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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림 Mar 10. 2024

이른 봄날 결혼식


눈부시게 파란 하늘 아래 버스를 탔다. 3월 주말 결혼식이 있다. 아들 동기 둘이서 결혼을 한단다. 무려 언니를 제치고 20대인 동기끼리 같은 교회에서 만나 가정을 꾸린다. 둘 다 어려서부터 알고 오랜 시간 봐온 사이라 축하의 인사를 건네기 좋다. 대학 웨딩홀에서 치르는 식을 위해 아침부터 부지런히 머리하고 화장하고 추운 날씨 밝은 옷으로 겉은 계절감 있는 가벼운 코트를 입고 집을 나섰다. 아들도 만나기로 해서 부조금을 준비해 각자 신랑 신부 측에 인사를 했다.

결혼식엔 교회 분이 총출동했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얼굴이며 오랜 기간 지 못했던 소식을 들었다. 어린 신부와 신랑은 연신 싱글벙글 친구며 가족을 맞고 구김살이나 긴장도 없이 웃기만 한다. 오죽하면 주례를 선 젊은 목사님조차 여태껏 봐온 신부 중에 가장 밝다며 덕담을 보냈을까. 동기 중 첫 스타트였을 테니 양옆 버진 로드를 따라 바라볼 수 있게 친구들이 꽉 들어차 있어 요즘 식장의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몇 해 전만 해도 이십 대 결혼식은 간간이 있는 일이고 우리 때 이십 대 후반이면 이른 결혼이 아니었다. 요즘 결혼과 출산을 걱정하는 시대니 오늘은 이른 결혼이라는 인식이 대부분이다. 짝이 있으면 하는 거지 나이가 무슨 상관일까 싶지만 부럽기도 하고 새삼 아들도 쳐다보게 된다. 수많은 하객들 속에 난 아들 얼굴만 보였다. 멀리서 걸어오는 잘생기고 듬직한 아들만 보이니 내 눈이 멀었나 보다. 결혼하는 친구가 동기라고 하니 새삼 아들 여자친구는 있는지 언제 보낼 건지, 보내게 되면 꼭 연락하라는 말까지 덧붙이며 부담을 준다.


학교나 교회 동기들 중 첫 번째였으니 어색하고 복잡한 여러 감정이 들었을 테지만 한편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 덕분에 넌 언제 할 거냐는 말을 들으니 요즘 친구들의 마음을 헤아려보면 지나친 관심은 오지랖이었을 테지.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숙제를 한 셈이 되고 인생의 산을 넘는 과제일 테지만 적잖이 많은 일도 겪었을 것이다. 나도 이제 이런 생각을 할 나이가 되었나 보다. 신부 측 부모와 더 오랜 사이 친밀도 있어서 그런지 한편 나라면 어땠을까 싶다.


신부의 절친이 곧 6월에 같은 교인과 결혼을 한다. 사실 이것도 새로운 이슈로 여자동기끼리 같은 해 한 교회서 서로의 인연결혼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제 친구들의 결혼식에 불려 다닐 나이가 되었구나. 다른 이들의 길흉화복에 같이 참여하여 축하해 주고 경이로움을 진심으로 빌어주는 따스한 마음이 생기는 건 아마도 어려서부터 봐 온 덕분일 테다. 수많은 인연 중 몇십여 년  몇 번 볼까 말까 한 친척이나 시댁의 인연은 그런 마음이 생기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날 좋은 날 기분 좋은 짧은 예배로 식을 올려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푸른 하늘처럼 맑은 두 성인이 어린 가정을 갖는 걸 보니 나도 언젠가 이런 일을 겪겠구나. 어떤 얼굴을 하며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맞이해야 할까. 결혼이라는 예식 앞에 남들과 똑같은 잣대를 들이밀지 말지는 나와 자식들의 선택일 테지만 지금과 다른 선택을 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어본다. 봄날 기분 좋은 외출을 하고 아들과 뜨거운 향의 커피를 마시고 돌아왔다. 봄볕처럼 커피 향 진한 아름다운 결혼식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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