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법 고집하지 않기

안경 렌즈처럼

by 장블레스

내가 안경을 쓰기 시작한 때는 군대 다녀오고 나서 공인회계사를 준비하면 서부터이다.

군 제대 후 갑자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나를 엄습해 왔다.


"뭔가를 준비해야 한다. 이대로는 안돼"


갈급한 마음으로 찾던 중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공인회계사'.

대학 전공이 무역학이었기 때문에 같은 경상학부 전공생들이 많이 준비하던 국가고시였다.

매일 두꺼운 책을 들여다보고 도서관에만 틀어박혀 있다 보니 제일 먼저 나빠진 것은 눈이었다.


그때 안경을 처음 쓰게 되었는데, 내가 다니던 교회 건물 1,2층에 큰 안경점이 있었다.

사람들도 많이 오고 해서 안경을 맞췄는데, 처음에는 괜찮았으나 하루 정도 쓰다 보니 눈이 아팠다.

왠지 초점이 잘 안 맞춰지는 느낌이 들었다. 미안하긴 했지만 그 안경점에 찾아가서 안 맞는다고 하고 환불을 받게 되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옆에 건물에 다른 안경점이 있어 거기에서 눈 검사를 하고 안경을 맞추게 되었다.

그 사장님은 꼼꼼하게 여러 검사를 하더니 '프리즘'처리가 필요하다고 하셨다. 눈 초점이 가운데가 아니라 약간 틀어져 있어서 왼쪽 눈은 프리즘처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 눈은 좀 별난데가 있구나' 생각하고 프리즘처리 된 안경을 써보게 되었다.

프리즘처리는 공장에서 해 와야 하기 때문에 며칠 걸린다고 하셨다.

'뭐 며칠쯤이야 기다릴 수 있지. 눈에만 잘 맞다면'하고 며칠을 기다려서 안경을 받게 되었다.


쓰고 보니 전에 것과는 좀 달랐다. 눈이 아프지 않았다. 그 뒤로 그 안경원에서만 안경을 맞췄다.

세월이 흘러 40대가 된 나는 다초점렌즈를 맞춰야 했다. 다초점렌즈는 정말 적응하기 어려웠다. 다초점렌즈는 3 부분으로 렌즈가 나뉜다. 렌즈 윗부분은 멀리 볼 때 잘 보이도록 오목렌즈처리가 되어있다. 중간 부분은 컴퓨터 작업할 때 잘 보인다. 아랫부분은 스마트폰이나 책을 볼 때 잘 보이는 볼록렌즈처리가 되어 있다. 노안 때문에 안경을 써도 가까운 글자가 잘 안 보이다 보니 다초점이 유용했다. 물론 이 때도 프리즘처리를 해야만 했다.


50이 넘어서 다시 안경을 맞춰야 했다. 아내가 집 앞 가까운 안경점에서 안경과 도수가 있는 선글라스를 맞췄다.

사장님이 꼼꼼히 잘하시는 것 같다고 하여 나도 한 번 새로운 곳에서 맞춰보기로 했다.

정말 꼼꼼하게 시력 검사를 해 주셨다. 나는 늘 하던 대로 프리즘처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검사를 해 보시더니 하시는 말씀이

"선생님은 프리즘처리 하지 않으셔도 되는 눈입니다. 초점이 그렇게 엇나가 있지 않아요. 프리즘처리를 할 정도는 아닙니다"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일단 믿어보기로 했다. 다초점렌즈에다 요즘은 밝은 곳에 나오면 색깔이 변하는 변색렌즈가 대세라고 해서 선글라스를 하나 더 맞추느니 차라리 변색렌즈로 하기로 했다.

며칠 후 렌즈가 왔다는 문자가 왔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안경점에 들러 안경을 써보았다.

처음에는 잘 맞는 듯했다. 하지만 역시나 며칠이 지나자 또 눈이 아파왔다.


"사장님! 일주일 써 보았는데 잘 안 맞는 거 같아요. 눈이 아파요!"


"이전 습관은 완전히 머릿속에서 잊으세요. 새로 적응하셔야 해요."


'아니, 정말 내가 그걸 잊는다고 눈이 적응할까?'

한편으로 황당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한 번 믿어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적응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마음을 완전히 다잡고 생각을 변화시키니 정말 안경에 내 눈이 적응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전에 쓰던 안경보다 더 편했다. 그전 안경은 가까운 곳을 오래 보면 눈이 아팠다. 잘 안 맞았던 것이다. 이제는 가까운 글씨도 잘 보이고 먼 끌씨도 잘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내가 적응하기 나름이었던 것이다.


그렇다. 내가 고집하고 있던 그 습관을 25년 만에 깨기 시작하니 내가 더 자유로워졌다.

이를 삶에 적용해 본다면 어떨까?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모든 환경이 자신에게 맞춰주기를 바랄 때가 있다.


혹시 나처럼 나만의 프리즘을 고집하는 분들이 있다면 나를 환경에 맞춰 가는 노력도 해보시라고 권면드리고 싶다.

내가 고집하는 그것을 내려놓고,

모두에게 적용되는 그 방법을 수용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나는 꼭 이렇게 해 줘야 해

나는 다른 사람과 달라

나는 예외일 거야


이런 생각을 버리고


“한 번 적응해 보자.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어.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어. “


라고 선언하고 실행해 보자.


"나는 치유될 수 없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나도 치유될 수 있어. 다른 사람들도 치유되었잖아"라고 선포해 보자. 마음을 이렇게 다잡고 실행에 옮겨보자!


그럼 혹시 나에게도 새로운 삶이 펼쳐질 수도 있지 않을까?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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