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허락되지 않은 삶 - 은밀하게 위대하게

평범한 삶이 누군가에겐 꿈이 될 수 있다.

by 온정

익히 들어봤을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동명의 웹툰에서 시작해 영화, 뮤지컬 장르로 재탄생했다.

벌써 10주년을 맞이한 이번 뮤지컬은 오래전 보았던 영화를 다시 상기시켜주었다. 약 13년이 흐른 영화라서 기억에 남는 건 동구의 바보 연기와 그저 재밌는 영화였단 것뿐이다. 그 후 뮤지컬로 다시 마주하면서 이 작품이 단순히 즐거움만 선사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극 안에 무게감을 실어주는 연출과 감정이 작품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도록 해주었다.



밝음과 어둠, 그 사이 어딘가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북한 특수공작 5446 부대의 엘리트 요원들이 남한으로 잠입하여 신분을 숨긴 채 임무를 수행하는 이야기이다. 줄거리만 보면 굉장히 비장하게 느껴지지만 남한에서 살아가는 요원들의 모습은 평범하다 못해 어리숙하다.

북한에선 전설의 요원으로 불리는 ‘원류환’은 바가지 머리에 매일 같은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는 동네 바보이다. 공화국 최고위층 간부 아들인 ‘리해랑’은 수차례 오디션을 보지만 낙방하는 가수 지망생이다. 그리고 부대 최연소 조장으로 임명된 ‘리해진’은 앳된 얼굴을 띤 고등학생이다.

이러한 세 사람의 모습은 작품이 가진 극명한 대비감을 보여주는 장치이다. 특히 남과 북이라는 배경은 이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한 민족임에도 오랜 세월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나라는 많은 것이 달랐다. 엄격한 규율 속에 강인하게 살아야 했던 그들이 남한에선 비교적 자유로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게 바로 그 차이다. 이곳에서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없었다.

그만큼 이 작품은 밝음과 어둠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는 무대 장치와 연출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따뜻한 색감으로 채워진 남한과 컴컴한 검붉은 색감으로 칠해진 북한의 배경은 관객들로 하여금 상반된 분위기를 짐작하게 해주었다. 달라지는 배경에 맞춰 배우들의 표정과 말투, 행동도 모두 달라졌다.

밝은 모습 이면에 숨겨진 어둠이 극의 온도차를 높여 이야기가 더욱 서럽고 애잔하게 느껴졌다.





모두에게 허락되지 않은 평범함


이토록 작품에서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말하고 싶었던 건 무엇일까. 그건 평범한 삶의 소중함일 것이다.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냐는 리해진의 질문과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원류환의 대답이 이를 말해준다.

그들이 생각하는 평범한 삶은 어떤 모습일까. 그 답은 작품 속 한 인물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원류환이 살고 있는 슈퍼 주인의 아들이다.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며 반찬 투정을 하는 철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경찰로서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인물이다. 이러한 그의 평범한 일상이 바로 그들이 바라는 삶이었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하는 삶,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보금자리가 있는 삶,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삶, 이 모든 삶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기회가 주어진 자에게만 허락된 삶이었다. 조국에 의해 목숨이 결정되는 그들에게는 평범한 삶의 기회란 존재하지 않았다. 이루기 어려운 꿈이기에 더욱 간절할 수밖에 없었다. 북에 계시는 어머니의 생사를 듣고 절규하는 원류환의 모습이 그 마음을 절실하게 대변했다.

웃으며 본 1부와 달리 2부는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 이는 극을 한층 더 극적으로 표현하려는 의도도 있었겠지만 나는 평범함의 소중함을 극대화하기 위한 요소라고 생각했다.

이 작품은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평범함’이 누군가에겐 간절한 ‘꿈’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 본 글은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서 직접 작성한 글입니다.


[원문]

https://www.artinsight.co.kr/m/page/view.php?no=80229#link_guide_20160413124404_9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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