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토크'(Vladivostok)는 '동방을 지배하라‘라는 뜻의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유럽을 만날 수 있는 도시이자 교통·물류의 거점이며 부동·자유·군사항을 가진 극동지역 아시아로의 관문이다. 또한 러시아 태평양 함대의 주둔지이며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시·종착점이고, 일제 강점기 독립 운동가들 활동의 근거지이자 또 다른 이들에게는 사회주의 혁명화와 식민지 민족해방을 꿈꾸던 젊은 국제도시다.
필자는 한국관세학회(회장:엄광열),러시아 관세아카데미, KORTA 러시아블라디보스톡 무역관 주최, 강원도 후원으로 ’북방경제 협력과 한-러 통관행정 개선방안‘ 주제의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했었다.
스웨덴 해운물류 기업 스테나(stena)의 한국-러시아 국제카페리 회사 설립·선박도입에 실무책임을 맡았던 필자의 직무 경험상 최근의 한-러 통상, 관세행정, 항로 활성화 등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가 자못 궁금하였다.
돌이켜 보면 약 2년여의 짧은 운항 시기에 한-러 북방 항로가 중단되고 교역 활성화가 부진했던 이유를 복기해보면 첫째, 내부적 요소로 종합적인 경영전략의 부재였다. 한국-연해주-중국 동북 3성으로 이어지는 황금 노선이 될 것이라는 엄청난 착각 속에 조직 논리가 함몰되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출발점, 풍부한 자연자원, 한국과의 지리적 접근성, 잠재력은 있었지만, 시장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부족하였다. 적극적인 투자도 좋지만, 그 기본 바탕 위에는 냉철한 현실감각을 바탕으로 위험을 최소화 하고 기피하여야 했었다.
또한 한-러시아 양국 교역 구조에 맞는 화주발굴도 부족하였다. 한국은 소비재, 러시아는 원자재 수출 구조이기 때문에 이에 맞는 맞춤형 화주의 홍보·유치를 제대로 못 하였고 이는 여행객 모객활동에도 마찬가지였다.
러시아 현지 하역·포워딩 업체 등과의 상호 이해도 부족하였다. 세관의 관습과 당초와 다른 항만·대리점 요율표(Tarif),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의 발생 등 국제 사업의 협력 증진에 있어 현지 사정을 고려한 접근방식 및 해결방법에 대한 차이점에 잘 대응하지 못하였다. 결과적으로 충분한 신뢰 기반을 구축하지 못하였다.
둘째, 외부적 요소로서 통관 및 행정장벽이다. 기본적으로 한국은 통관화물에 대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검색을 생략하나 러시아는 전수검사가 원칙이다. 한국 기업들이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분야로서 빈번한 통관일수 지연, 과다한 통관 제출 서류 요구, 보세운송 비활성화, 수출자 제품 가격이 아닌 러시아 세관의 자체적인 상품가격 기준가 적용 및 자율적 해석 등을 꼽을 수 있다. 결국 세관 통과 기간은 길고 하역 및 통관 비용이 높아 비효율적인 물류 체계를 낳아 많은 한국 기업들의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셋째, 인프라 부족이다. 러시아는 군사와 상업항만으로 분류되는데 연방정부의 허가를 받는 경우 개인 및 회사가 건설과 운영에 참여할 수 있다. 자루비노(Zarubino)항 같은 경우 이러한 범주에 속한다.
부두 하역 인프라 부족으로 20피트 경량 화물 위주로 취급하고 수동 이동식 크레인 사용으로 높은 효율성과 안전성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 주요 항만의 공통점이다. 또한 입·출항료, 예선료, 도선료 등 기본적으로 항만사용료가 높으며 이는 한국(속초)도 같은 상황이었다. 지역 내 간단한 선박수리·예선·선용품 업체도 없어 추가 비용만 커졌다.
강원도가 한-러 북방경제의 선봉장이 되기 위해서는 환경변화에 대응하여 스스로의 산업 전환 능력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데 이는 지역이 주도해 혁신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주도로‘산업공유자산(industrial commons)'이 강원도, 해운선사, 물류 기업, 화주, 대학, 연구소, 전문가 등이 연계하여 형성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부족하였다.
즉, 실제로 북방경제 산업현장에서 뛸만한 선수가 없었다. 뒤늦게 강원도에서 북방경제의 물류기지 중심역할을 위하여 ’(재)북방물류연구지원센터‘를 설립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북방항로가 활성화가 되기 위한 방향성으로 첫째, 원스톱(one-stop) 물류 서비스가 이루어져야 한다. 과다한 국경통관 시간이 감소하고 물류처리능력이 증대되어야 한다. 양국 세관 당국은 물론 CIQ 기관 간 정례화된 협업을 통하여 블라디보스톡항을 비롯한 주요 항만들의 전자신고제도의 제도적 보완과 통관 업무의 글로벌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 철저한 수요자 중심 정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당면한 현안·문제 해결과 실사구시(實事求是) 해결방안을 통한 역내 물류 증대를 도모하여 블라디보스톡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성공사례가 많이 나와야 한다.
국제물류의 운송방식이 Port to Port에서 Door to Door로 변경되었으므로 복합운송(Multimodel Transport)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양국 항만 간 컨테이너 하역 장비 투자 및 열악한 터미널 개선 등 기본적인 물동량 창출을 위한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
하드웨어 없이 피견인 트레일러(Towed Trailer), 기차, Sea&Air 등 복합연계 운송기능 네트워크 강화는 어렵다. 안정적인 물류 자립적 경제구조 기반시설을 갖추는 것이 급하다는 애기다. 이를 위한 다양한 전제조건 및 현실화 구조를 조성하려는 많은 시도가 필요할 것이다.
이번 일정에는 고려인 문화센터, 안중근 의사 단지동맹비, 이상설 선생 유허비, 최재형 선생 고택 방문 등 다양한 우리 역사 탐방도 포함되어 있었다. 일제의 탄압과 민족 말살 정책에 저항하여 조국의 독립과 해방을 위하여 지난한 투쟁과 목숨을 바친 조상들의 발자취를 돌아볼 수 있었다.
그들은 먹고살기 위한 단순 이주 외 러시아에서 안정적으로 활동하면서 조선에서 자유로운 정치·경제활동이 제한되고 강제동원으로 고통받는 삶을 벗어나 일본이 없는 주체적 의지를 갖고 살 수 있는 공동 번영의 나라를 꿈꾸었다.
많은 세월이 흘러 선조들이 살던 연해주 지역에는 아직도 남·북·중·러의 이데올로기적 문제가 남아 있고 누군가는 블루오션(Blue Ocean)이라고 하는 현대판 육·해상 비단길이 펼쳐져 있다. 독립운동의 새로운 방향을 고민하여 평등하고 다 함께 잘 살 수 있는 나라 만들기에 힘썼던 조상들의 너무도 많은 애씀을 승화하여 우리는 새로운 북방경제 동력의 전초기지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한국의 잠재력으로 북방 경제를 발전·협력할 수 있는 민족적·산업적 네트워크 활성화의 코리아 디아스포라(Diaspora)가 혁신적으로 펼쳐지기를 마냥 고대한다.
북방경제의 서쪽 하늘을 벌겋게 물들이는 태양이 한국이 되는 그날.
거품 송송한 맥주한 잔을 놓고 안중근 의사가 외친 ‘꼬레야 우라’(대한독립만세)를 한번 읊조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