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의 일기

잠이 오지 않는 밤

맨날 잠을 못 잔다. 박사 과정을 하면서 불면증은 떠난 날이 없다. 분명 내성이 없다던 멜라토닌은 갈수록 많이 먹어야 잠이 온다. 자려고 별 짓을 다 한다. 그래도 잠이 안 온다. 가만히 눈을 감으면 생각이 머리 위로 쏟아져서 잠이 다 깬다. 큰일이 없는데 왜 그렇게 늘 걱정이고 스스로의 마음에 짐을 쌓는지 모를 일이다.

밤에는 잠이 안 와서 못 자고, 낮에는 피곤해서 커피를 마시고, 밤에는 또 잠이 안 오는. 그 양성 피드백의 굴레를 매일 걷는다. 눈을 감으면 할 일이 쏟아지지 않는 밤을 갖고 싶다. 평안한 밤을 갖고 싶다.

이렇게 아득바득 글로 적으면 머리를 채우던 생각들이 종이로 옮겨간다. 옮겨간 생각들은 Ctrl + X처럼 머리에서 사라진다. 몇 글자를 쓰고 몇 장을 채워야 텅 빈 머리와 시원한 가슴으로 잘 수 있을까.

그 모든 생각이 걱정은 아니다. 그냥 매일 돌아가는 시계가 밤에 멈추지 않듯, 하루 종일 일한 머리의 태엽이 멈추질 않는다. 하루 끝에 행복한 미소로 이불을 끌어안고 스르륵 잠에 들고 싶다. 내일 할 일, 불안한 마음, 쫓기는 일정에 대한 생각 없이. 이렇게까지 노력해서 버텨야 하는 게 내 20대라니. 차라리 쓰러져 잠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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