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는 나의 진짜 엄마였다
어릴적 나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외갓집에서 지냈다. 그러다 엄마는 외할머니와의 채무 관계로 집을 나갔다. 나는 막내이모, 외할머니와 지내게 되었다. (외할아버지도 돌아가신 후였다.)
사실 막내이모는 투병 중 이었다. 난소암 수술 후 항암치료를 했고 다행히 결과가 괜찮아서 결혼도 하고 출산도 했었다. 근데 완치 판정 받기 전 난소암이 또 다시 재발 했고, 이번엔 전이가 됐다.
집 안 분위기가 어수선했고 할머니가 이제는 아빠에게 가야할 것 같다고 했다. 그때 내 나이 15살이었다. 평생 남자 사람과 살아본 기억이 없는데, 아빠와 단 둘이 살아야한다니. 더군다나 잦은 왕래가 없어 더욱 어색한 사이였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너무너무 슬펐다.
내가 아빠에게 간 뒤로 나의 삶에 크고 작은 일들이 매우 많았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상담을 받아보니 너무 힘든 기억은 일부러 지워내기도 한다고 했다.) 너무 스트레스가 심해 살도 많이 빠지고, 머리를 조금만 숙여도 뇌가 쏟아질 것 같은 두통을 달고 살았다.
그러다 어느날 집에 있는데 전화를 받았다. 막내이모가 호스피스 병동으로 이동한다고 했다. 나는 호스피스 병동이 뭔지 물었다. 분명 답변을 들었는데 뭐라고 들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그냥 듣고 눈물이 많이 났다. 글을 쓰는 지금도 그 때의 장면이 생각난다.
막내이모의 병문안을 갔는데 이모는 썩 반기지 않았었다. 복수가 차고 얼굴색이 검은빛으로 변한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것 같다. 또 그렇게 지내다 언젠가 하루는 느낌이 이상한 전화를 받았다. 누군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막내이모가 곧 마지막일 것 같으니 병원으로 얼른 오라는 전화였다. 옷을 챙겨입고 울며 지하철을 타고. 지하철에 내려서 병원 호스피스 병동으로 빨리 좀 가달라고 했다. 택시 기사님은 내가 왜 우는지 다 알고 계셨을거다.
그리고 병실에서 이모를 마주하는 순간 정말 눈물이 어떻게 났는지 내 몸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막내이모 옆에서 엉엉 울며 코피가 나서 침대 시트에 묻었던 기억 뿐이다.
그렇게 나는 막내이모와 영원의 작별 인사를 했다. 막내이모는 나와 고작 13살 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지금의 나보다도 더 어린나이였을텐데.. 고등학생때부터 임종까지 나의 진짜 엄마였던 이모가 떠났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너무너무 미안했다. 어린 내가 이모를 위해 해줄 수 있는게 없어서. 울고 있는거 밖에 할 수 없어서 마음이 너무 슬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