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와 논문

어떤 날의 일기

나는 사주 보는 걸 좋아한다. 21세기 이공계 대학원생으로서 사주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름과 생년월일, 시간을 바탕으로 내 과거, 현재, 미래를 듣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믿지는 않는다.)

요새 사주에서는 자식 운이 본인의 출판물, 작품 등을 포괄한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그런 비유라면 대학원생에게 자식은 논일 것 같다. 논문을 통해 세상에 발자취를 남긴다고 생각하는 대학원생도 있지만, 나는 그런 편은 아니. 그렇지만 논문은 참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한다.

자식을 키워본 일이 없어서 다는 모르지만, 시작할 때 내가 바랐던 대로 완성되지 않고, 징글징글하지만 또 애틋한 마음이 들면 자식 같다고 생각한다. 어디 가면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또 잘 아는 사람에게는 보여주기 부끄러운 이 마음. 내 눈에는 허점투성이지만 다른 사람이 지적하면 화가 나기도 하는. 결국 마음을 쏟는 대상은 다 비슷한 특성을 갖게 되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비유라면 자식을, 아니 논문을 순풍순풍 낳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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