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브런치에 접속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작성한 글이 24년 6월 30일이네요. 벌써 1년 2개월이 넘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갑자기 신변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님에도 참 오랜만에 글을 쓰다 보니 모든 게 새롭게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사실 글을 안 써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오히려 "글을 얼른 써야지", "글이라도 써야 하는데"를 많이 생각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글쓰기까지 이놈의 맥북이 참 무겁게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정말로 오랫동안 맥북을 열지 않았습니다.
글쓰기와 조금 멀게 살아가다가 지난주 우연히 '꾸준함 기술'이라는 책을 만났습니다. 일본인 작가가 쓴 글인데 자신 있게 취미는 꾸준히 하기라고 말하며, 의미가 없어 보이는 것도 꾸준히 하다 보면 기회를 만날 수 있다고 굳건하게 믿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거 '계속하기'가 가장 중요하며 하던 일을 아무도 하지 않을 만큼 오래 하는 것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동시에 꾸준함을 의미 있고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 '기록하기'라고 정의하여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여러 번 설명합니다.
주말에 이 책을 카페에서 읽는 내내 글쓰기가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매 번 연간 목표를 세울 때면 가장 첫 번째로 등장하는 글쓰기이지만 지금까지 제가 미뤄왔던 글쓰기에 대한 열정과 함께 "아 이제는 진짜 해야지"라고 다짐했습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는 만큼 지난 1년 2개월 동안 저에게 있었던 일을 소개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마 앞으로 작성하게 될 글들에 영향을 줄 겁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 24년 8월에 결혼을 했습니다. 지금은 와이프가 된 전여자친구(동일인물)와 대학생 때 만나 8년을 연애하고 결혼하게 되었는데 지금도 연애하는 것 같고 재미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와 더 친해지는 것 같아 이 시간들이 소중합니다.
동시에 결혼을 한 뒤에 부모님 생각도 자주 하게 됩니다. 저보다 어린 나이에 결혼하셨고 지방에서 올라오셔서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결혼생활 초기부터 저와 동생을 키우셨다고 생각하니 참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따금씩 회사일로 힘들어하고 집안일에 신경 쓰지 못하는 저를 만나게 되면 그 당시 부모님을 생각해 보며 아주 약간의 위로를 얻기도 합니다. 동시에 제가 참 부모님 덕을 많이 보고 있었구나도 느끼게 되는데요.
결혼하고 와이프와 마트에 처음 갔을 때 간장과 고추장이 그렇게 비싼 줄 처음 알았습니다. 항상 부모님이 준비해 주셨기 때문에 제가 직접 구매할 일이 없었는데 결혼하고 나니 이 모든 걸 직접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도 몸소 체험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직 결혼한 지 일 년이 조금 지난 시점이지만 감사한 와이프 덕분에 하루하루 재미있게 살고 있는 중입니다.
지난 7월 생애 첫 자동차를 구매했습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할 무렵에 차량 구매를 고민했었는데요. 그 당시에는 회사도 대중교통으로 이동 가능하고 차량을 구매한다고 해도 주말에만 이용할 것 같아서 구매를 미뤄왔습니다. 필요한 경우 차량공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서 큰 불편함이 없었기 때문에 차량 구매에 대해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었는데요.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자동차를 사서 가족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와이프와 상의 끝에 구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무엇보다 아직 자녀가 없는 신혼기간에 다양한 추억을 쌓고 싶었는데요, 자동차를 구매하면 전국 어디든지 쉽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안 가본 곳도 구경하고 제철음식도 마음껏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양가 부모님 댁에 더 편하게 방문할 수 있고 가족과의 여행도 진입장벽이 낮아질 것 같아 여러 장점이 기대됐습니다. 구매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지만 벌써 2천 킬로미터를 달리며 전국을 여행하는 중입니다.
올해 1월에 부서 이동을 했습니다. 입사 후 여러 조직에서 일을 해왔고 기존에 하던 업무를 최대한 빠르게 다운로드해서 내 것으로 내재화하는 게 특기인 회사원이기 때문에 이동에 대한 두려움은 거의 없는 편인데요. 예상치 못한 전국민적 이슈가 발생했고 그것들을 처리하면서 참으로 정신없이 바빴습니다. 돌이켜보면 이 시간들 덕분에 더 배움이 빨랐고 적응도 할 수 있었는데요. 그만큼 참 힘든 부분도 있었고 속으로 아파했던 시간들도 있었습니다. 다만 모든 것이 어느 정도 '끝'이 있는 것처럼 대부분의 이슈는 흘러지나 갔고 저 또한 다시 제자리에서 리듬을 찾아 적응하고 배우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는데 엄청 특별한 일을 말씀드린 것 같지는 않네요. 반대로 큰 이슈 없고 무탈하게 잘 지내왔다는 해석도 가능하겠지요.
앞으로 큰 이슈가 없더라도 제가 만난 세상과 이야기들을 음미하면서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글을 계속 써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