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를 만든 내 선택들 (AI 부트캠프)

선택이 모여 내가 됐다 – 네 번째 선택, AI 신문물을 접하다

by 국지호

나는 서른 살 무경력 백수다.
열심히 살았다고 믿었지만, 지금의 나는 많이 초라하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어쩌다 지금의 내가 됐을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과거의 선택들을 하나씩 돌아볼 수밖에 없다.


이번 글은 전역 후의 이야기다.
군대를 전역하고 내가 처음 내렸던 선택,
그리고 그 선택이 나에게 어떤 경험을 남겼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2023년 2월 말 전역 예정이었다.

군복을 벗는 날이 다가올수록
묘한 자신감이 생겼다.

이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도전하고 싶은 건 많았다.
하지만 직업적인 목표는 없었다.


군대 안에서는
늘 “나가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막상 전역이 가까워질수록
무엇을 해야 할지 선명하게 떠오르지는 않았다.

그때 우연히 SNS에서

‘AI’라는 단어를 자주 보게 됐다.

인공지능, 데이터, 코딩, 부트캠프.

처음엔 그냥 지나쳤다.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내 고향이 ‘AI 혁신도시’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사를 보게 됐다.

그리고 동시에 ‘인공지능 사관학교’라는 부트캠프 모집 공고를 발견했다.

그 순간 묘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다음 길은 여기다”
라고 누군가 말해주는 것 같았다.


돌이켜보면
그건 확신이라기보다는
막연한 기대였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지원했다.


그렇게 나는 전역을 앞두고
광주 인공지능 사관학교 4기 APP 과정에 지원했고
부트캠프에 참여하게 됐다.


처음 교육을 들었을 때
솔직히 말하면 꽤 신기했다.

‘코딩’이라는 건
전문가들만 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직접
코드를 입력하고
간단한 프로그램이 실행되는 걸 보니
묘한 재미가 있었다.


자동으로 데이터를 모으는 명령어,
내가 가진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명령어.

지금 생각하면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지만
그때의 나는 꽤 신기하게 느꼈다.


마치 새로운 세계를 엿본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 신기함은

오래 가지 않았다.



나는 배우는 속도가 느렸다.

같은 명령어를 입력했는데
내 컴퓨터에서는 에러가 났다.

옆자리 사람은
같은 코드를 입력하고
바로 실행시켰다.


나는 왜 안 되는지
한참을 들여다봤다.

옆에서 들리는 말들.

“아 이거 그냥 이렇게 하면 되잖아.”

“이거 어렵지 않네.”

그 말을 들을수록
나는 점점 작아졌다.


나는 매번 헤매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이미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AI’가 아니라
‘코딩’이라는 벽에 먼저 부딪혔다.


교육 과정에서는
두 번의 팀 프로젝트가 있었다.

첫 번째 프로젝트에서
우리 팀은
사용자의 취향에 맞게
음악 앱의 UI를 재구성하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팀원 중에는
이미 코딩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팀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노가다에 가까운 작업을 맡게 됐다.

데이터 정리,
자료 수집,
반복 작업. 프로젝트는 잘 끝났다.


하지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팀원들은 프로젝트를 하며
실력이 늘어가고 있었는데
나는 오히려 뒤처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아니라
벽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때부터
코딩에 대한 흥미가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부트캠프 과정은
6개월 오프라인 교육과
3개월 온라인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 짧은 기간 안에
파이썬, 리액트, HTML, CSS 같은 것들을
빠른 속도로 배워야 했다.


기초를 배우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심화 내용으로 넘어갔다.

“이거… 배웠던 건가?”

가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나는 또 하나의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코딩은 잘하지 못했지만
GPT와 대화하는 시간은 점점 늘어났다.


처음에는 단순한 질문이었다.

“이 코드 왜 안 돼?”

“이 오류가 뭐야?”

그런데 어느 순간
나는 GPT에게 질문하는 방법을
조금씩 알게 됐다.

어떻게 질문해야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는지.


어떻게 설명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코드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도
AI를 통해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걸
조금씩 알게 됐다.




교육기관장님은
수업 중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앞으로는 AI로 돈 버는 사람이 많아질 겁니다.”

“AI를 만드는 사람보다도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해질 겁니다.”

“누가 먼저 깃발을 꽂느냐에 따라

돈의 흐름이 달라질 겁니다.”

그 말이 꽤 인상 깊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AI를 만드는 사람은 아닐 수도 있겠다.”

“하지만 AI를 사용하는 사람은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때부터
AI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
조금씩 고민하기 시작했다.


코딩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해도
AI를 활용해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방법.

그리고 지금도 나는 여전히 AI를 잘 사용하고 있다고 믿는다.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거부감도 없다.


처음엔
낯선 신문물처럼 느껴졌던 AI가
지금은
내가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도구가 됐다.


어쩌면
이 선택 역시
완벽한 선택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분명한 건 하나다.


나는 그때 새로운 세계를 한번 들여다봤고
그 경험은 지금의 나에게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남겼다.


선택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됐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선택하고 있다.

어쩌면 앞으로도
AI와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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