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Interview
‘스패니쉬 아파트먼트’라는 영화의 한장면이다. 주인공 자비에는 작가를 꿈꾸는 프랑스 청년이며, 그가 취업을 위해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교환 학생을 가서 생기는 좌충우돌 이야기가 영화의 줄거리이다. 이 장면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인데, 내용보다는 화면에 잡힌 구도와 인물의 시선이 마음에 들었기때문이다. 이러한 부분이 마음에 들면 연속 촬영하듯이 50-100장의 장면을 저장해두고, 작업할 때 그 중에서 선택하여 그리기 시작한다.
‘Still cut’ (정지된 장면)이 올바른 표기인데, 일반적인 이미지가 아닌 영화의 장면을 변형을 하다보니 어쩐지 영화 감독과 스태프들이 공들여 만들어놓은 컷을 내가 훔쳐와서 그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동음이의어로 ‘Steal cut’(차용된 이미지)이라는 의미로 제목을 설정하였다. 작업할 때 나에게 ‘가장 완벽한 이미지’를 보고 그리면, 내 작품이 아주 완벽한 작품이 될 것이라 생각했었다.
영화를 볼 때 굉장히 몰입해서 본다. 마치 주인공을 예전부터 오랫동안 알아왔고, 어디선가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이다. 물감에 물을 많이 타서 만들어 놓고 옅게 여러번에 겹쳐 마치 현실과 영화속을 넘나드는 듯한 꿈꾸는 장면을 표현하고 싶었다. 테이핑 안에 스며든 물감들은 잊혀지는 장면들 속에서 남아있는 감정의 잔여물을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대체로 90년대 중반의 영화를 선정하는 편이며, 장르는 드라마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현재 나의 상황과 비슷한 영화를 고르기도 하고 주인공이 ‘정신을 차리고 현실에 순응하게되는’ 결말을 향하는 내용이 많다.
크게 흥행한 작품은 일부러 피하기도 했다. 어떤 장면은 다시 그려도 원본을 따라잡지 못할 멋진 장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 작품을 봤을 때 바로 영화의 한 장면 이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게끔 했다가, "아 영화의 한 장면 이구나" 라는 것을 알게 하고 싶었다.
가장 기억에남는 영화는 스패니쉬 아파트 먼트이다. 내 작업 중 3분의 2정도는 모두 이 영화 스틸컷이다. 2013년도 에는 이 영화에 빠져서 바르셀로나로 유학까지 갈뻔했다. 대학생일때 처음 봤을 때와 졸업 후 2번째 보게될때에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 그 당시 나 역시 취업 준비로 고생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인공에게 동질감을 많이 느끼게되서 기억에 가장 많이 남았다.
나에게 있어 영화는 꿈 같은 존재이다. 원하는 대로 이룰 수 있고, 현실처럼 생생하지만 이내 다시 깨어나야 하는, 환상의 세계라는 점에서 매우 비슷하다.
현재 서울에서 제주도로 이주해서 살고있는데, 다른 사람들의 제주 생활 적응기가 요즘 가장 관심있다.
처음에는 영화를 보며 현실도피의 행위로 시작했지만, 막상 그리고 묘사 하면서 그림과 마주하는 순간이 오다보니 나 역시 내가 선택한 영화 주인공들 처럼 결국 ‘정신을 차리고’ ‘순응하며 살고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는데, 이 과정을 스틸 컷 이미지와 현재 사회적 이슈, 삶의 풍경들을 뒤섞어 나만의 영화 스틸컷으로 작업 해보려한다. 또한 영화를 보면서 ‘잠깐 쉬는’ 시간이 있듯이 나의 작품을 보는 이들에게 ‘잠깐 쉬는’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다.
최재령 작가님의 작품은 이화여대 '꽃피다, 이화다방'에서 7월 17일 일요일부터 8월 13일 토요일까지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작품은 직접 보는 감동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