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I am korean.

한국 사람이 영어를 원어민처럼 사용해야 할까?

필자가 초등학교 시절에는 양식 식당에서 돈까스를 주문한다는 것은 중산층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으로 여겨졌다. 돈까스를 먹을때 오른손에는 나이프, 왼손에는 포크를 잡는 등의 음식 예절을 지켜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루머가 유행처럼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요즘에는 동네 분식점에도 돈까스를 주문할 수 있을 정도로 돈까스는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더 이상 양손에 어떠한 도구를 사용해야 하는지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 본인이 왼손잡이면 왼손을 사용하기 편하게 도구를 선택하면 된다. 아직 영어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마치 오래전 돈까스 레스토랑에서의 잘못된 에티켓처럼 선진국의 우월한 언어로만 인식하며 불편해하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나 또한 영어 성적에 비해 영어로 말하는 것은 너무 어색하고 불펀하고 힘들다. 대부분의 우리 나라 사람들이 공감하겠지만 우리에게 영어는 극복해야 할 인생의 숙명과 같은 과제로 느껴진다. 이 큰 숙제를 결단코 해내리라는 각오로 외국계 회사로 이직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또한 우리 아이들이 성장해서 대학생이 되고 사회생활을 시작할때가 되면 자엽쓰럽게 전세계를 마음에 품고 큰 비젼을 가지고 살아갔으면 하는 아빠의 바램이 있기도 했다.


영어 면접을 앞두고 4살 5살이던 아이들을 아파트 놀이터에 맡겨놓고, 나는 구석진 자리에서 영어문장을 달달 외우던 시절이 기억난다. 그때부터 영어와의 끝없는 싸움은 시작되었고, 종종 패배자로써 의기소침해지고 작아진 모습을 경험하였다. 다시 국내 회사로 옮길까 수없이 고민도 해보았지만, 패배한 모습으로 도망가는 뒷모습이 초라해보일 것 같아서 다시 스스로를 격려하며 열심히 도전하고 있다. 


중학교 2학년 중학교 3학년인 우리 아이들이 영어 학원을 한번도 가보지 못한것은 것은 영어를 공부로 접근하지 않았으면 하는 아빠로써의 바램과 누구보다 쉽게 영어를 가르칠수 있을 거라는 (섣부를 수 있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나는 프로그래머 출신이다. 프로그래밍은 컴퓨터와 대화하고 영어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대화법에는 기본적인 약속 또는 규칙(문법)이 있다. 영어에도 말을 할때 기본적인 규칙들이 있는데, 이 책에서 기초부터 아주 쉽게 차근차근 설명해보려고 한다.


외국계 회사로 이직하면서 언제가는 영어책을 써야겠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정작 영어를 정리하게 시작하게 된 것은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계기로 부터 시작되었다. 영어를 구두로만 설명하다보니 아이들이 기억하는데 한계를 느끼고 나 또한 반복설명을 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책으로 정리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이제부터 시작하게될 영어 정리는 그동안 영어를 접하면서 알게되었던, 서툴러도 대화를 이어갈수 있는 일상속의 영어에 관한 것들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시험위주의 영어공부보다는 살아 숨쉬는 생활속의 영어를 공부하길 기대한다. 우리 말로 상대방과 대화를 할때에도,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은 안하고 자꾸 딴소리를 하는 사람과는 다시 말하고 싶지가 않다. 대화는 소통이다. 대화의 출발점은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말하기는 생각보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영어로 말할 때 원어민 같은 발음, 엑센트 그리고 정확한 문법을 할 수만 있으면 더 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비원어민 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감 있는 태도이다. 대화는 입으로 하는 말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눈빛, 표정, 말투, 제스쳐 그리고 분위기등 인간이 구현할 수 있는 모든 동작들을 포함한다. 영어 발음이 좀 안 좋다고 해서 무엇이 문제인가? 나는 한국말도 하고, 영어도 할 줄아는 지성인인데 말이다. 거듭말하지만 영어는 목적이 아니라 대화의 수단이다. 영어에는 문법, 독해, 말하기 및 듣기가 있다. 이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단연코 듣기능력이다. 즉, 말하기는 듣기보다 그 중요성이 훨씬 낮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모국어를 사용하는 미국인처럼 멋진 발음으로 긴 문장을 부드럽게 얘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영어 듣기에는 지름길이 없다. 리스닝은 팝송을 듣던 영화를 보던 영어를 들을 수 있는 환경에 많이 노출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어공부에 왜 이렇게 열광을 할까? 영어과목이 수능시험에 들어가 있는 이상 이런 이상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나라말도 제대로 못하는 어린 나이에 영어유치원을 다녀야 미국인처럼 발음이 좋아진다고들 하는데,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 그렇게 완벽한 발음의 영어를 구사할 필요는 없다. 일반 유치원의 2~3베 하는 수업료를 지불하고 영어 유치원에 보내는 부모들을 보면 재력이 부럽기도 하지만 그 큰 비용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수확이 너무 초라히기에 안타깝기도 하다. 다행쓰럽게도 우리 아이들은 영어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을 한번도 표현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투박한 발음으로라도 자신있게 영어를 거리낌없이 말할수 있으면 된다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다.


 미국 영어가 표준 영어라는 편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영어는 미국인의 모국어이기전에 전세계가 사용하는 공용어이다. 영어는 6개 나라(미국, 영국, 호주, 케나다, 아일랜드, 뉴질랜드)에서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고, 50여개 나라에서 공용어로 채택되어 있다. 전 세계 학생의 70% 이상이 영어를 제 1 언어 또는 제 2언어로 공부하고 있다. 영어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국제 공용어로 사용되고 있어서, 대부분의 국제회의는 영어로 진행되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과 SNS의 일생화로 전 세계 국민들은 영어로 자유롭게 의사 소통을 하고 있으며, 그 속도는 나날이 빨라지고 있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6개 국가의 국민보다 훨씬 많은 비원어민들이 앞으로도 영어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것이다. 이제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대화를 하게 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다. 이러한 변화에 걸맞게 자주 사용되는 영어단어 1500개를 이용해 글로비쉬라는 영어(세계 영어)가 만들어졌다. 글로비쉬(Globish)는 '글로벌(Global)'과 '영어(English)'를 합성한 말이다. 글로비쉬의 목표는 쉬운 영어 단어, 기본적인 발음, 문법에 얽메이지 않는 문장으로 전 세계 모든 비원어민들이 영어로 쉽게 의사소통을 할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원어민들도 헷갈릴 정도로 시험에나 나올법한 어려운 문법은 멀리 하고, 누구나 아는 쉬운 단어로 간단한 문장으로 얘기할수 있는 글로비쉬와 같은 영어와 친해지기를 기대한다.


운전을 하다가 자동차 속도 계기판이 260까지 표시되어 있는 것을 보고 문득 ‘왜 이렇게 속도가 높게 설정되어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진 적이 있다. 우리 나라 고속도로는 110이 최대 허용 속도인데, 불필요하게 성능이 좋은 차를 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독일에 처음 출장 갔을 때, 기차를 타고 가다가 잘못된 종착지에 도착한 적이 있다. 독일의 열차 시스템도 우리나라처럼 중간에 환승을 해야하는데,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 종착역 도착시간이 밤 11시가 넘어서 다른 기차를 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어쩔수 없이 독일 택시를 탈 수밖에 없었다. 독일 택시를 타면서 3가지에 깜짝 놀랐다. 첫째는, 택시가 고급차 ‘벤츠’였다는 것, 둘째는, 택시비가 엄청나게 비싸다는 것, 셋째는 아우토반 고속도로를 200키로 수준의 빠른 속도로 달린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좋은 슈퍼카라도 우리나라 고속도로에서는 110키로 속도를 준수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슈퍼카는 성능 보다는 멋으로 타는 차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영어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영어를 접할 때,  필요하지도 않은 너무 높은 수준의 영어를 요구하지 않는 것인지 하는 의구심이 계속 든다. 영어교육과 관련된 직업이 아니라면, 상황에 맞는 영어 말하기 능력만 있으면 된다. 네이티브와 같이 화려하게 말하는 것을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우리 나라의 영어사랑에 대한 결과 일수도 있다. 미국, 영국과 같은 영어권 선진 국가에 대한 부러움이 영어에 대한 인식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것일 수도 있다. 거듭말하지만 비영어권 사람들이 네이티브처럼 말을 화려하게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경제가 많이 발전했고 살기 좋은 나라이기 때문에 한국사람으로써 자부심을 가지고 외국인을 만나면 된다.


영어와 관련된 업무를 하는 사람도 적어도 말하기에는 글로비쉬에서 언급하는 1500 단어의 수준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일반 생활 회화는 중학교 영어문법과 기본영단어 1800 개이면 족하다. 나는 중국, 일본, 프랑스, 독일, 스웨덴등 다양한 국가 출신 사람들과 영어로 대화를 하면서 업무를 진행한다. 각 나라 사람들은 각기 다양한 엑센트와 발음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 사람들은 부드럽게 ‘봉쥬르’ 하듯이 미국 사람들 보다 더 부드럽게 영어로 말을 한다. 미국 사람들이 water를 ‘워러’ 라고 발음한다고 우리나라 사람도 이렇게 혀를 굴리며 발음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한국 사람은 ‘워터’라고 얘기하는 것이 더 꾸밈이 없는 진실한 사람으로 보일수도 있다. can’t를 얘기할때는 can보다 더 세게 발음하면 된다고 하는데, 그냥 can not이라고 하는 것이 훨씬 명확하게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 이렇게 얘기해도 무식하다고 절대 비난하지 않는다. will not의 줄임말인 won’t를 발음할때도 want와 헷갈리는데, 비원어민인 우리는 will not이라고 솔직 담백하게 얘기하면 된다.


그리고, 미국인들이 즐겨 쓰는 회화 표현, 미국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영어 문장 이런것들을 우리가 다 알 필요가 있을까? 쓰지도 않을 표현을 공부한다고 진을 빼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은 마치 ‘일석이조’ 와 같은 속담이나 ‘능구렁이 같다’ 라는 비유적인 표현들을 외국 사람들이 공부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회사에서도 영어를 미국 사람처럼 잘한다고해서 인정받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영어 보다는 성실한 업무 태도, 창의적인 아이디어, 업무 성과등이 훨씬 더 중요하다. 영어는 대화를 하기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서점에 가면 영어책은 회화, 문법, 작문, 듣기등 그 분류가 약속이나 한듯이 정해져 있다. 지금도 쓰려고 하는 ‘영어글’ 이 어떤 분류의 냉일까 고민을 해보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영어의 기본 문법을 이해하고 그 기초를 토대로 외국인들과 쉽고 간결하게 얘기하고 이메일과 같은 영어작문으로도 의사를 표현할수 있는 종합영어를 정리하려고 시도해 보고싶다는 것이다. 그 출발점은 너무나도 한국적인 우리 아이들이 외국인에게 본인의 생각을 자신있게 표현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야심찬 꿈에서 시작된다.


영어의 규칙을 체계화하여 영문법으로 정리하는 방식도 학자마다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 5형식의 문장 구조를 기본으로 영문법을 정의하는 학자도 있고 다른 관점으로 영어 구조를 바라보는 학자도 있다. Cambridge 대학에서 편찬한 공신력 있는 영문법에서도 5형식에 대한 설명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원어민들의 영문법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5형식을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에서는 표준인듯 가르치고 있다. 처음 아이들을 위해 영문법을 정리하려고 했을 때에는 '주어 + 동사 + 보어(목적어)'의 형식만 강조하고 5형식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으려고 하였다. 하지만, 5형식을 소개하지 않고서는 한 문장에서 목적어가 2개인 경우와 동사가 2번 나오는 경우등을 도무지 쉽게 설명을 할 수가 없었다. 모국어로 영어를 생활 속에서 습득하는 원어민에게는 문장의 5형식이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비원어민의 입장에서는 영어 문장구조를 5가지 형식으로 분류하여 접근하는 방식은 아주 체계적이고 합리적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어떤 영문법이 옳고 그름을 따지기 보다는 우리나라 영어 교육의 기준을 따르는 것이 우리 아이들의 학업성취 능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아이들과의 수업에서 영어문장 구조를 알기 쉽게 설명하기에도 5형식의 접근법은 나에게 안성맞춤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서 영문법을 장황하게 설명한다는 의미는 결단코 아니다. 조금 어색할지라도 영어를 자신감있게 구사하기 위한 최소한의 영문법만 소개한다.


언어는 말하기, 듣기, 쓰기가 각각 구분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들을 줄 알아야 말을 할 수 있고, 말을 할줄 알아야 글로 적을 수 있고, 글로 적거나 말을 할 수 있어야 들을 수도 있다. 듣고, 쓰고, 말히기는 문법이라는 대화의 약속 틀 안에서 이루어진다. 10여년동안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에서 노출되면서 실수했던 것, 왜 이렇게 영어를 사용할까 궁금해했던 것 그리고 실제 생활이나 업무에 많이 사용되는 표현이나 단어들을 최소한의 문법과 연계하여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어떻게 하면 많은 것을 설명할까 고민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이 영어를 쉽게 이해하게 만들수 있을까 하는 관점에서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고 있다. 과하게 넘치는 것이 오히려 부족함보다 못하다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따라 너무 복잡한 영어문법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기본적인 영어의 구조를 이해해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집중을 하였다. 시작은 우리 아이들을 위한 것이었으나, 이 글이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에게 영어를 좀 더 쉽고 친근하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꿈을 가져본다.





[다양한 국가의 동료들과 함께한 저녁식사, 2018년 독일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