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상의 논리에는 철학이 있다
지하철 근무를 하다 보면 별별 진상을 다 만난다. 그런데 며칠 전, 또 한번 기가 막힌 일이 있었다.
한 할아버지가 역무실에 와서 말씀하셨다.
‘그냥 넋두리겠거니…’ 했는데, 이어진 말이 충격적이었다.
“그러니까, 여기 양산 많잖아? 가방에 쏙 들어가는 양산 하나만 줘.”
… 잠깐, 이게 뭔 소리?
“저희가 고객님 물건을 챙겨드리는 건 가능하지만, 잃어버린 물품은 주인에게 돌려드려야 해서 드릴 수는 없습니다.”
정중히 설명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더 황당했다.
“아니, 내가 내 돈 주고 산 건 잃어버리면 아깝잖아. 근데 공짜로 얻은 건 잃어버려도 안 아까워. 그러니까 하나 줘.”
이 논리… 뭐지? 결국 ‘돈 아까워서 공짜로 달라’라는 뜻이지만, 본인은 절대 그런 게 아니라고 우겼다.
심지어 덧붙였다.
“내가 산다고 해도 얼마나 더 살겠어? 돈이 아까워서 그러는 게 절대 아니야.”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세상에는 각자의 논리가 있다. 그리고 그 논리가 무조건 맞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 논리가 내 상식을 흔들 때, 진짜 피곤하다. ‘어떻게 이걸 상식으로 설득하지…?’ 머리가 깜깜해진다.
그날 이후, 나는 양산만 봐도 살짝 움찔한다.
이쯤되면, 그대들이 정상인지 내가 비정상인지.
#역무원의하루 #지하철진상 #감정노동 #유실물센터일지 #양산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