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 다녀오길 잘했다.

초여름을 만끽한 뚜벅이 군산 여행

by 온정

군산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언제나 여행은 즐겁고 설레는 일이지만, 이번 여행의 시작은 그렇지 않았다. 여행을 떠나기 전날 밤부터 복잡한 머릿속과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잠을 설쳤다. 여행을 가지 말까 한참 망설이곤 하다, 결국 예약한 새벽 기차를 타 못했다. 그래도 약속한 여행이었기에 무기력한 몸을 이끌고 여행길에 올랐다.


그리고 훗날 이 여행은 참 잘 다녀왔다고, 가지 않았다면 후회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20250617_003549.jpg <군산 여행에서 산 것들>




본격적인 여행에 앞서 만난 기분 좋은 친절


기차를 놓치고 버스 표를 예매했다. 빠르게 짐을 싸고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평소 아침을 챙겨 먹는 나는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라서 조금 힘들었다. 이 상태라면 버스에서 멀미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급하게 버스 터미널에 도착한 터라 급하게 터미널 안에 있는 식당으로 가서 김밥 한 줄을 포장했다. 포장 후 시간을 보니 아직 버스 출발까지 시간이 꽤 남아 있었다. 편하게 먹기 위해서 식당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식당 안에서 김밥을 먹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사장님께서 뜨끈한 국물을 슥 가져다주셨다. 나는 그 국물이 참 감사했다.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갈 때만 제공되는 국물을 포장 손님이었던 나에게도 준 것이 마냥 따뜻했다. 단지 처음에 음식을 포장했지만 다시 식당에서 먹게 되었으니 국물을 준 거였겠지만, 그냥 기분이 좋아졌다. 조금 전까지 우울했던 기분이 따뜻한 국물에 풀어지는 것만 같았다.


이처럼 세상은 누군가의 작은 친절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이 순간 다시금 깨달았다. 어떻게 해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던 기분이 이러한 작고 사소한 진철에 녹아내리는 걸 보면 어떠한 행동이 뜻하지 않은 행복을 주는구나 싶었다. 기분 좋은 마음을 안고 버스에 올라타고 버스가 출발한 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여행,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아.’





화창한 날씨 속을 달리는 버스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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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날이 다가오기 전까지 가장 많이 하는 일은 매일매일 여행 날의 날씨를 확인하는 것이다. 내가 여행을 떠나는 날에는 비가 올 예정이었다. 올해 첫 태풍이 다가오고 있었고, 이제 장마의 시작이라는 뉴스 소식이 들려왔었다. 엄청난 비바람이 예고되는 날씨에 여행을 하기 전 걱정이 앞섰다. 여행은 날씨가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크기 때문이다.


다행히 여행 당일 아침이 되었을 때 비는 오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날이 개었다. 편안한 우등 버스가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점차 회색빛 구름은 걷히고 파란 하늘이 나타났다. 좌석은 거의 만석이었지만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고요한 버스 안, 뒷좌석에 앉아 바라본 모든 창밖 풍경은 화창하기 그지없었다. 그 모습에 내 마음은 평온해졌다. 여행을 잘 다녀오라는 기분 좋은 메시지 같았다.





옛것을 고스란히 남겨 둔 정겨운 군산


열심히 달려 도착한 군산의 첫인상은 정겨웠다. 낮은 건물들과 옛것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모습들이 마음에 들었다. 평소 내가 좋아하는 동네가 행궁동, 삼청동인 점을 생각하면 군산은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곳이었다. 근대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 모든 것이 변해버린 차가운 대도시와는 다른 자연스러움이 따스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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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두 곳이 있다. 먼저 동네에 있는 작은 서점들이다. 처음 간 서점은 ‘마리서사’, 무려 1920년 대 적산가옥을 개조한 서점이다. 군산이라서 가능한 특색 있는 외관을 가진 서점, 그 안으로 들어간 순간 다른 세상에 온 듯했다. 오래된 책방에 놀러 온 기분, 안온함 그 자체인 공간, 온통 책으로 둘러싸여 바빠지는 눈동자, 쉴 새 없이 서점을 둘러보고 또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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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방문한 서점은 마음을 쓰다듬는 책방 ‘심리서점 쓰담’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초록빛이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었다. 나는 그 모습에 반해 계속 창밖을 바라보았다. 심리 관련 서적을 큐레이션 하는 이곳은 마음에 위로가 필요할 때 찾아가기 더없이 좋다. 그보다 나는 이곳에서 꼭 사고 싶은 것이 있었다. 바로 생일 별 추천하는 책을 랜덤으로 담은 ‘생일책’이다. 이미 많이 판매가 된 상태에서 다행히 내 생일책은 남아있었다. 이건 사야 되는 운명이라 생각하고 구매를 했다.


그리고 이 서점에서 인상 깊었던 점이 하나 있다. 여행자들을 위한 정기 독서 모임을 주최하고 있다는 것. 벽면에 붙어있는 관련 공지 글을 보고 한 책이 떠올랐다. 좋아하는 책 중 하나인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가 생각난 이유는 서점의 모습이 책 속 서점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서점이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고 마음속으로 그려보았는데, 드디어 현실에서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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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서점 못지않게 좋았던 곳이 있다. 군산의 유명한 사찰 ‘동국사’이다. 대부분 깊은 산속에 자리 잡은 다른 사찰과 달리 주변에 아파트가 보이는 도심에 위치해 있다. 일차적으로 뚜벅이 여행자로서 접근성이 좋았던 게 마음에 들었다. 나도 집 근처에 사찰이 있었다면 자주 갔을 것이다.


동국사는 현재까지 대한민국에 남아있는 유일한 일본식 사찰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금강사라는 이름으로 일본인 승려에 의해 세워진 것이 동국사의 시작이었다. 이후 광복을 맞이하며 김남곡 스님은 동국사로 사찰 이름을 바꾸셨다. 사찰만 보면 일본에 온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이와 같다.


사찰을 쭉 훑어보고 대웅전으로 들어갔다. 크지 않은 소박한 사찰이지만 엄숙한 분위기가 압도했다. 나는 곧바로 불전함에 돈을 넣고 절을 드렸다. 몸은 더위에 지쳐 고되었지만 마음만은 충만해지는 시간이었다. 절은 존재 자체로도 마음을 평온하게 해 주는 엄청난 힘을 가졌다.





생동감을 온몸으로 만끽하는 초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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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이 여행인 만큼 부지런히 걸어 다녔다. 생각보다 습하고 무더웠던 날씨에 걷는 내내 땀을 많이 흘렸지만 기분은 상쾌하니 좋았다. 따사로운 햇살, 절정을 향해 가는 녹음, 더위를 잠시나마 식혀줄 살랑이는 바람을 맞으며 온몸으로 초여름을 만끽했다. 겨우내 잠들었던 것들이 생동감을 찾아 조금씩 움직이는 시기가 바로 초여름이 아닐까. 그저 바라만 봐도 정신과 마음이 정화되고, 초록빛 자연이 나를 위로하고 감싸주는 기분이 드는 계절이 초여름이다. 그렇게 초여름이 주는 활기차고 싱그러운 분위기가 나의 여행길을 밝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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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여행에서 만난 좋은 글귀로 글을 마무리 지으며.







※ 본 글은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서 직접 작성한 글입니다.


[아트인사이트 원문]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6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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