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지구의 생명들>>

데이비드 애튼버러

by 한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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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애튼버러는 자연 다큐멘터리 분야의 거장이다. 그는 멋진 자연 영상을 찍는 동시에 그 내용을 책으로도 펴낸다. 자연 다큐멘터리에는 늘 새롭고 신기하고 놀라우며 감동적인 장면이 가득하다. 온갖 생물이 탄생하고 자라고 살아가고 죽어가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생명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새삼 깨닫는다. 그래서 넷플릭스 같은 OTT에 자연 다큐멘터리가 적다는 사실이 아쉬울 때가 종종 있다.

책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영상을 찬미하고 있자니 좀 그렇긴 하다. 하지만 황제펭귄 수컷이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몇 주 동안 알과 이어서 새끼를 품고 있는 모습을 영상과 책이라는 매체에 담는다면? 아마 영상 쪽에 더 시선이 가지 않을까?

생물의 생로병사를 비롯한 자연을 묘사할 때, 영상은 책보다 유리한 점이 많다. 사마귀가 꽃에 앉아서 먹이가 다가오기를 참고 기다리다가, 곤충을 홱 낚아채어 머리부터 뜯어먹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주기는 쉽다. 그리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금방 와 닿는다. 같은 장면을 글로 쓰려면...묘사가 잔뜩 들어가야 한다. 세밀한 묘사를 그냥 건너뛰곤 하는 요즘 시대에는 더욱 불리한 입장에 놓일 듯하다. 텍스트의 위상이 점점 초라해지고 있는 시대이니.

그렇기에 애튼버러의 책을 접할 때면, 과연 묘사를 어떻게 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곤 한다. 영상을 그대로 글로 묘사하는 식이라면, 딱히 책을 펼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글도 나름의 장점이 있으며, 저자는 그런 장점들을 탁월하게 활용한다. 자연 다큐멘터리는 자연을 충실하게 영상으로 담아야 하기에,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가 없다. 반면에 글은 다르다. 글은 시간적, 공간적으로 마음껏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다.

즉 그의 책은 단순히 영상을 글로 옮기는 형태가 아니다. 한 장면 뒤에는 진화 역사가 붙고, 다른 장면 뒤에는 지각판의 이동 이야기가 나온다. 화산 분출이 지구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폭넓게 살펴보기도 하고, 어느 생물의 변화가 생태계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내다보기도 한다. 또 온갖 비유로 독자에게 상상을 펼치도록 자극한다. 아마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도록 부추기는 데에는 책이 더 낫지 않을까?

애튼버러의 책들은 이런 요소들을 적절히 배치해서 이야기를 짜고 엮는다. 숲이나 섬처럼 한 지역 전체를 묘사한 다음, 그곳에 사는 특정 생물의 삶을 번식과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서술하다가, 신체 구조나 생리 기능을 파고들고, 생태계와 진화로 넘어가기도 한다. 그렇게 오가면서도 무리없이 매끈하게 이야기가 이어진다.

가끔은 나라면 이 장면을 어떻게 썼을까 하는 생각도 하는데, 그런 생각을 할 때면 비로소 애튼버러의 필력을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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