호수로 가자!"     

하지만 카이는 그저 제자리에서 서 있기만 했답니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친구 카이가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 것이라 여겼어요. 이윽고 장난기가 발동한 게르다는 썰매에 달린 끈을 카이에게 묶어 얼어붙은 호수로 갔어요. 카이는 나무 인형처럼 걸어 게르다를 따라갔습니다.     

"카이야! 여기가 좋겠어. 우리 신나게 썰매를 타보자!"     

썰매 위에서 까르르 웃는 게르다와는 정반대로 카이는 나무처럼 움직였고 곧잘 넘어졌어요. 한참이 지나도 말없이 우두커니 서 있기만 하는 카이가 점점 걱정되었어요. 게르다는 타던 썰매를 가지고 호수 바깥에 있는 나무에 묶어두고는 다시 호수 가운데 있는 카이에게로 조심스럽게 다가갔어요.     

"정말 단단하게도 얼었구나. 그리고 너무 미끄러워. 카이야.... 어? 또 눈이 내리네."     

내리는 눈 사이 멀리 보이는 눈의 여왕이 하늘에서 얼음마차를 타고 호수 가운데 카이가 있는 곳에 내렸어요. 그리고는 카이를 홀리듯 볼에 입을 두 번 맞추었어요. 그러자, 카이는 눈의 여왕의 얼음마차를 타고는 순식간에 사라졌지 뭐예요.     

게르다는 사라지는 카이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미끄러운 얼음판에 넘어져 울었어요.

"안 돼. 카이야. 어쩜 좋아. 나쁜 눈의 여왕이 카이를 데리고 갔어. 카이의 할머니에게는 뭐라고 얘기하지? 도대체 어디로 데려간 거지?"

게르다는 카이의 썰매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어요. 카이의 할머니는 게르다에게 눈의 여왕이 나타나 카이를 데려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슬피 우셨어요.     

"할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저기 있는 성으로 가서 카이를 구해올게요."

"아니다. 내 잘못이야. 눈의 여왕은 거기에 없단다. 정말로 눈의 여왕이 찾아왔다면 다른 곳에 있을 거야. 그건 그냥 옛이야기였단다. 게르다야 카이는 진짜 어디로 간 거니? 상냥한 카이가 어디로 갔는지 알려줄 수 있니?"     

게르다는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할머니에게 오히려 걱정을 덜게 되어 잘 됐다는 생각하고는 말했어요.     

"맞아요. 할머니. 죄송해요. 제가 거짓말을 했어요. 카이는 낮에 놀러 온 제 사촌이 썰매를 타다 호수에서 크게 넘어져 다쳤는데... 바로 그 아이를 업고 카이가 제 사촌의 집으로 떠났어요. 카이는 정말 용감했어요."

"정말이냐? 그럼, 언제 온다는 얘기는 없구? 그나저나 다행이구나. 이제 네가 그 사촌에게로 가서 카이를 좀 데려올 수 있겠니?"

"네, 그럴 참이었어요. 죄송해요. 할머니. 괜히 걱정하실까 봐. 제가 거짓말을 했어요.     

할머니는 상냥한 카이는 남을 돕는 그런 아이라며, 게르다가 카이를 데려오기만을 기다리겠다고 했어요.

 

몇 주가 지나 날이 따뜻해져 눈이 녹고, 새싹이 자라는 봄이 되자, 게르다는 카이를 찾아 떠났답니다. 처음으로는 눈의 여왕과 카이를 태운 얼음마차가 날아갔던 방향으로 향했지요. 제대로 가고 있는지 카이는 무사한지 너무 걱정되었고 두려웠답니다.

끝없는 길이 이어진 곳으로 걷고 또 걷는 게르다는 어디로 가야 할지 점점 더 막막해졌답니다. 그러다 겨울잠에서 막 깨어난 다람쥐가 게르다에게 강물을 지나다 보면, 네가 찾는 아이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알려줬어요.  게르다는 다람쥐에게 고마워하며, 자신의 빵을 조금 떼어줬어요. 다람쥐는 밝은 얼굴로 공중을 한 바퀴 돌아보며 좋아했답니다.

강물을 따라가려고 강가로 내려간 게르다는 때마침 작은 돛단배가 보여 배 위로 얼른 올라갔어요. 그리고는 노를 저어 강물을 따라 카이를 찾으러 갔습니다.     

얼마쯤 가다 보니 강가 근처에서 게르다를 향해 손을 흔드는 할머니가 보였어요. 게르다는 그 할머니에게 여쭤보려고 배를 세우고는 말했어요.     

"안녕하세요, 할머니. 혹시 저랑 비슷한 나이의 남자아이를 보셨나요? 이름은 카이라는 아이예요."

"넌 예쁜 여자아이로구나. 친구를 잃어버렸니?"

"네, 카이를 꼭 찾아야 해요."

"미안하구나. 그런 아이는 못 본 것 같지만 말이다. 하지만 우리 집에서는 알아낼 방법이 있단다. 뭐라도 먹으면서 얘기를 해보자꾸나. 어떠니?"

마녀는 고깔모자를 깊게 눌러쓰고는 활짝 웃었어요. 그리고는 게르다를 데려가 손녀로 삼고 싶어 했답니다.     

게르다는 강물을 따라 또다시 노를 다시 저으려면 기운을 차려야 했기에 마녀를 따라가기로 했어요.

마녀의 집에 도착한 게르다는 너무 피곤해 의자에 앉아 잠시 쉬기로 했지요. 지쳐 쉬는 게르다에게 마녀는 수프를 만들어 주었어요. 배가 고팠던 게르다는 수프를 맛있게 먹었답니다. 수프를 다 먹자, 갑자기 졸음이 쏟아진 게르다는 식탁에서 깜빡 잠이 들었어요.     

잠시 후 잠에서 깬 게르다는 자신이 어디에 와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조차 기억을 하지 못했어요. 마녀가 너무 외로운 나머지 게르다와 함께 살고 싶어 마법을 부렸지 뭐예요. 게르다는 마녀를 자신의 친할머니로 알고는 며칠을 마녀와 같이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게르다는 마녀의 집 난로에서 타들어 가는 불꽃을 보고는 말했어요.      

"아이, 참. 정말 따뜻하구나. 항상 난로 앞에 앉아 카이와 옛날이야기를 듣곤 했는데. 맞아 그랬었지!"

순간 카이의 집에서 카이와 옛날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떠올랐어요. 어렵게 기억해낸 게르다는 마침내 모든 기억이 찾을 수 있었어요.

"카이를 찾아야 해!"     

게르다는 마녀의 집을 몰래 빠져나와 강가로 갔어요. 하지만 마녀가 돛단배를 숨겨 두었는지 보이지 않았어요. 하는 수 없이 게르다는 숲속으로 향하게 되었답니다.

그러다, 나무 위에서 밥을 먹는 까마귀를 만났어요.     

"까마귀야, 까마귀야! 혹시 나와 비슷한 나이의 남자아이를 보았니? 이름은 카이란다."

그러자, 까마귀는 날개를 푸드덕거리더니, 게르다에게 따라오라는 듯, 게르다의 옷을 부리로 잡아끌었어요. 힘이 어찌나 세던지 게르다는 까마귀가 이끄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었답니다.

까마귀는 게르다를 데리고 숲 밖에 있는 황금궁전으로 안내했어요. 때마침, 산책을 나온 황금궁전의 왕자와 공주는 게르다를 발견하고는 신하들과 함께 게르다에게 다가갔어요.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왕자님의 얼굴이 카이와 똑같이 생겼지 뭐예요.     

"카이야! 카이 맞니?"

게르다는 왕자님에게 다가가 카이인지 확인했어요. 하지만 왕자님은 "카이가 누구냐"며 게르다에게 되레 물었지요. 그때 옆에 있던 공주님이 화를 내는 왕자를 대신해 말했답니다.

"너는 친구를 찾는구나? 그 카이라는 남자아이가 네 친구니? 여기 있는 남자아이는 카이가 아니란다. 이 황금궁전의 왕자님이셔."

게르다에게 모든 이야기를 전해 들은 공주님은 친구 카이를 찾는 게르다가 안쓰러웠어요. 그래서 황금마차와 음식을 내어 주며, 카이를 꼭 찾길 바란다고 말했답니다.     

게르다는 공주님에게 감사해하며 황금마치를 타고 다시 길을 떠났어요. 황금마차는  산속을 힘차게 달리며 점점 깊숙이 들어갔답니다.

한밤이 다되어서 어느 험한 산골짜기를 지날 때 주위가 어두워 말들이 불안해했어요.

"괜찮아. 무서워하지 마. 이 골짜기만 빠져나가면 마을이 나온다고 했으니 조금만 힘을 내어 주렴."

그런데, 그때였어요. 황금마차 주변을 가득 메우는 사람들이 보였어요. 입고 있는 옷은 꼭 해적 같았고, 들고 있는 깃발에도 해적이 드는 해골 모양이 그려져 있었어요. 하지만 그 해적들은 게르다에게 자신들이 산적이라고 알렸답니다.

"우리는 해적, 아니 산적이다! 황금마차를 빼앗아주마. 당장 거기에서 내려라."     

산적들은 게르다의 황금마차를 빼앗고, 게르다를 꽁꽁 묶어 자신들이 사는 동굴로 데려갔지 뭐예요. 그러자, 게르다는 카이를 생각하며 울었어요.

" 이제는 다 끝이구나. 카이야 미안해. 널 찾으러 갈 수 없게 되었어. 흑흑."  

슬퍼하는 게르다 곁으로 산적 두목의 딸인 에이나르가 다가와 위로해 주었어요.     

"친구를 잃어버리다니... 어떡하니. 울지 마. 그래도 나보다는 나을 거야. 난 항상 아빠와 동료들뿐이 없는 이 동굴에서 지내. 그래서 대화가 통하는 친구가 하나도 없어. 그래서 네가 왜 슬퍼하는지 잘 알지는 못해."     

게르다는 에이나르의 위로에 용기가 생겼어요.

"친구란... 서로 몰랐을 때는 그냥 남으로 지내도. 같은 높이에서 서로를 바라볼 줄 아는 그런 사람인 거 같아. 그래서 중요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어."

"난 잘 모르겠는 걸. 같은 높이라는 건 키가 같다는 거야?"

"히히. 그럴 수도 있지. 나쁜 일에 빠져 있을 때, 가장 먼저 그리고 항상 생각나는 게 바로 친구인 거 같아."

"그렇구나."

"에이나르야, 너도 이제 나와 알게 되었고, 나를 위로해 주었으니, 우린 서로 통한 거야. 그러니 이제부터 나와 친구가 되자."

에이나르는 게르다의 뜻밖의 말에 너무 신이 났답니다. 게르다는 카이와 카이의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에이나르에게 해주었어요. 에이나르는 게르다의 이야기를 듣고는 카이의 할머니가 해주시는 옛날이야기를 듣고 싶어 졌어요. 그래서 게르다는 카이를 찾으면 함께 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을 해주었지요. 에이나르는 카이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 게르다와 같이 고민하기로 했답니다. 그런데 그때, 푸드덕 날갯짓을 하며 멋지게 에이나르의 어깨 위에 앵무새 무초가 앉았지 뭐예요. 그러더니, 에이나르 옆에서 털을 고르며 앵무새 무초가 말했어요.

"그.. 카이라는 아이. 눈의 여왕과 함께 있는 아이. 북쪽이야. 북쪽에 있어. 선장이 얘기했어. 아니 두목이 얘기했어. 라플란드 방향으로 가. 스핏 스베르 겐 섬에 있어. 내가 얘기했다고 선장에게 얘기하지 마. 아니, 두목에게 얘기하지 마. 그가 알게 되면 날 굶길 거니까."

게르다가 앵무새 무초에게 다가와 말했어요.     

"정말이니? 앵무새야?"

"맞다. 맞아. 그런데 난 무초다. 앵무새가 아니다. 내가 심부름하다 봤다. 섬 안쪽 고드름 산에서 남자아이를 봤다. 차가운 얼음보다 더 차가운 아이. 눈 여왕의 부하가 되었다."

산적 두목의 딸인 에이나르는 산적들이 외출한 사이에 게르다를 몰래 풀어 주고는 눈밭을 잘 뛸 수 있는 건강하고 듬직한 순록도 내어 주었어요.

"이건, 네가 가져온 황금마차와 말 두 마리와는 비교가 안 되겠지만 아빠 몰래 줄 수 있는 내 몇 안 되는 선물이야. 꼭 카이를 찾아서 데리고 나오길 바랄 게 친구야. 나도 널 도와주고 싶지만 내가 없어진 걸 알면 난리가 날 거야."

게르다는 에이나르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는 순록을 타고 거침없이 스핏 스베르 겐 섬으로 이어진 다리로 향했어요. 길게 이어진 다리를 지나 한참을 달리니, 어느새 눈의 마을에 들어섰어요. 그곳에서 마을에 사는 어떤 할머니를 만나게 됐어요.

"이렇게 추운데 너는 어디를 그리 급하게 가니? 그곳으로 더 가면 눈의 여왕이 있는 얼음 궁전이란다. 나라면 더 이상 가지 않을 게다."

게르다는 할머니에게 잃어버린 친구 카이를 눈의 여왕이 데려갔다고 말하고는 그를 찾아 할머니가 계신 집으로 데려가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의 할머니가 슬퍼하신다는 말과 함께요. 게르다의 말을 들은 할머니는 카이와 게르다가 몹시 안쓰러웠어요.     

"그래, 그렇구나. 약속은 지켜야지. 아마... 그 카이라는 아이가, 아마도 눈의 여왕이 가끔 숲과 산으로 데리고 나오는 아이인지도 모르겠구나. 그 아이라면 눈의 여왕과 같이 바로 저기 보이는 저 얼음 궁전에 산단다. 네가 간직하고 있는 친구에 대한 순수한 마음이라면 꼭 그 아이를 구해 낼 수 있을 거야. 어서 가거라. 더 늦으면 그 아이는 영영 눈의 여왕의 포로가 된단다."

게르다는 눈의 마을을 지나 눈이 덮인 숲으로 갔어요. 눈앞에는 얼음 궁전이 보였지요. 게르다는 순록에서 내려 얼음 궁전을 향해 걸어갔답니다.

그런데 그때, 게르다 앞에 쌓인 눈이 밑으로 움푹 파였어요. 그러더니, 뿌드득 소리를 내며 주위 눈밭에서 군데군데 눈이 숭숭 파이는 거였어요.

그러자, 곧이어 파인 곳으로부터 눈 병사가 하나, 하나 만들어졌어요. 그러더니 어느샌가 여왕의 마법에 걸린 눈 군단이 만들어졌고, 게르다의 앞을 가로막았답니다. 게르다는 카이를 구하려고 덤벼드는 눈 병사들을 피해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지만, 병사들은 자신들의 몸에 붙은 눈을 떼어내어 만든 눈 뭉치를 게르다에게 마구 던져댔답니다.     

어쩔 줄 모르고 있는 게르다의 앞에 갑자기 밝은 빛을 뿜으며 천사가 나타났어요.     

"자, 내 손을 잡으렴. 순수한 마음을 가진 네가 오기를 나는 한참 동안이나 기다렸단다."  

게르다는 천사의 손을 잡고 얼음 궁전으로 들어갔어요. 천사가 숲을 지나가자, 눈 병사들은 녹기 시작했어요.     

얼음 궁전으로 들어간 게르다는 안쪽에 있는 문들을 열면서 카이를 불렀어요. 몇 개의 문을 열자, 게르다 앞에는 매우 큰 얼음 문이 하나 나타났지 뭐예요. 게르다는 천사와 힘을 합쳐 문을 힘껏 밀었어요.

그러자, 차갑고 단단한 얼음 문이 '우르르' 소리를 내며 열렸어요.     

"자, 이제 너의 친구를 만나렴. 그리고 꼭 친구를 구해내길 바랄게. 난 저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단다. 난 다시 밖으로 나가서 눈의 여왕을 막을 거야. 어서 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나도 모르겠구나."

천사는 날개를 활짝 펴고 높이 날아 얼음 궁전 밖으로 나갔어요.

문 안쪽에는 눈의 여왕의 의자가 보였고, 그 아래로는 굉장히 넓은 공간이 있었어요. 그 중앙에는 그렇게 찾아 헤맸던 카이가 보였어요.      

"카이니? 이번에는 정말 카이지! 드디어 널 찾았어."

게르다는 보고 싶었던 마음을 담아 달려가 카이를 안았어요.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카이는 아주 친한 게르다를 쳐다보지도 않고는 손에 들고 있던 얼음 조각을 계속 맞추는 거였었어요.     

"영원히 눈의 세상에서..."

카이는 ‘영원히 눈의 세상에서...’라는 조각을 맞추고 있었어요. 눈의 여왕이 깨진 거울 파편을 이용해 카이의 마음을 조종하고 있었던 거였지요.     

"카이야, 나야 나! 게르다. 네 친구 게르다라고 날 모르겠니? 기억해 내야 해! 너는 용감하잖아."

하지만 카이는 게르다를 밀쳐내며 계속 조각에만 신경 썼어요. 서운하고 안타까운 마음의 게르다는 이내 뜨거운 눈물을 흘렸어요. 눈물은 게르다의 턱을 타고 눈의 여왕의 궁전 바닥에 떨어졌어요. 주룩주룩 흐르는 눈물이 바닥에 고이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얼음 궁전이 서서히 녹아내리는 거예요. 궁전에 떨어진 눈물이 궁전을 얼어붙게 한 얼음을 녹이고 있었지 뭐예요.

이윽고 뜨거운 게르다의 눈물이 얼음에 닿아 강한 수증기가 피어올랐어요. 그 따뜻한 수증기가 카이를 감싸 안았을 때, 얼었던 카이의 가슴이 녹으며 거울 파편이 서서히 몸 바깥으로 나왔어요.

카이의 심장은 다시 뜨겁게 뛰기 시작했고, 이내 가슴에 박혔던 거울 파편이 바깥으로 퉁겨져 나왔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창백하던 카이의 얼굴이 들판의 봄꽃처럼 울긋불긋해졌답니다.

"게르다! 네가 날 찾아줬구나. 그런데 넌 어디에 있니. 난 앞을 볼 수 없구나."

카이는 자신을 구하러 온 게르다를 볼 수 없어 눈물을 흘렸어요. 카이에게도 뜨거운 눈물이 흐르자, 눈에 박혀있던 거울 파편이 바깥으로 튕겨져 나왔고, 카이는 마침내 앞을 볼 수 있게 되었어요!     

"게르다! 이제 앞이 보여!"     

여왕의 마법이 풀린 카이가 너무 기뻐 게르다에게 뛰어갔어요. 그러면서 게르다를 꼭 끌어안으려 했지요. 하지만 그때. ‘쾅’하는 소리와 함께 천사가 날아와 카이와 부딪혀 바닥을 굴렀지 뭐예요.     

"가소롭구나. 내 왕국을 내 허락도 없이 들어오다니."

눈의 여왕이 걸어오면서 입술을 모아 ‘후우’ 바람을 불었어요. 그러자, 갑자기 얼음 궁전이 다시 꽁꽁 얼어붙었고, 카이와 천사도 누운 채로 얼어버렸어요. 너무 놀란 게르다가 얼음덩어리 안에 갇힌 카이를 꺼내려했어요.

"뭐지? 왜 저 여자아이는 얼음덩어리가 되지 않은 거지?"

눈의 여왕은 화가 났는지 더 세게 불었어요. ‘후우’ 게르다는 거센 바람에 심하게 몸이 밀렸지만 넘어지지는 않았어요. 눈의 여왕은 몇 차례 더 공격했지만 게르다에게는 소용이 없었어요.     

"친구를 구하고 싶지? 그럼, 나와 퍼즐 게임을 하자. 만약 네가 문제를 푼다면 카이를 풀어주고 스케이트 한 켤레를 주겠다. 만약 맞추지 못한다면 너와 카이는 영원히 내 노예로 이 궁전에서 살아야 한다. 어때?"

게르다는 카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고만 싶었어요. 그래서 눈의 여왕과 퍼즐 게임을  하기로 했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게 무엇인지 맞혀봐라. 여자아이여!"

게르다는 무릎을 꿇고는 얼음덩어리에 갇힌 카이를 한참 동안 바라봤어요.

"시간은 충분히 줄 테니. 잘 생각해 봐라. 낄낄낄. 네 한마디로 너흰 사이좋게 영원히 이 얼음 궁전에서 살 게 될 테니."

게르다는 난로 앞에 앉아 카이와 카이의 할머니와 오순도순 이야기했던 기억을 떠올렸어요. 얼음덩어리 안에 갇힌 카이도 게르다를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죠. 그러더니, 게르다가 말했어요.     

"‘사랑.’ 사랑이요. 가족과 친구의 사랑이요. 저는 이게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생각해요!"

눈의 여왕은 예상치 못했던 게르다의 대답을 듣고는 괴로워하기 시작했어요.     

"내가....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을 하다니.."

얼음 궁전은 이내 녹기 시작했어요. 눈의 여왕이 얼음덩어리로 만들었던 카이와 천사님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고 있었어요.     

"순수한 사랑만이 얼음을 녹일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안 거지? 제발... 날 두고 가지 마. 이곳이 따뜻해지면 난 금방 사라질 거야."

카이와 게르다는 천사의 도움으로 다시 집으로 향할 수 있었어요. 카이를 다시 만난 할머니는 너무 기뻐 어쩔 줄 몰라했어요.

다음 날이 되어서 게르다와 카이는 할머니의 텃밭에서 크게 웃으며 놀았고, 저녁이 되어서는 에이나르와 무초도 함께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들었답니다. 모두 행복하게 오래도록 지냈어요.

   

상냥한 카이를 구하려고 위험을 무릎 쓴 용기 있는 게르다는 결국 차가운 겨울을 이겨냈어요. 그리고 봄을 맞이했지요. 우리에게는 ‘사랑’이라는 강력하고 무시무시한 무기가 있었다는 걸 게르다는 알았던 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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