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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넷플연가 May 23. 2016

'이상(理想)'한 곳  _ 전희경 작가

Artist Interview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걸어가고 싶을 때
친구를 위해 내 목숨을 버리지 못했을 때
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함께 울었을 때
모내기가 끝난 무논의 저수지 둑 위에서
자살한 어머니의 고무신 한 짝을 발견했을 때
바다에 뜬 보름달을 향해 
촛불을 켜놓고 하염없이
두 손 모아 절을 하고 싶을 때
바닷가 기슭으로만 기슭으로만 끝없이 
달려가고 싶을 때

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

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 게 좋다.

[바닷가에 대하여] , 정호승 


이상적 삶 2, 116x91cm 캔버스 위의 아크릴, 2015



 압도적이다. 거침없는 붓터치와 강렬한 색채. 그림에서 에너지가 넘쳐 흐르는 듯 하다.

 ‘이상적 삶2’ 라는 회화작품입니다. 각자 삶의 매 순간 마다 존재하는 이상적인 모습과 현실적인 모습 사이에서 줄다리기 하는 우리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조금 더 이상적인 삶의 모습은 어떨까. 현실과의 고민과 괴리 속의 모습과는 다를까. 그 풍경은 어떤 냄새일까.' 라는 생각으로 그리게 된 작품입니다.

최대한 직접적인 전달보다는 느낌로 표현하고 싶어서 색과 붓질로 공간을 만들고해요. 그래서 에너지가 느껴진다고 하신 것 같네요~!



계곡, 구름과 산수와 같은 형상이 등장한다. 작가님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현대판 무릉도원 같다고 할까?

무릉도원으로 해석하시는 분도 많지요~! 천국이나 무릉도원, 이상향, 도화원 등등의 다양한 유토피아가 있잖아요, 요즘 시대에는 개개인의 현대판 이상향이 있다고 봐요. 저는 제가 머리속에서 이미지 떠올리는 저만의 상상의 공간을 만드는 거구요. 그래도 보고 자란 것이 있어서 동양의 느낌과 많이 닿아있죠^^

계곡, 구름, 산과 물 등은 자연의 모습이죠! 가장 자연적인 모습으로 있는 상태, 혹은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상태가 제가 생각하는 이상에 조금 더 가깝지 않나 봅니다.

그 중에서 '폭포', '물'은 조금 의도적으로 그립니다. 노장사상에서 이야기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물을 꼽거든요. 저의 바램이기도 한거죠… 물 같은 모습으로 살기를 원하는….



작업에 앞서, 어디서 영감을 얻는 지 궁금하다.

이전에 이런 질문을 받으면, 영감을 특별히 받지 않는 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요즘 작업이 잘 안되서…  돌아보니, 저는 자연현상에서 많이 받는 편인거 같네요… 이전에 여행을 종종 다니고 에너지가 충전되고 했는데, 요즘은 방전된지 오래되니 그림이 잘 안 그려지더라고요. 

자연 by human being 인 곳 말고, 그야말고 대자연을 좋아합니다. (그래도 인적 드문 자연속으로 가면 무섭기도 해요) 공원도 물론 좋지만, 손이 타지 않는 대자연… 매우 감명받고 제 작업의 에너지가 되는 것 같아요.



터져버릴 것 같은, 116x91cm, 합성피혁 위의 아크릴, 2015.



사진에서는 잘 표현이 안되었지만, 실제로 봤을 때 홀로그램처럼 작품이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묘하게 변한다.

 음, 이전에 그렸던 작품들 중에서 몇몇 작품은 다양한 천에 그렸는데, 그중의 하나 일거예요. 홀로그램 천, 광택이 있는 천 등등에 그렸거든요~! 보는 방향과 주변 물감에 따라 색이 달라지죠. 캔버스에 그리는 것보다 라이트한 느낌이 좋아서 종종 색이 있는 천에 그리기 시작한 것이 이렇게 발전 되었어요.



회화 뿐만 아니라 드로잉 북, 에세이 집 등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하고 있던데

주로 회화 작업을 하고요, 드로잉 시리즈로 하는 작업도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2권의 에세이집을 만들었습니다. 드로잉 시리즈는 주로 제 자신의 대한 이야기입니다.

회화작품이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을 3인칭 시점에서 바라보며 그 풍경을 추상적으로 그린다면, 드로잉 시리즈들은 그 풍경을 현실로 살아가는 제 자신의 모습을 그리는 1인칭 시점의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2권의 에세이집은 [서른살] , [서른셋] _ 라이프 댄 아트 로 드로잉, 짧은 글, 사진 등으로 이루어졌고, 나이를 먹고 세월을 보내며, 느낀 다양한 이야기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뒤로 오니 그냥 빈 곳이었다.  162x130cm, 캔버스위의 아크릴, 2015.



끊임없이 확장되는 색과 붓질(stroke)가 인상적이다.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자료를 모으거나, 에스키스를 하거나 하면서 그리는 스타일이 아니여서, 작업 과정으로 보여드릴 사진이 없어 아쉽네요.

저는 그림 그릴 때, 우선 머리 속의 이미지를 띄웁니다. 전체적인 큰 그림의 느낌을 가지고 숲속에서 길을 찾듯, 그림을 만들어 나가는 편입니다.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지우고 다시 그리기도하고 시간을 두고 보기도 합니다.



작업 이외에 요즘 하는 일 또는 관심 있는 일이 있다면?

 요즘은 열심히 일을 하고 있네요. 주말에 풀타임 알바를 하고 있구요, 주중에는 주로 작업을 하는데 작업활동 말고는 크게 관심이 없어요….취미도 없어서 블록이나 맞춰볼까도 했지만, 일하고 집안일하고 작업하려면 시간이 여유있지 않아서 최대한 작업활동에 시간을 거의 보냅니다.

아~! 지금은 며칠 전 시장에서 채소를 샀는데, 그 속에 딸려온 달팽이를 물심양면 키우고 있습니다^^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을까? 있다면 그 이유도 궁금하다.

 거의 모든 작품들이 다 애착이 가는 편입니다. 그래도 그 중에서는 막힌 길을 뚫어준 작품들이 애착이 가죠! 이 작품을 그리면서 방향이 조금 바뀌고 막힘이 뚫리는…. 그런.. 작품이 애착이 갑니다. 딱 한 작품을 꼽기가 쉽지않네요~


In between, 273x116cm, 합성피혁위의 아크릴, 2011


작가님의 이상향은 무엇인지, 그 이상에 어느 정도 도달했다고 생각하시는 지 궁금합니다.

이상향… 그 것이 무엇이 되든지, 도달하게 되면, 곧 현실이기에 또 다른 이상이 생기겠죠. 우리는 끊임없이 욕심 내고, 바라고, 원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고정된 이상이 있을까요? … 제가 표현하고 싶은 이상과 현실간의 관계는 현실에서 이상을 바라고, 원하며 그곳에 가려 노력해서 도달한다고 하더라도 곧 현실에 되고 다른 이상이 생기고 열심히 살며 도달한 그곳은 바로 현실이 되는 쳇바퀴 같은 관계예요. 우리 인간사의 모습이겠죠.

제가 생각하는 이상향 역시 이전에 꿈꿨던 그 욕망의 대상이 되겠지요. 예를 들면 대학을 간다라든가, 회사에 취직한다든가. 그런것들이요… 하지만 지금은 이상과 현실의 사이에서 팽팽한 밸런스를 유지하며 사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예를 들며, 그림 그릴 수 있을 정도의 일을 하며,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작업을 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지금의 제 이상입니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해나가고 싶은지 작가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다음 작품이 궁금한 작가, 발전하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어려운 일이겠지만요.



▶ 네이버 헬로 아티스트 전희경 작가 인터뷰 영상 보러가기





전희경 작가님의 작품은 익선동 '카페 식물'과 을지로 '호텔 수선화'에서 5월 20일 금요일부터 6월 3일 금요일까지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작품을 직접 보았을 때의 감동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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