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실물보다 무서운 건, 말이 안 통하는 사람
오후 10시쯤, 역무실로 다급하게 달려온 손님이 있었다.
“방금 지하철 안에 콜라캔을 두고 내렸는데 찾고 싶어요. 열차 CCTV 좀 확인해 주세요.”
나는 당황하지 않으려 애쓰며 물었다.
“잃어버린 물건이 뭐라고 하셨죠?”
고객님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뭘 자꾸 물어요. 콜라캔 하나요. 누가 들고 갔는지 CCTV 보면 알잖아요.”
콜라캔. 그것도 500ml짜리.
열차 안 CCTV는 아무나 볼 수 없고, 열람하려면 경찰 협조나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드렸다.
고객님은 점점 화를 냈다.
“내가 훔쳐 달란 것도 아니고, 물건 하나 찾겠다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워요?”
어려운 일이다. 시스템도, 인력도, 절차도, 이유도.
게다가 그 콜라캔은, 이미 누군가가 치우거나, 굴러다니거나, 터졌거나,
없을 가능성이 크다.
유실물은 중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중요함’은 각자의 기준이다.
어떤 사람은 비싼 명품 지갑을 잃어버리고서
못 찾더라도 찾아봐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콜라캔 하나에 몇 십 분씩 화를 낸다.
진짜 어려운 건 물건을 찾는 일이 아니라, 상대방의 상식과 내 상식이 어긋난 순간을 견디는 일이다.
분실물은 누구나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의는 잃지 말아야죠.
이쯤 되면, 그대들이 정상인지 내가 비정상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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