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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만코 May 24. 2022

MBTI로 우울증 극복하는 중입니다

혈액형은 가고 MBTI의 시대가 왔다. 언제부터인가 유행하기 시작한  MBTI가 아직도 기세 등등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과몰입자가 됐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주변사람들에게 "A형 아니면 O형일 것같아" 라는 정확하진 않지만 어떤 느낌으로 나를 보는지는 알 것 같은 말을 많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혈액형 이론은 묘한 매력이 있었다. A형=소심함, O형=활발함. 다소 극단적이고 투박한 분리법 같아 보이지만 둘다 나를 표현하는 말이 맞다. 섬세하고 복잡한 MBTI와는 다르게 심플하고 손쉬워서 남녀노소 막론하고 사용가능하며, 어색한 정적을 깨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나는 A형이다. 그리고 항상 내 성격이 의문스러웠다. 분명 소심한데 처음보는 사람과 말을 잘하고 심지어 좋아한다. 이상하다. 혼자 집에 있는 것이 좋은데 친구들과 노는 것도 즐겁다. 그러고 신나게 떠들다가도 집에 돌아오는 길엔 한없이 우울해지곤 했으며 눈치가 빠르다가도 없었다. 이상하다.

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우울함의 원인이었던 것 같다. 극단의 특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것이 스스로 이해할 수가 없었고 내가 이상하다고 느껴졌다. 이 생각은 살아가며 겪어온 인생의 온갖 어려움과 환상적인 콜라보를 이루며 내 정신을 좀먹어갔다.


MBTI이론은 여기서 빛을 발한다. 나는 A형이지만 MBTI검사를 하면  ENFP로 나온다. A형은 소심함이 특성인데 ENFP는 '재기발랄한 활동가'다.  한줄 설명만 보면 음? 싶지만 특성을 찬찬히 읽어보면 놀랍기 그지없다.

'활발하고 사람 좋아함, 해맑음'

'감정 못숨김, 좋아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 분명'

'모임 주도함'

'생각보다 쉽게상처받고 소심함'

'생각많음'

'반복적인거 못견딤'

'꾸미는거 좋아함'

'돈을 못모음'

.

.

우울증, 강박증, ADHD를 모두 가진 혼란한 유형에도 ENFP가 포함돼 있었다. 헐, 완전히 나였다. 맞는거 보고 소름이 끼쳐서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들어맞았다.

심지어 맞는 직업 유형에는 강사, 유튜버 등이 있었고 맞지않는 유형에 반복적이고 딱딱한 일을하는 공무원이 있는게 아닌가.

머릿속에 떠돌던 나의 여러 기질을 검사를 통해 글로 정리해서 보니 정리가 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같은 유형의 사람들의 댓글을 보면서 나만 이런게 아니었구나,  이상한게 아니라 나는 그냥 이런 성격의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상해서 그토록 원하던 공무원이 돼서도 이걸 못견뎌하는게 아니었다는 걸 인식 했을때의 안도감이란.

적성에 안맞다고 늘 말하면서도 사실은 스스로가 가장 이해가 안됐던 것이다. 남들은 다들 잘 다니는거같은데 나는 왜 적응을 못하지? 역시 난 이상하구나.

자기자신에 대한 이러한 부정과 몰이해는 빠르고 깊게 정신을 피폐하게 만든다.


물론 성격과 태도는 별개의 문제고 고쳐나가고 노력해야하는 점이 앞으로도 많음을 안다. 하지만 내가 비정상이 아니라는 작은 확신이 나를 점점 건강하게 만들고 있다. 따뜻하지만 피상적인 위로의 말보다 결과로 나타나는 이런 객관적인 방법이 때로는 더욱 도움이 될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얼마전 유튜브로 모 작가님께서 MBTI 결과는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일 수 있기 때문에 회의적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았다. 그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심한 과몰입은 경계해야겠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재미로 보기에도 쏠쏠한 즐거움이 되어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 나로서는 참 감사한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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