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Interview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
어머니 코고는 소리 조그많게 들리네
어머니는 고등어를 구워주려 하셨나보다
소금에 절여놓고 편안하게 주무시는구나
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 구일 먹을 수 있네
어머니는 고등어를 절여놓고 주무시는구나
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 구일 먹을 수 있네
나는 참 바보다 엄마만 봐도 봐도 좋은걸
- <어머니와 고등어>, 산울림 밴드
이 작품은 고등어 시리즈 중 하나인 ‘수다’라는 작품이에요 고등어 시리즈를 하면서 고등어에 대해서 한 가지 의미를 두고 작업을 하진 않아서 작품마다 의미가 다른데요. 이 작품을 작업할 때 고등어는 어머니와 가장 밀접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머니와 고등어라는 노래도 있잖아요.
‘수다’는 저희 엄마를 모티브로 작업을 했는데, 대개 엄마들은 나이를 드시면 말 수가 많아지시잖아요. 엄마가 이 작품 할 때쯤 부쩍 말수가 많아지셨어요. 가족들이 다 바쁘다 보니 집에 있는 시간이 적어서 엄마 말동무가 되어드리지 못했죠. 다행히 주변에 엄마 친구 분들이 많이 사시는데 항상 저희 집으로 모여서 수다를 떠세요. 대화를 엿듣기도 하고 참여하기도 하고 가끔은 귀를 막기도 해요(웃음). 그 모습을 보고 엄마를 고등어에 빗대어 작업했어요. 전국에 계신 어머니들 해당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여전히 목청 좋은 수다는 저희 집에서 이루어지고 있고요.
사실 소재를 선정하는 것에 있어서 큰 의미는 부여하지 않아요. 순간 제가 느낌이 오는 대상을 제 방식대로 그려나가는 편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소재 선정에 있어서 아무 이유가 없진 않아요. 저는 소재를 그려나갈 때 완벽하게 그려내야 한다는 강박성이 있는데, 밀도를 올린다고 표현하나요?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걸 좋아해서 굉장히 파고들면서 집요하게 그리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채색하는데 있어서 촉각적인 요소와 시각적인 요소를 한꺼번에 표현하기 적합하고 묘사할게 많은 소재들을 골라요. 고등어, 선인장, 코끼리 모두 그런 이유에서 선정하게 되었죠.
은분으로 처음 작업하게 된 계기는 고등어를 그리면서였어요. 예전 고등어 작업은 무거운 분위기의 흑백대비가 많은 작업들을 했었는데 흑백대비가 분명하면서 먹물과 이질감 느껴지지 않는 재료를 찾다보니 한국화에 쓰이는 은분을 사용하게 되었어요.
고등어 배의 은백색을 표현하기에도 아주 좋은 재료였고요. 은분은 저에게 아주 매력적인 재료에요. 저는 묘사를 많이 하고 집요하게 그리다 보니 수정을 많이 하는데 한국화는 수정하기 힘든 부분이 많은데 은분은 수정이 쉬워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재료죠.
그래서 다른 작품들에도 은분을 계속 사용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금은보화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은을 제일 좋아해요. 액세서리도 모두 은만 착용해요.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작품은 학부 4학년 졸업 전시로 작업했던 100호 크기의 코끼리 두 마리가 이마를 맞대고 있는 ‘교감[交感]’이라는 작품이에요.
8개월 정도 걸려 완성한 작품인데, 제 그림 작업에 있어서 묘사의 정점을 찍었던 작품이었어요. 주변에서 ‘그만 그려라, 그 정도면 됐다, 그림이 답답하다’라는 말도 많이 들었지만, 성격상 제 기준의 완벽함까지 그려야 만족하기 때문에 코끼리 주름과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식으로 그렸던 거 같아요. 결국은 제 강박성과 싸운 거겠죠? 그 작품은 볼 때마다 좋아요. 제 작품인데도 좋아요. 그림 인생 중 가장 치열하고 제일 열심히 했던 작업이기도 하고요. 학부 4학년을 함께 한 작품이라 추억도 많고 애착도 많이 가는 작품이에요. 실제로 보면 굉장히 웅장하고 입이 딱 벌어지실 거 에요.
작업 이외에는 ‘브ㅔ븨천사 초상화‘ 라고 선물용 팝아트초상화를 그리고 있어요. 한국화 전공이라 늘 장지, 순지만 접해왔는데, 캔버스와 아크릴 물감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지인들에게 선물용으로 그리다가 지금은 소소하지만 주문도 받으면서 하고 있어요. 어쨌든 작업의 연장성이네요. 아 ’브ㅔ븨천사‘는 제 닉네임인데요. 발음이 힘드실 수 있는데, 베이비 천사라고 아기천사라는 뜻이에요. 제가 동안이라 제가 저에게 선물해준 닉네임이에요.
('브ㅔ븨천사' 초상화 궁금하신 분들은 인스타그램 ID : 'hanbaby_angel'을 검색해보세요!)
고등어 작업을 계속 하면서 요즘은 선인장에 빠져서 선인장 작업도 하고 있어요. 또 예전에는 색을 사용하는 게 두렵고 어려워서 흑백위주의 작업을 많이 했었는데, 요즘은 색을 사용하는 재미가 생겨서 색도 다양하게 쓰고 저만의 색을 찾아가는 중이에요. 그래서 ‘ing'라는 타이틀을 붙였어요.
제가 지향하는 지향점은 흥미롭고 유쾌한 사람, 그러나 가볍지 않은 사람이에요. 그게 제일 한서경답고 한서경스럽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하고 싶은 작업도 마찬가지에요. 흥미롭고 유쾌하지만 가벼워 보이지 않은 작업을 하고 싶어요. 요즘은 그 숙제를 하나씩 즐겁게 풀어가는 중이고요.
한서경 작가님의 작품은 꼰띠고 인천차이나타운점에서 5월 24일 화요일부터 7월 18일 월요일까지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작품은 직접 보는 감동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