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프레임
번역을 오래 하다 보니, 색다른 시각을 담거나 탐색하는 책이 의뢰가 오면 저도 모르게 기대하게 된다. 와, 이거 새로운 관점이네. 아하, 이렇게 볼 수도 있구나. 번역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이다.
수학으로 슬픔에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한 이 책도 그랬다. 사실 제목만 보고서는 수학과 슬픔을 어떻게 연관짓는다는 것인지 좀 갸웃하게 만들 수 있다. 원래 제목은 직역하면 <<슬픔의 기하학>>인데, 그 제목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가까운 사람을 잃었을 때 겪는 상심과 비탄과 슬픔에 사람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생각한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제시한 해법들도 살펴본다. 이 책에는 조앤 디디온의 <<상실>>처럼 그런 일을 겪은 이들이 깊은 번민과 고뇌 끝에 내놓은 책들, 주제 사라마구의 <<죽음의 중지>>처럼 삶과 죽음의 의미를 탐구한 책들이 많이 인용되어 있다. 덕분에 오랫만에 다른 분야의 책들을 찾아보는 즐거움도 맛보았다. 슬픔이라는 주제와 좀 안 어울리는 단어이긴 하지만.
저자는 프랙털 기하학의 창시자인 망델브로와 함께 연구한 수학자다. 오랜 세월 수학을 공부하고 가르친 사람이기에, 남들과 달리 수학이 슬픔에 대처할 방법이 될 수 있을지 고심한 기미가 역력하다. 그리고 수학자답게 어떤 단순한 해법이 아니라, 여러 단계에 걸쳐 차근차근 차분히 논리적인 형태로 논지를 펼쳐나간다.
어떤 숫자나 미적분이나 행렬 같은 수학의 도구를 슬픔과 일대일로 대비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프랙털을 비롯한 기하학을 전반적으로 훑으면서 체계적으로 얼개를 짠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이 5차원 격자 속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광경처럼, 기하학이라는 구조 안에서 슬픔에 대처할 방법을 탐색하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러니 정말 색다른 관점이 돋보인다고 할 수밖에. 아쉽게도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진한 감동을 기대한 독자라면 좀 실망을 느낄 수도 있다. 책이 슬픔의 감정을 전하고 공감을 일으키려는 것이 아니라, 슬픔에 대처할 수학적 방법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상실과 슬픔을 이야기하면서도 차분한 어조를 잃지 않는다. 그 점에서 본다면 저자는 영락없는 수학자인 듯하다.
저자는 같은 방식을 음악, 미술 등 다른 쪽으로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데, 그 말을 들으니 더욱더 그렇다. 마치 슬픔에 대처하는 방식이 통곡과 공감, 심리적 위로처럼 널리 알려져 있고 주로 쓰이는 방식만이 아니라 훨씬 더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다고 제시하는 듯이 보이기 때문이다. 상실의 슬픔을 이야기하면서도 수학자로의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한다고나 할까. 그래서 조금만 더 길게 더 감상적으로 썼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언뜻 들기도 한다.
이 책을 옮기면서 역자는 좀 다른 의미로 상실의 아픔을 새삼 느꼈다. 이 책에 역자가 번역을 했지만, 나오지 못한 책도 두 권 인용되어 있어서다. 철학자 데니스 더튼의 <<예술 본능>>과 컴퓨터과학자 주디아 펄의 <<이유의 책>>이다.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