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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ㅡ Nov 08. 2024

두 번째 브런치북 별책부록

- 우연한, 100번째 글  -


수능을 치르고 나서였다. 우리 가족은 양산에 있는 놀이공원에 갔다. 분명 시험을 치르느라 고생한  위해 마련한 이벤트. 놀이공원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런 날이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아 용기 내어 나섰다.


하나 휘휘 넘어갈 듯한 바이킹을 마주하니 섬뜩했다. 타지 않겠다고 여러 번 말했지만, 모처럼 신이 난 아빠의 고집과 나 때문에 서름해져 버린 분위기, 어쩔 수 없이 눈물이 고인 채로 탑승했다. 바이킹의 정중앙을 찾아 동생과 친구의 팔짱을 끼고 가운데 앉았던 일까지,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전부다.


두 번 휘휘 소리를 냈을까 출발하자마자 어질하더니, 기절을 해버렸다.


이후 언제고 놀이공원을 면 놀이기구에 탑승하지 않고서도 장기가 들썩거리는 기분, 기절한듯한 기분이 다. 제대로 즐겨본  없으면서 대강 훑어낸 미묘한 두려움으로 극도의 긴장감을 타고선 극한의 공포에 가닿는 기분.


두 번째 브런치북 엮는 일은 내게 바이킹을 타는 일과 같았. 어설프게 해 본 일에 두려움과 긴장감이 몰려와서는 아찔해지는 일. 시작하기도 전에 몸 안의 장기들이 서늘해졌다.




지난해 처음으로 브런치북을 엮었다. 감히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하기 위해서. 알림을 받고선 브런치북 엮는 법부터 연구하듯 공지사항을 읽었다.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 처음 도전하는 일에 두려움이 앞서눈물마저 많은 사람. 그렇게 두 달은 흐렁흐렁거렸다. 


내가 나의 글을 읽다 울고, 몇 번을 읽고선 다시 울고, 수십 번을 읽다가 울다 지치고. 그렇게 브런치북을 엮는 시간은 오롯이 나의 글인내하며 읽어준 들에게 감사할 수밖에 없 시간이었다.


일 년에 한 번 응모를 핑계 삼아 브런치북을 엮기로 했다. 감사를 되새기고 한걸음 물러서 지난 글들을 살펴보고 수정도 해보한 해 동안의 글들을 나누어선 모아주는 나만의 마감법. 그렇게 흘러버린 내 마음도 고이 마무리해선 닫아두자. 다짐했다.


올해의 마감은 이르게 끝을 냈다. 유난히 지난했던 올해라면 어서 엮어 단단히 여며주고 싶어서. 그러고 나면 그와 같은 것들이 다시는 오지 않을 것만 같아서.




사직을 하고 그림을 그린 지 3년이 지났으려나. 별것 아닌 그것들을 완성할 때마다 집안 곳곳에 걸어두었디지털 세상의 게시물로 차곡남겨두었다.


처음 그렸던 그림을 볼 때면 리터치를 해볼까 싶다가도 그때의 그림을 그대로 기억하고 싶어 그만두었다. 지금의 달라진 선들이 더해지면 얼마나 그림이 변할 수 있을까를 시험하고 싶다가도 다시 오지 않을 그 시절의 그림이나 과정들을 고이 남기고 싶어 그대로 다.



같은 마음으로 지난 글들도, 브런치북도 그대로 두었다. 시간이 흐르고 내 안의 감정들도 흘려보내고 나서 예전 글들을 꺼내어보면 기어코 삭제하고 싶은 글도 있고, 엮었던 브런치북을 해체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다.


하나 깊이 고민하지 않았다. 고치고 고쳤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문장을 보고선 더 이상 수정하지 다. 글을 쓸 때와 쓰고 나서의 나는 달라졌을 테고, 그때의 나로 그저 남겨두고 싶었다. 그때의 마음과 비슷한 이들에게 무사하게 닿길 바라면서.


또한 지금의 나, 겨우 한 해를 더 살아본 내가 전보다 잘 쓸 수 있는가를 생각하면 과연 자신이 없다. 그저 내 마음의 느릿한 성장앨범이니 그대로 놓아두기로. 언젠가 감히 내가 수술하듯 자신 있게 지난 글을 꺼내어 해체해선 더 근사하게 지을 수 있는 때가 온다면 그때 허락하기로. 초보작가는 그저 두기로 했다.



서툰 감정들과 설익은 문장들, 오므려지지 않는 주제와 영글지 못한 글자들. 갓 나은 달걀의 껍데기로 투명히 비치는 것만 같은 조마조마한 글들, 태어나려고 아등바등 애쓰는 글들. 어릴 적 발꿈치를 벽에 붙이고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선 벽에 눈금을 남기며 성장하는 나를 기록했던 것처럼 두 번째 브런치북도 그저 여리고 어린 기록으로 남기를. 쓸 수 있는 날까지 쓰다가 할머니의 시절을 맞으면 아가시절의 브런치북이 웃음 어린 보물이 되기를 바란다.




'브런치북'이라 새겨진 바이킹에서 내려 응모버튼을 눌렀던 날,  나를 기절시킬 것만 같던 그만져보고 싶어 팝업스토어를 찾아갔다.


"작가님 입장하십니다!"

우렁찬 소리에 한껏 놀라 쇠똥구리처럼 굴러선 빨개진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린 채 사진을 찍었다. 한없이 투명해지는 내게 '작가 카드'라는 부적이라도 만들어주고 싶어서. 얼굴을 잃은 내게 고요히 선물했다.


다음  해는 그저 조구마한 보물을 엮는 기분으로 살아보자고. 빛나지 않아도, 영롱하게 소리 내지 못해도 나만의 비밀한 보물을 엮으며 조금 더 단단해지면 되는 거라고. 소리 없이 위로해 본다.



린- 두 번째 브런치북






보물을 엮느라 고생한 수많은 작가님들에게 행운이 가득하시길. 특히 인내심을 가지고 저의 부족한 글들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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