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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림 Mar 16. 2024

쉬폰과 쉬폰산도


얼그레이 쉬폰은 학생들이 유난히 좋아한다. 쉬폰의 부드럽고 가벼운 질감뿐 아니라 얼그레이의 향을 사랑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익숙해지고 열광하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유행은 때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몰려왔다 사그라든다. 언제부터 얼그레이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는지 향긋한 내음을 좋아한다. 난 주로 차로 마시는 걸 좋아하지만 매일 마시는 것도 아니고 홍차의 종류도 많기 때문에 그때그때 기분 따라 즐기며 골라 마신다. 제과나 제빵에 얼그레이를 사용하면 부드러운 향이 좋아서 선호하는 것 같다. 차로 마실 땐 몰랐던 은은하면서 기막힌 향이 제품에 스며들어 잔잔하게 남는 잔향 때문이다.


쉬폰은 가벼운 식물성유로 만드는 케이크로 식용유나 일반 카놀라유, 포도씨유 등 향 없거나 적은 오일로 만든다. 버터대신 사용하는 것은 가벼운 질감과 식감 때문인데 손으로 눌러도 다시 복원되는 가벼움이 그 이유다. 흰자와 노른자로 나눠서 단단하게 흰자를 머랭 올리고 노른자는 가볍게 설탕 넣고 오일, 박력 밀가루로 섞은 뒤 머랭을 여러 번 나눠 넣으면 된다. 틀에 가볍게 담아 기포를 제거하고 구우면 되니 몇 가지 주의할 점 외엔 비교적 어렵지 않은 품목이다.

얼그레이의 향이 나기 위해선 우리거나 찻잎을 그냥 사용하는데 살짝 갈아서 밀가루와 섞어 사용했더니 곱고 식감이 좋은 쉬폰이 되었다. 은은한 향이 나고 황금색 빛깔 고운 쉬폰은 인기 만점이다. 시간이 남아 얼그레이 대신 바닐라 엑기스를 넣은 바닐라 쉬폰을 한 개 더 만들었다. 오늘은 쉬폰만 만들어 가는 게 아닌 요즘 인기 있는 쉬폰산도를 만들어 간다. 과일을 케이크에 올리기 알맞은 사이즈로 잘라서 키친타월에 올려 물기를 제거했다. 딸기, 블루베리, 자몽으로 화려한 과일색을 고려해 여러 종류를 준비했다.

쉬폰은 틀 째 뒤집어서 식힌 뒤 손으로 살살 옆면을 눌러서 틀을 제거하면 된다. 보통 분리 되는 틀을 사용해 바닥도 떨어지는데 뒤집어서 쉬폰을 살짝 누르면 쉽게 분리된다. 바닥의 평평한 면이 윗면이 되니까 케이크를 뒤집어서 사용한다. 완전히 식힌 쉬폰을 6~8등분으로 자른다. 6등분을 하면 좀 크고 덜 예뻐 8등분을 했다. 가운데 부분을 반듯하게 반만 가르고 생크림을 올린 뒤 과일로 장식하면 된다. 시범이랄 게 별게 없이 쉽게 완성된다. 수강생들이 너무 좋아하고 맛있다고 하면서 잔뜩 포장해 간다. 마침 시연할 때 취업담당 선생님이 오셔서 한 개를 드렸더니 함박만 하게 웃으면서 가신다.

먹는 것은 사실 별거 없다.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누고 기쁘면 그만인 것을. 젊은 사람들이 확실히 매가 좋아 데코에 관심도 많고 더 예쁘게 포장해 간다. 많이 보고 많이 먹어봐야 아는 게 있다. 유행은 사실 눈썰미로부터 오는 것 아닌가. 익숙하고 사람들의 눈에 좋아 보이면 되는 것을. 쉬폰과 얼그레이를 이용한 산도는 엄지 척을 불러일으키는 제품이다. 다음 시간 커피 선생님도 맛보시라고 2개를 놓고 왔더니 맛이 엄청 좋다면서  칭찬 일색이다. 한 개 순삭 하는 기막힌 맛이다. 더해진 볼 빨간 딸기와 검은 블루베리, 쌉쌀한 다홍의 자몽 맛이 생크림과 만나 빛을 발한다. 봄빛을 부르는 맛인가 보다. 선물한다고 작은 박스를 가져와선 들고 가는 학생들을 보며 발그레한 기분이 달 뜬다. 입속에 봄을 가득 담으니 가볍고 달콤한 향내 퍼지는 맛이랄까.



#쉬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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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그레이쉬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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