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즈의 예술사>>

데즈먼드 모리스

by 한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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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 미술을 좋아하다 보니, 운좋게 연결되어 데즈먼드 모리스의 <<초현실주의자들의 은밀한 매력>>이라는 책을 번역했고, 이어서 이 책도 우리말로 옮겼다. 모리스는 우리에게는 <<털 없는 원숭이>>로 가장 잘 알려진 동물학자이지만, 사실 초현실주의 화가이기도 하다. 아마 생존한 마지막 초현실주의자가 아닐까?

저자는 동물학자이기에 당연히 동물의 몸짓을 오래 연구했으며, 이 책은 그 식견을 미술 작품에 담긴 사람의 몸짓에 적용한다. 흥미로운 몸짓과 해석이 많다. '하일, 히틀러!' 하고 히틀러를 향해 손바닥을 밑으로 향한 채 손을 치켜드는 인사의 역사를 다룬 내용이 특히 재미있다. 그 밖에도 <스타 트렉>의 외계인 스팍이 인사하는 손 모양, 한 손을 가슴팍에 집어넣은 나폴레옹의 전형적인 자세, 혀 내밀기, 하품 등 다양한 자세와 몸짓이 실려 있다. 나름 전통과 역사에서 비롯된 몸짓도 있고 한때의 유행인 몸짓도 있다. 완전히 껴안거나 실제로 키스를 하고 있다면 얼굴 표정을 제대로 묘사할 수가 없어서 어색하게 그 직전 상황을 묘사하고 만 그림들도 재미있다.

역자는 미술을 글로 배운 탓인지, 실제 미술 작품을 보는 것보다 이렇게 독특하거나 새로운 해석을 읽을 때가 더 좋다. 왠지 실제 경험을 할 때보다 그 경험을 기대할 때 도파민이 더 분비된다는 중독자 연구 결과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물론 안타깝게도 해석 자체를 거부하는 초현실주의 작품을 감상할 때는 안 맞는 방식이긴 하다. 그러나 그런 작품을 볼 때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하는 한편으로 역자의 상상력 부족에 절망하는 마당이니, 그냥 글을 통해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싶은 마음도 절로 든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나이를 많이 먹어도 이런저런 흥미 있는 주제를 찾아다니면서 즐겁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것이다. 저자는 지금 90대 중반이다. 그 나이쯤 된 분들을 생각하면 으레 떠올릴 법한 성격이나 습관 같은 것들이 있다. 거기에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다니고 흥미로운 탐구를 할 뿐 아니라, 이 책처럼 '아하' 하는 즐거움을 안겨주는 책까지 결과물로 내놓는다는 항목은 아마 웬만하면 들어 있지 않을 것이다.

회고가 주를 이룰 것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는 나이에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이런 책을 번역할 때면, 존경하는 마음과 창피한 마음이 뒤섞이곤 한다. 그 자기 반성이 제발 행동으로 이어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그리고 다시 반성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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