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신의 그림자를 깔고 잠드는 날은
찌뿌둥하고 불편한 꿈을 꾼다.
돌아누울 때마다 관절이 닳은
그림자는 자주 모로 누우려 한다.
한때는 몸보다 빨라서
태양의 각도를 벗어나 저만치 앞서가던 그림자
나이가 들면서 뒤따라오는 그림자를 재촉하곤 하지만
아직은 그림자보단 빠른 몸이다.
노점(露店)은 한 사람이 쪼그려 앉고
몇 가지 채소들의 진열로 세워지는 허술한 구조물이다.
어깨와 허리가 빈 사과 상자들처럼 삐꺽거리고
이문이 박한 날은 그림자도 끙끙거리며
설거지통 밥그릇 엉키는 소리가 난다.
그림자를 덧입는 날은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덥다.
어둑한 상처들이 빠져나간 손끝과
두 눈은 검은 밤에도 화끈거리고
걱정스러운 그림자들이 아른거린다.
한 벌 그림자로 덧입고 사는 일은
온통 멀어지고 있거나 멀어져가는 일이지만
그래도 동병상련의 그림자가 있어서
한 겹 요를 깔듯 그 위에 잠드는 것이다.
소설책 열 권 분량의 인생사는
부록으로 묶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