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의 일기
대학원생은 글을 쓰는 직업인 것 같다. 논문, 제안서, 보고서, 초록, 이메일을 비롯한 수많은 글을 매일과 같이 쓴다. 나는 분명 수학과 과학을 잘해서 대학원까지 온 것인데 실제로 하는 일은 글쓰기라니 참 놀랍다. 이와 더불어 살아남기 위해 이렇게 일기도 써야한다. 이런 걸 되짚어보면 이과와 문과를 골라야 하던 고등학교 때 글을 잘 쓴다고 문과를, 수학 문제를 잘 푼다고 이과를 골랐던 게 참 말이 안 되는 일인 것 같다. 그래서 배우지 못한, 배워야 할 줄 몰랐던 나의 글은 늘 삐뚤빼뚤하다.
대학원생이 되어 내 글에 대해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너의 글은 너만 이해하고, 너만 읽을 수 있게 쓰여 있어"라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듣고 수없이 많은 퇴고를 거쳤지만 여전히 타인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는 법을 모른다. 글을 쓰는 법을 배웠으면 좋았을텐데. 그걸 배우지 않았고, 배우지 못해 내가 제일 잘 하는 방법으로 노력해본다. 무식하게, 많이, 계속, 해야하는 일을 반복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