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전시 소개

결코 웃기지 만은 않은 이야기
임성희 작가

Artist Interview

by 넷플연가

본성적이고 필수적인 욕망, 본성적이지만 비필수적인 욕망, 본성적이지도 필수적이지도 않는 욕망. 뒤섞여 혼잡스러워 보이는 해학적이지만 결코 웃기지 만은 않은 욕망의 이야기들을 통해 모순적 인간관계를 바라보는 나의 애잔한 마음과 진정한 쾌락에 다가가려는 의욕을 얘기하고자 한다. 나는 돼지처럼 살찐 세상, 풍요로운 자연, 마음이 살찐 사람들이 되길 희망한다.


당신의 욕망은 안녕하십니까?


배트돼지 60.6x60.6cm Acrylic on canvas 2015 20호 200.jpg 배트돼지, 60.6x60.6cm, Acrylic on canvas, 2015


슈퍼히어로, 디즈니 캐릭터 등 돼지들은 작품 속에서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돼지를 소재로 작업을 하는 이유가 있을까?

돼지의 이미지를 차용한 작업은 2008년도부터 시작되었다. 돼지와 필연적인 사건이나 계기가 있는 것이 아니다. 작가가 어떤 대상을 그렸을 때 꼭 그것과 필연적인 관계를 가져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큰 캔버스에 욕조를 그렸는데 그 속에 아기 돼지들이 수영을 하면 참 신나겠다. 라는 생각이 시작이었다. 그 당시에는 돼지뿐만 아니라 개, 새, 낙타, 식물이미지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에 의해 즉흥적으로 영감을 받아 표현하곤 했는데 유독 돼지그림이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았다. 그래서 돼지라는 동물이 인간에게 어떤 존재인지 연구해 보았다. 내가 궁극적으로 내 작업에서 이야기 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우리들의 모습, 그것을 주로 돼지라는 아이콘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전시작은 2015년도 작업으로 ‘우리들의 초상’ 시리즈이다. '인간의 욕망은 억제와 해소의 반복을 통해 떨춰 내야하는 것일까?' 라는 의문과 주체의 욕망에서 욕망의 대상으로 향하여 나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다양한 형태의 군상으로 표현한 작업이다.


작품 속 배경에는 돼지의 모습과 상반된 추상적인 붓 터치가 보인다.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일까?

배경 속 추상적인 붓 터치의 시작은 내 스스로 잘 그리고 짜맞춰진 구도 속에 안정적으로 배치된 대상들의 모습이 답답하던 찰라 4살짜리 아들이 물감을 가지고 거침없는 터치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물감이 섞이고 비벼지면서 나오는 효과는 그 자체만으로 아이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그 모습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 무의식과 의식 속에서 자유롭게 나오는 선은 그리고 나면 폭죽 같기도 하고 낙서나 언어로도 보여진다. 나 스스로도 추상적인 터치들을 행함으로써 아이처럼 즐거워 했다는 것만으로 흥미로웠던 작업이었다.


사랑에 빠지다 45.5x45.5cm Acrylic on canvas 2015  10호 120.jpg 사랑에 빠지다, 45.5x45.5cm, Acrylic on canvas, 2015


돼지들은 공통적으로 욕심이 있는 듯 게슴츠레한 눈빛을 하고 있다. 하지만 마냥 밉게 보이지 만은 않는다.

돼지는 우리가 알고 있듯이 복의 상징이자 탐욕의 상징이다. 두 가지 상반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인간이 선과 악이 공존하는 것처럼 나는 돼지의 두 가지 의미를 표정에 무게를 둔다. 웃고 있다? 비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훔쳐본다?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나를 본다? 나를 보는 너를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모습이자, 타인의 모습이다. 나는 이런 유쾌한 이미지들로 웃기지 만은 않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 있을까? 있다면 이유도 함께 알고 싶다.

전시작 중에는 ‘청춘의 밤’ 이라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나의 삶의 태도는 지금, now 에 초점을 둔다. 미래는 아직 겪지 않았고 과거와 현재는내가 겪고 있고 겪어온 나날들이다. 그래서 미래의 걱정보단 지금의 현재를 최선을 다하자 라는 마인드로 살고 있다. 지금도 청춘 이라고 생각하지만, 내 기억 속 청춘의 모습을 폭죽이 터지는 밤하늘 아래 남녀의 돼지가 행복해 하는 모습으로 표현된 작업이다.


청춘의 밤 45.5x45.5cm Acrylic on canvas 2015  10호 120.jpg 청춘의 밤, 45.5x45.5cm, Acrylic on canvas, 2015


작업활동 이외에는 무엇을 하는 지 궁금하다.

사실 결혼하기 전엔 다양한 활동을 했다. 운동도 좋아하고 여행이나 영화, 책 속에서도 작업의 소스를 얻기도했다. 지금은 결혼하고 아기를 낳고 작업을 병행 하다 보니 지금 내 환경에 맞게 그 속에서 영감을 얻고 작업을 하는 편이다. 육아를 하면서 아이가 갖고 있는 본연의 순수함, 인간의 본성을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해맑게 웃는 모습은 그 누구에게도 행복을 주지않는가. 왜 어른이 되어가면서 비필수적인 욕망을 채우려 하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진정 나를 위한 삶이 아닌 타인을 위한, 타인에 의해 만들어지는 삶을 살아 가는 건 아닌지 내 스스로를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갖게 되기도 했다. 엄마로써, 작가로써의 나는 꿈을 꾸는 것이 아닌 꿈을 지나가고 있음에 감사하면 살아가도록 노력하는 중이다.


앞으로 어떤 작품 활동을 할 것인가?

처음에 말한 것처럼 내가 궁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은 ‘욕망’과 인간의 ‘삶과죽음’이다. 지금까지 인간의 삶을 표현 했다면 반대로 죽음, 무겁고 피하고 싶은 죽음의 모습이 아닌 죽음을 통해 지금 내가 행하는 삶의 모습을 다양한 형태로 보여주는 것이다. 돼지의 이미지가 아니어도 설치나 사진 드로잉 등 내가 즐기며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 인간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죽음 앞에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 내일 죽는다면 오늘 어떻게 살까? 나는 특별할 것 없이 작업실에서 나의 가족들과 함께 있고 나는 붓을 들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농담으로 붓을 들고 있는 힘만 있다면 할머니 될때까지 들고있는 사람이 1등이다. 라는 말을 다른 작가들과 한적이 있다.(웃음)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라는 말처럼 지금의 순간도 나중에 보면 청춘이라 열정적이고 이 시간들이 쌓여 내가 더 단단해 지리라 믿는다.




임성희 작가님의 작품은 서촌 '코수이(KOSUI)'에서 7월 25일 월요일부터 8월 21일 일요일까지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작품은 직접 보는 감동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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